최근에는 각국의 기상청뿐 아니라 미국 알파벳, 엔비디아, 중국 화웨이 같은 해외 유명 IT기업들까지 날씨 예측에 나서고 있어요.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워 말이죠.
AI로 1분 만에 10일 예보 완성!
2023년 11월, 미국 알파벳의 인공지능(AI) 개발 기업 딥마인드가 슈퍼컴퓨터 없이도 1분 만에 10일 치의 날씨를 예측하는 AI 그래프캐스트를 선보였습니다. 그래프캐스트는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CMWF)의 39년 치(1979~2017) 기상 재분석자료●로 날씨가 변하는 패턴을 기계학습 해 날씨를 예측하는 AI예요. 대기의 움직임과 날씨 현상을 표현하는 대기(역학, 물리) 방정식을 슈퍼컴퓨터로 수 시간 계산해 미래 날씨를 예측하는 수치예보모델을 대신하는 거죠. 딥마인드는 “AI가 방정식으로는 완벽히 표현되지 않는 자연의 패턴을 포착한다”며 “최신 자료도 주기적으로 학습해 기후위기로 나타나는 새로운 날씨 특성을 잡아낼 수 있어 예보 정확도가 높다”고 설명했어요. 그래프캐스트는 2018년 ECMWF의 중기예보모델 결과와 비교한 결과, 1380개의 항목 중 90% 이상에서 더 정확한 예보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에 날씨를 예측하는 방식인 수치예보모델은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기상에 대한 깊은 전문 지식이 필요합니다. 또 방정식을 계산하려면 수백억 원에 달하는 슈퍼컴퓨터가 필요했죠. 국립기상과학원 인공지능기상연구과 이혜숙 과장은 “과거부터 방대한 기상 자료가 잘 쌓여 있기 때문에, AI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더 빠르게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AI가 기존의 예보 방식을 대체할까요?
AI는 예보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어요. 하지만 AI 그래프캐스트의 학습에는 기존의 수치예보모델 자료가 사용됐어요. 그래서 아직은 AI가 기존 방식을 완전히 대체하는 독립적인 예보 능력을 갖췄다고 보긴 어려워요. 또한 날씨 변화를 방정식으로 계산하는 수치예보모델과 달리, AI는 입력값과 출력값의 인과관계를 알 수 없는 ‘블랙박스’ 문제가 있어요. 예보관 입장에선 AI가 날씨 예보의 근거는 알려주지 않고 예측만 보여주는 셈이에요.
Q. 블랙박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나요?
최근 챗GPT로 유명해진 트랜스포머 모델을 이용하면 출력값을 만들 때 각 입력값의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I am a scientist’라는 입력값과 ‘나는 과학자입니다’라는 출력값이 있을 때 트랜스포머는 ‘과학자’라는 단어가 ‘I’, ‘am’, ‘a’, ‘scientist’ 중 무엇과 가장 연관있는지 알려줘요. 현재 국립기상과학원에선 강수 초단기 예보●에 AI 생성형 모델과 트랜스포머 모델 기술을 적용해 시험 운영하고 있어요.
Q. 날씨를 예보하는 AI 외에 다른 AI도 개발 중인가요?
예보관의 의사결정을 돕는 ‘AI 예보지원 모델’을 만들고 있어요. 호우, 강풍, 폭염 상황이 예상될 때 예보관들이 쓰는 의사결정 과정을 모델에 넣어 AI가 24시간 인지 판단을 하도록 하는 거죠. 예를 들어 AI가 3일 내로 특정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생할 가능성을 판단하면, 지도에 이를 표시한 뒤 근거를 예보관에게 줍니다. 예보관이 보는 자료(종합기상정보시스템)는 페이지(URL)가 1만 5000개에 달해요. 자료 확인 시간을 단축해 예보관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겁니다.
Q. 신속, 정확한 예보가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똑같이 비 10mm가 와도 어떤 곳은 순식간에 도로가 유실, 침수돼요. 저희는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에서 제공하는 재해 위험등급 지역을 구분해 AI에 학습시킬 예정이에요. 예보관들이 AI가 제공하는 맞춤 정보를 지방자치단체, 경찰청, 소방청에 제공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죠. 현재 개발하는 AI들은 올해 내부 평가를 거쳐 2025년 실전 업무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용어 설명
● 재분석자료 : 위성, 레이더, 지상, 고층 등의 관측 자료와 컴퓨터 수치예보모델 자료가 융합돼 만들어진 자료. 바람, 온도, 습도, 구름량 등의 기상 변수를 포함하며, 실제 날씨에 가장 가까운 자료로 여겨진다.
● 초단기 예보 : 6시간 내의 예보를 10분마다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