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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글씨도, 식사 준비도 문제없다!

“로봇이 정말 명필이네요!”
8월 31일 오후, 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 연구실에서 로봇이 멋들어지게 붓글씨를 쓰고 있습니다. 로봇 팔은 먼저 종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묵직한 문진을 그리퍼로 붙잡아 화선지 양쪽 끝에 올려두었어요. 그리고는 벼루 뚜껑을 열어 먹물을 부은 뒤 붓에 먹물을 묻혔죠. 로봇은 화선지에 먹물 방울이 떨어지지 않도록 벼루 모서리에 붓을 문질러 털고는 글씨를 썼습니다. 커터칼로 화선지를 깔끔하게 잘라내는 마무리까지 완벽했죠.

그리퍼는 사람의 손에 해당합니다. 로봇이 어떤 작업을 할 때 물체와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부분이죠. 그리퍼의 목표는 물체를 잡는 것뿐 아니라 사람을 대신해 도구를 다루며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붓글씨를 쓴 로봇의 그리퍼는 문어가 물체를 잡을 때 다리로 물체의 표면을 휘감아 잡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졌어요. 말랑말랑한 실리콘 소재에 문어의 빨판에 해당하는 진공 구멍을 촘촘하게 뚫은 뒤, 공기를 빨아들여 물체를 흡착해 잡는 거죠. 연구팀은 그리퍼가 물체를 흡착할 때 미세한 와이어가 유연하게 휘어지면서 물체 표면을 감싸도록 설계해 공기가 새지 않게 했어요.

한국기계연구원 송성혁 선임연구원은 “물체 표면이 울퉁불퉁하거나 구멍이 있으면 공기가 새면서 물체를 붙잡지 못하던 기존 진공 그리퍼의 한계를 극복했다”며 “하나의 로봇 그리퍼로 붓글씨뿐 아니라 간단한 조리, 백신 접종, 망치질 등 다양하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어요. 이어 “바늘처럼 극단적으로 얇은 물체까지도 붙잡을 수 있는 그리퍼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