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음악 중에서 가장 유명한 <;운명 교향곡>;은 1807년 베토벤이 거의 귀가 들리지 않을 때 작곡한 음악이야. 베토벤은 어떻게 청력이 점점 나빠지면서도 작곡을 할 수 있었을까? 베토벤이 썼던 도구들로 작곡의 비밀을 알아보자고!
청취 기계에 의지하다
독일 튀빙겐대학교 고고학과 외 국제 공동 연구팀은 베토벤의 사인은 밝혀냈지만 난청의 원인은 알아내지 못했어요. 지금까지 난청의 원인으로는 뼈에 문제가 생기는 이경화증, 파제트병 등이 의심됐는데, 이러한 질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베토벤의 DNA에서 찾을 수 없었거든요. 울산과학기술원 게놈연구소 박종화 교수는 “베토벤이 앓은 난청은 원인 유전자가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일 수 있다”며 “앞으로 난청을 겪은 사람들의 DNA를 더 모은다면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어요.
베토벤은 청력이 점점 나빠지면서도 어떻게 음악을 작곡할 수 있었을까요? 26세에 처음 청력이 나빠진 베토벤은 의사 프란츠 베겔러에게 쓴 편지에서 ‘악기와 목소리의 높은 음이 들리지 않는다’, ‘귀가 밤낮으로 윙윙거린다’고 토로했어요. 하지만 베토벤은 당시 막 개발됐던 보청기의 도움을 받아 음악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1814년, 베토벤은 ‘나팔형 보청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베토벤의 친구이자 엔지니어였던 요한 네프무크 멘첼이 베토벤을 위해 만들었죠. 나팔형 보청기는 관을 통과하는 소리를 모아 다른 곳으로 소리가 퍼지거나 사라지는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덕분에 원래보다 약 10-15㏈(데시벨) 크게 들리는 효과가 있지요. 한림대학교 언어청각학부 진인기 교수는 “나팔형 보청기는 원리와 형태로 볼 때 최초의 보청기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베토벤은 피아노 위에 ‘공명판’을 올려놓았다고 알려졌어요. 공명판은 같은 진동수를 갖는 두 진동이 합쳐져 큰 진폭으로 진동하는 현상인 공명을 통해 피아노 소리를 키우는 장치예요. 높은 음을 내는 피아노 소리에 공명판이 갖는 진동수를 일치시켜, 소리가 크게 들리도록 한 거랍니다.
“베토벤에게 청력 보조 도구는 알려진 것보다 중요했습니다”
베토벤이 말년에 사용했던 피아노의 복제품 위에, 베토벤이 직접 사용했던 공명판을 올려 놓고 연주한 적 있어요. 말년에 사용한 피아노는 브로드우드라는 피아노예요. 브로드우드는 소리가 크지만, 다소 탁한 문제가 있었어요. 특히 고음대에서 맑고 선명한 소리가 나지 않아, 높은 음이 잘 들리지 않았던 베토벤에겐 완전한 피아노라고 할 순 없었죠. 하지만 공명판을 올려 놓으니 제가 연주하는 피아노의 소리와 진동이 모두 증폭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베토벤 또한 공명판 같은 청력 보조 도구에 큰 도움을 받았을 거라 확신할 수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