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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취재기, 예보관의 하루

AI, 수치예보모델, 슈퍼컴퓨터가 있어도 예보관이 필요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기상청을 찾아 예보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어요.

 

 

 예보회의, 계급장 없는 열띤 토론 현장! 

 

“위성 영상을 보면 지금 우리나라 북쪽으로 중국 북동부에 위치한 저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계속해서 한기가 남하하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점차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해서”

 

2023년 11월 29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기상청 본청에서 열린 예보회의에선 전국적으로 나타날 한파와 모레까지 일부 지역에서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눈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8명의 연구원과 예보관 앞에 놓인 커다란 스크린에는 각국의 수치예보모델이 내놓은 예보 자료와 날씨 실황 등이 번갈아 분주하게 나타났지요. 국가위성센터, 레이더분석팀, 수치모델링센터, 재해기상대응팀 등 각 분야 전문가는 모델이 예측한 결과와 실제 상황을 비교하며 구름의 이동 속도와 분포, 강수, 기온 등이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보며 앞으로의 날씨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어요. 

 

특히 기상청은 2023년부터 폭설로 인한 붕괴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북 일부 지역에 ‘눈 무게’ 예보를 시작했는데, 무거운 눈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각종 연구 자료를 놓고 활발한 논의도 있었지요. 긴장된 분위기 속에 이어진 회의는 50여 분이 흘러서야 끝이 났습니다. 총괄예보관은 회의에서 나온 내용들을 바탕으로 기상 전망과 유의 사항 등을 작성한 <;날씨 해설>;을 전국에 발표했어요.

 

_ 인터뷰 

“예보관의 경험을 녹여 예보를 완성합니다!”

한상은(기상청 총괄예보관) 

 

 

 Q. 예보관의 하루가 궁금해요. 

 

날씨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예보관은 24시간 기상청에 있어요. 낮과 밤을 번갈아 교대 근무를 하죠. 낮 근무를 할 때는 오전 6시 50분에 출근해, 가장 먼저 전날과 당일의 기상 자료들을 살펴봅니다. 또 밤 근무 예보관에게 실황과 수치모델의 결과의 차이점, 앞으로 예보에 중점적으로 살펴야 할 사항 등을 전달받고 검토해요. 매시간 매분이 예측과 토의예요.

 

 Q. 예보할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날씨는 예보에 대한 답안지가 바로 다음 날이면 나옵니다. 예보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날씨 현상(우박, 집중호우, 소나기 등)을 찾아내고, 어떻게 현상이 형성될지 정확하게 해석해야 해서 심적 부담감이 커요. 예를 들면, 레이더 관측에서 에코가 작은 점 하나였는데, 1~2시간 만에 폭발적으로 발생해 강수가 큰 피해를 주기도 하고, 이슬비처럼 살짝 내리다 그치기도 해요. 관측과 수치모델을 두루 살피면서 오차는 없는지, 오차가 있다면 어떻게 날씨가 진행될지 등을 고려하죠.

 

 Q. 사람 예보관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치예보모델의 입력값으로 들어가는 관측자료에도 오차가 포함돼 있고, 산, 바다의 복잡한 지형으로 관측도 공백이 많아요. 수치예보모델도 현재 기술로 대기의 상태를 완벽하게 반영한 방정식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고요. 또 최근엔 기후위기로 국지적인 집중호우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기엔 모델의 격자 크기가 커요. 격자가 촘촘할수록 모델 예측값이 정교해지지만,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예보관의 경험이 예보에 중요하게 작용할 때가 많아요.

 

 Q. 예보관의 경험이 중요했던 사례가 궁금해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던 당시 재해기상팀에 소속돼 있었어요. 동계올림픽 경기는 대부분 외부에서 열려요. 날씨에 따라 경기 진행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강원도 평창의 날씨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죠. 당시 각국의 수치예보모델은 평창에 극단적인 추위가 나타나고 폭설이 내릴 것으로 예측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예보관들은 경기가 가능한 날씨일 거라고 생각했죠. 우리나라의 지형 특성을 고려해 공기가 어디서 모이고, 어떤 바람이 부는지 경험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Q. 예보관 생활을 하며 생긴 직업병이 있나요? 

 

보통은 하늘을 쳐다보며 ‘오늘은 하얀 구름이 예쁘게 떠 있네’ 같은 생각을 하시죠? 저는 ‘구름이 벌써 Cu(적운)이네. 5옥타(Octa)로 떠 있구나. 구름 높이가 예상보다 높은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예보를 걱정합니다.

 

눈이 내리면 다들 하늘을 찍지만, 예보관들은 바닥을 찍어요. 눈 결정체 모양에 따라 구름의 온도와 높이를 추론할 수 있거든요. 예상과 같은지 확인하고 다르면 그 원인을 분석해 다음에 더 정확한 예보를 하기 위해서죠. 

 

 

2024년 1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1호) 정보

  • 이혜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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