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잠금 해제부터 공항 출국 심사까지 지문은 일상 곳곳에서 나를 인증하는 데 쓰여요. 하지만 누군가가 나의 지문을 모방한다면 개인 정보가 노출될 위험이 큽니다. 이런 위험을 해결하는 아주 작은 지문이 있습니다. 바로, 나노 지문입니다.
나노 지문, 샌드위치처럼 쌓아서 만든다
2022년 8월,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팀은 사람의 지문처럼 매번 다른 형태로 나노 크기의 인공 지문을 만드는 ‘나노패터닝’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미터를 뜻하는 단위입니다. 이렇게 작은 나노 단위에서 복잡한 무늬를 만드는 작업을 나노패터닝이라고 해요. 나노패터닝 기술은 나노 물질의 미세한 성질을 조절할 수 있어, 반도체 등을 만드는 데도 쓰이고 있지요. 나노 단위의 작은 기판 위에 고분자 등을 떨어뜨려 일정한 패턴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나노패터닝은 지문 형태가 아닌, 선이나 점으로 균일하게 배열된 것을 제작하는 데만 활용됐습니다.
연구팀은 기판에 흠을 내거나 화학 처리를 하던 기존 공법과는 달리, 무작위 무늬를 만들기 위해 기판 위에 아무 처리도 하지 않은 채 고분자를 떨어뜨렸어요. 그 결과, 정해지지 않은 다양한 무늬가 만들어졌습니다. 기판 위에 나노 분자가 불규칙하게 퍼지는 패턴 자체가 지문처럼 하나의 암호가 되는 거죠. 연구팀은 먼저 기판 위에 고분자가 알아서 퍼지게 두어 무작위 무늬가 만들어지도록 한 뒤, 만들어진 패턴을 다시 두세 겹 이상 겹쳐서 무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평평한 한 겹의 배열 구조만 식별하면 되던 기존의 지문이나 QR 코드와는 달리, 나노 지문을 식별하려면 세 겹의 암호를 풀어야 해요. 레이저 등의 광선을 이용해 측정되는 광학, 저항, 전파의 3중 특성이 일치해야 하죠. 요소도 많고, 크기도 작아 결국 복제하기에 까다로워지는 셈이에요. 김상욱 교수는 “여러 층의 나노 패턴을 겹치면 여러 선이 얽힌 신경망처럼 따라하기 복잡한 구조를 나타내 보안이 뛰어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나노 지문은 어디에 쓸 수 있을까요? 나노 지문을 스티커처럼 각 물질에 붙이면 바코드같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보석 등 귀중품에 붙여 이름표를 새기거나, 개미, 머리카락, 세균처럼 작은 물체나 생물에 부착해 정보를 담을 수 있어요. 김 교수는 “머리카락이나 반도체와 같이 작은 물체에도 이름 붙일 수 있어, 사물인터넷(IOT*) 실현에 도움될 것”이라며 “개미나 대장균 생명체에 붙이면 아주 작은 생물도 하나씩 식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어요.
용어정리
* IOT(사물인터넷):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실시간 주고받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