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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이 끝난 후 탈의장으로 향하는 길, 기자는 추위라는 강적을 만났습니다.
젖은 잠수복을 입은 채 바람을 뚫고 걷자니 몸이 덜덜 떨렸죠. 그런데 해녀들은 한겨울에도 평균 4시간 동안 바닷속과 수면 위를 오가는 물질을 한다는데요…? 그 비법이 뭘까요? 

 

오랜 기간 물질로 추위에 적응한 해녀 

 

1970년대 중반까지 해녀들은 한겨울에도 얇은 면옷인 ‘물소중이’만 입고 물질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해녀가 제일 많은 제주도의 겨울철 평균 수온은 13~14℃입니다. 이는 잠수를 하기에 상당히 추운 환경이에요. 물은 공기보다 열을 빠르게 전달해 단시간에 체온을 빼앗기거든요. 

 

고무옷이 등장하면서 겨울철 30분 내외였던 해녀의 작업 시간이 4시간으로 대폭 늘었습니다. 두께가 3~5mm 정도인 고무옷에는 열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무옷을 입어도 손, 발, 얼굴 등은 바닷물에 그대로 노출되지요.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이주영 교수팀은 2017년, 평균 나이 66세, 평균 물질 경력 54년인 해녀 289명의 손을 4℃의 차가운 물에 넣고 피부 온도와 혈류량의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해녀는 손가락 끝쪽 혈관이 같은 연령대의 여성보다 크게 확장되는 걸 확인했습니다. 피부 가까이 혈액이 흐르는 덕분에 손, 발이 어는 것을 막을 수 있지요. 

 

해녀의 체온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 수치를 분석한 연구도 있습니다. 2022년,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이정범 교수팀은 해녀 21명과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인 25명의 두 발을 15℃의 수조에 담그는 실험을 했어요. 분석 결과, 일반인은 체온에 급격한 변화를 보였던 반면, 해녀는 크게 차이가 없었습니다. 또 해녀는 몸의 열을 내는 데 관여하는 호르몬인 오렉신과 아이리신의 수치가 일반인보다 높게 나타났어요. 이정범 교수는 “수십 년간 차가운 바닷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결과 몸이 환경에 적응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녀의 ‘숨 참기 잠수’는 똑똑한 선택?

 

인류는 약 5000년 전부터 잠수 활동을 했습니다. 진주를 캐거나, 해산물을 줍거나, 침몰한 배를 구하기 위해서였죠. 그중 우리나라의 해녀는 해조류를, 그리스의 잠수부는 지중해의 해면을 채취하며 생계를 이어 왔습니다. 

 

숨을 참고 잠수하는 방식을 지켜 온 우리나라 해녀와 달리 그리스의 잠수부는 19세기 초부터 호스가 달린 철제 헬멧을 쓰고 잠수했어요. 배 위에서 호스를 통해 질소와 산소가 섞인 고압 공기를 주입한 덕분에, 깊은 물속에서 오래 머무르며 이전보다 많은 양의 해면을 채취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 방법에는 큰 문제가 있었어요. 바로 감압병이었죠. 

 

물속에선 수심이 깊어질수록 압력이 증가합니다.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압력은 1기압 증가하죠. 잠수부가 외부로부터 기체를 공급받으며 깊은 물속에서 잠수를 하다 갑자기 수면 위로 오르면, 잠수부의 혈액에 잘 녹아 있던 질소가 갑작스럽게 혈관 내에서 기체 방울로 튀어나오게 됩니다. 탄산음료 뚜껑을 열면 기포가 생기는 것처럼 말이죠. 기포는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고, 통증을 일으키는 감압병을 유발해요.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이주영 교수는 “그리스 잠수부와 비교할 때 해녀들은 외부로부터 기체를 공급받지 않아 비교적 몸 안에 질소 기포가 쌓일 가능성이 적다”며 “해녀의 숨 참기 잠수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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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1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배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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