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벨상의 상징은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유명한 작품 ‘생각하는 사람’이 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워 있는 모습이야. 스마트 변기를 연구해 공중보건상을 수상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박승민 박사는 로댕 작품 앞 변기에 앉아 고민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며 수상을 자축했지. 어과동에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박승민 박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봤어!
스마트 변기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스마트 변기는 인공지능(AI)과 과학 센서로 똥오줌의 형태와 양, 색깔, 낙하 속도, 변기에 앉아있는 시간 등을 분석해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관찰해요. 예를 들어 똥은 뱃속에 얼마나 오래 머무르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져요. 모양을 관찰하면 과민성대장증후군, 염증성장질환 등을 진단할 수 있죠. 한편, ‘똥을 덜 싼 것 같다’는 느낌인 잔변감은 대장 질환과 관련이 깊습니다. 원래 환자의 주관적인 표현에 의존해 판단했지만 변기에 앉은 시간을 재면 잔변감을 객관적 수치로 표현해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여러 사람이 변기를 사용해도 문제없습니다. 센서가 항문 주름 약 35~37개의 패턴을 인식해 사용자를 구분할 수도 있거든요. 전 스마트 변기로 사람들이 건강할 때부터 데이터를 꾸준히 관찰해, 아프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AI 학습 데이터를 어떻게 얻었나요?
매일 똥 사진을 한 장씩 제게 보내 달라고 하면 하실 건가요? 쉽지 않은 문제예요. 2017년에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구글, 트위터, 블로그 등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렇게 2364장의 사진을 찾아 AI를 학습시켰지요. 장에 문제가 있는 한 블로거는 자신의 똥 사진 7년 치를 포스팅해놓기도 했어요. 발견하곤 ‘와! 잭팟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웹 크롤링으로 지금은 약 2만 장이 모였고 앞으로 10만 장까지 더 모을 거예요.
어린이 질병도 예방할 수 있나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소아과에서 스마트 변기 연구를 후원해요. 어린이들은 장 염증으로 영양분 흡수를 못 하는 질환에 종종 걸리는데, 이는 성장에 큰 방해가 돼요. 우리나라에서도 서구화된 식습관 때문에 많이 나타나는 병이죠. 어린이의 배변을 계속 관찰하는 게 병 예방에 효과적이에요.
스마트 변기를 우주인들도 사용할 거라고요?
2021년 4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주최한 ‘향후 10년간 NASA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워크숍에 초대받았어요. 저는 화성에 사람을 보낼 때, 우주인들의 건강을 관찰하는 데 스마트 변기가 유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어요.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데 최소 7개월이 걸려요.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통신도 늦어지고요. 우주인들이 지구에 있는 의사와 바로 연결되지 않아도, 스마트 변기가 건강을 살피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스마트 변기가 상용화되는 데 오래 걸릴까요?
전 세계 비데 보급률을 보면 한국이 50%, 일본은 60~70% 정도로 높지만, 미국은 3%에 불과해요. 또한 한국에서 원격의료는 아직 불법이죠. 기술이 나와도 일반 가정에 설치하기까지는 많은 장애물이 있어요. 그래도 비데 회사 아이젠과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첫 설치는 실버타운에서 어르신들의 건강을 관찰하는 데 활용될 거 같아요. 혁신 기술에 대해 규제를 임시로 풀어주는 스마트 시티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될 수도 있겠죠.
윤리, 프라이버시 문제도 남아 있죠?
소변을 분석하면, 마약 등의 불법적인 것도 알아낼 수 있어요. 만약 이 정보를 수사 당국과 공유한다면 어느 경계까지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할지 문제가 되고,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보안 문제 등도 있을 거예요. 개발을 멈추기보단 문제를 논의해 가며 동시에 대비해야겠죠.
이그노벨상 받았을 때 소감은?
2020년 논문을 내고, 솔직히 스스로 ‘이거 이그노벨상 감인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기대와 달리 떨어졌죠. 그러다 올 3월, 이그노벨상을 만든 마크 에이브러햄스가 학교에 강연을 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바로 변기를 뜯어 가져갔어요. 다음 날,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똥오줌을 다룬다는 이유로 연구의 학문적 가치를 낮게 보기도 해요. 이번 수상이 연구의 본질을 알리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