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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의 탄생은 우연의 연속

두 사람의 지문이 같을 확률은 640억 분의 1이라고 해요. 이는 로또 1등 당첨 확률인 840만 분의 1보다 무려 1만 배가량 낮은 확률이죠. 어째서 이처럼 모든 사람의 지문이 다른 걸까요?

 

지문을 조각하는 단백질 3인방

올해 2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교 유전학과 데니스 헤든 교수팀은 지문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 분자를 찾아 지문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지문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만들어지는 이유를 알지 못하다가, 이번에 그 비밀을 알아낸 거죠.

 

지문을 이루는 선을 ‘융선’이라고 합니다. 융선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만들어져요. 임신 13주부터 태아의 손가락 끝에 생기기 시작해 1차로 융선이 전체적으로 생성되면, 이후 그 빈틈을 메우는 2차 융선이 나타나며 지문이 완성되어 가지요.

연구팀은 태아 시기 융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쥐가 태아 상태일 때 발 주름이 발달하는 모습과 사람의 배아* 세포가 발달하는 과정을 관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문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 세 가지 단백질 분자를 발견했어요. 지문의 움푹 들어간 부분을 만드는 단백질(WNT)과 융선 사이의 간격을 조절하는 단백질(EDAR), 그리고 이 둘의 활동을 조절하는 단백질(BMP)입니다. 지문은 모래사장에서 구덩이를 파듯 매끈하던 피부에 홈이 파이며 만들어지는데, 위 세 단백질 분자가 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죠.

 

연구팀은 EDAR 단백질이 많아지면 융선의 간격이 넓어지고, WNT 단백질이 많아지면 홈이 파여 융선이 짙어지며, BMP 단백질이 많아지면 융선이 줄어드는 모습을 알아냈어요. 즉, WNT와 EDAR 단백질은 융선 형성에 기여하고, BMP 단백질은 반대로 융선 형성을 억제하며 복잡한 무늬가 만들어진 거죠. 이렇게 여러 요소가 서로에게 무작위로 영향을 주면서 정해지지 않은 형태로 생기는 무늬를 ‘튜링 패턴’이라고 합니다. 열대어나 표범, 얼룩말 등에서 볼 수 있는 점무늬와 줄무늬 역시 튜링 패턴으로 알려졌지요. 연구팀은 세 단백질 분자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지문을 무작위적인 튜링 패턴 형태로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제껏 지문의 융선이 완성돼 가는 구체적인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혈액이나 피부 주름 등이 영향을 줬을 거라는 여러 가설만이 존재했죠. 헤든 교수는 “지문 발현 원리를 찾아낸 건 지문뿐만 아니라, 머리카락, 치아, 손톱, 땀샘과 같은 여러 피부 구조의 원리를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용어정리
*배아 :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된 상태부터 8주까지의 개체를 배아라고 말하며, 그 이후를 태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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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박동현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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