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기자는 약 100명의 해녀가 활동하고 있는 거제로 향했습니다.
해녀를 취재하려면 해녀가 하는 물질이 뭔지 알아야죠!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 최영희 회장님을 만나 함께 바닷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똥군 기자, 물질하러 바다에 뛰어들다!
“으하하! 하군보다도 못한 ‘똥군’이 왔네!”
경남 거제시 하청면 대곡리의 한 바다. 수심은 1~2m 정도로 얕았고, 날씨는 쾌청했습니다.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 최영희 회장은 처음 물질을 시도한 기자를 ‘똥군’이라 부르며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똥군이라니 무슨 뜻일까요?
해녀는 자기 숨의 길이(폐활량)에 따라 작업합니다. 수중에서 숨을 오랫동안 참을수록, 더 깊이 내려가 값이 비싼 전복, 문어 등을 채취할 수 있지요. 숨 길이에 따라 해녀는 상군, 중군, 하군으로 계급이 분류됩니다. 소라 채취 기간인 5월 동안 상군은 보통 수심 9~14m, 중군은 5~9m, 하군은 2~4m의 깊이에서 작업하지요. 수심 2m 이하의 바다에서 일하는 해녀는 ‘똥군’이라 불립니다.
똥군 기자는 바닥에 있는 돌에 손을 뻗기조차 어려웠어요. 해녀들은 보통 물에 가라앉기 위해 ‘연철’이라는 납을 허리에 찹니다. 고무옷을 입으면 물이 몸을 떠받치는 힘인 부력●이 커지는데, 연철을 차면 부력보다 몸이 무거워져 물속으로 가라앉을 수 있지요. 하지만 2~3kg 정도의 연철은 부력을 이기기에 다소 부족했습니다. 물속으로 내려가려 버둥거리다가 숨을 다 써버리고 다시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기를 반복했지요.
보다 못한 최영희 해녀는 기자가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 단숨에 입수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뜨자, 바닷속 바위에 붙은 해초를 볼 수 있었어요. 끝이 뾰족한 호맹이로 돌을 뒤집으니 해삼과 성게, 불가사리가 돌에 붙어 있었습니다. 해삼을 떼려다가도, 숨 길이가 모자라 망사리를 물에 띄우는 기구인 테왁을 가슴에 받치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했지요. 반면 최영희 해녀는 50초 가까이 잠수를 하며 해삼과 성게, 불가사리를 가득 담은 망사리를 안고 올라왔습니다.
해변가에 앉아 본 해삼은 물안경인 왕눈을 쓰고 물 안에서 본 것보다 훨씬 작았습니다. 최영희 해녀는 “크기가 작은 해삼은 다시 바다에 풀어준다”고 말했어요. 해녀들은 채취할 수 있는 해산물의 최소 크기를 정해 둡니다. 성체로 자라지 못한 어린 개체는 다시 바다에 풀어, 대를 이어 번식할 수 있게 하지요. 최영희 해녀는 “해녀들은 해산물의 산란기를 고려해 ‘금채기’를 정하고, 이 기간에는 해산물을 채취하지 않는다”며 “해양 생태계와 공존하는 법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용어 설명
●부력 : 물속에서 물이 물체를 떠받치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