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해녀의 일터이자 집입니다. 해녀는 매일 바다가 어떻게 변하는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느끼며 해산물을 채취하는 한편, 해양 생태계를 지키는 데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제주에서 활동하는 해녀는 3226명입니다. 1970년 1만 4143명보다 무려 1만 명 넘게 줄었지요. 물질의 노동 강도가 워낙 센 데다, 해녀 10명 중 6명은 60대 이상일 정도로 평균 연령이 높아 해녀의 명맥을 유지하는 건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날 기자가 만난 해녀문화전승보존회 최영희 회장은 해녀가 그 누구보다도 바닷속 환경의 변화를 민감하게 체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온이 오르고, 바다 환경이 오염돼 해조류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죠. 최영희 해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최근 바다의 변화를 체감하신다고요?
물건이 많이 줄었습니다. 예전엔 상군 해녀들이 하루에 해삼을 100kg는 잡았는데, 지금은 30kg도 겨우 잡지요. 해삼은 겨울에 많이 나는데 겨울철 바다 수온이 높아지니 예전보다 개체량이 줄어든 게 확연히 느껴져요.
또 요즘 여름 바다는 꼭 목욕탕 물 같습니다. 5, 6년 전부터 여름에는 고무옷을 가위로 얇게 잘라 입고 있어요. 바닷물이 너무 더워서 고무옷을 자르지 않고서는 물질을 못 하겠더라고요.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걸 해녀들이 몸으로 느낍니다.
Q. 해조류의 변화도 느껴지시나요?
해녀들은 예전부터 해조류인 톳, 미역, 우뭇가사리를 채취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해조류의 끝이 물렁물렁하고, 문드러져 썩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또, 해가 갈수록 바위가 하얗게 변하는 ‘바다 사막화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게 보여요. 해조류는 온데간데 없고 하얀 석회조류만 붙어 있지요. 해삼이나 전복, 소라 등 많은 해양 생물들이 모두 해조류에 붙어 사는데, 해조류가 사라지니 해산물도 점점 줄어드는 겁니다.
Q. 호맹이로 바위를 닦으시던데, 어떤 이유인가요?
해녀들은 바닷물이 빠진 뒤 바위의 겉면을 깨끗이 닦는 ‘갯닦기’라는 걸 합니다. 해조류의 포자가 바위에 잘 붙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갯닦기를 하고 나면 미역 씨가 날라와서 붙어 그 해에는 풍년이 들어요. 오랜 세월 동안 해녀들이 해 온 관습입니다.
갯닦기 뿐만 아니라 바다에 나가면 성게나 불가사리를 솎아 주면서 바다에 너무 많이 번식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성게나 불가사리는 바다숲을 이루는 해조류를 순식간에 먹어치워 번식에 해가 되거든요. 우리나라에 해녀가 지금보다 많이 활동했을 때는 성게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어딜 가나 성게가 잔뜩 바위에 붙어 있습니다.
Q. 바다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태는 이유가 뭔가요?
해녀는 오랜 세월 바다를 지키면서 생업을 이어 왔습니다. 또, 바다의 변화를 가장 먼저 관찰하는 사람들이죠. 앞으로 해녀 문화를 바다의 변화에 맞게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가 숙제입니다. 저는 많은 이들이 바다를 지키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이 문제를 알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