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새해 벽두에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오천 원권이 등장했습니다. 앞으로 천 원권, 만 원권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지요. 그래서인지 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돈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없으면 하루도 살기 힘들고, 어느 누구나 많이 갖고 싶어하고, 사람을 웃기기도 울리기도 하는 돈. 우리가 몰랐던 돈에 대한 비밀을 밝혀 봅니다.
01. 돈에 숨겨진 첨단 과학의 비밀 새 오천 원권에는 어떤 비밀들이 숨어 있을까?
02. 화폐 없는 나라‘노머니 공화국’의 하루 ‘돈이 없으니 정신이 없네, 없어!’
03. 돈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들 ‘돈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숨어 있다!’
1. 돈에 숨겨진 첨단 과학의 비밀 새 오천 원권에는 어떤 비밀들이 숨어 있을까?
올해 첫 선을 보인 새 오천 원권 보았나요? 설날 새뱃돈으로 받은 오천 원권이 있다면 한번 자세히 살펴봐요. 지폐의 크기는 전보다 더 작아졌지만, 위조를 막기 위한 새로운 기술들은 더 많이 감춰져 있답니다.
새 오천 원권에 숨어 있는 과학!
새 오천 원권은 전문가들이 많은 공을 들여 만든 것으로 우선 디자인이 많이 변했어요. 율곡 이이의 초상은 전과 같지만 오죽헌과 검은 대나무 그림이 추가되었어요. 뒷면에는 신사임당의 작품으로 전해지는‘초충도’여덟폭병풍 가운데 수박, 맨드라미, 달개비풀, 그리고 여치와 나비가 등장하지요.
그러나 새 지폐가 더 아름다워지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바로‘위조방지장치’가 더욱 강화되었기때문이지요. 공들여 만든 지폐가 쉽게 위조된다면 더 이상 돈의 기능을 할 수 없겠지요. 새 오천 원권을 만들게 된 이유도 종전의 오천 원권이 위조하기가 쉬웠기 때문이에요. 2005년에는 2004년도에 비해 가짜 오천 원권이 8배 이상 늘어났어요. 그래서 새 오천 원권에는 이러한 위조를 방지하는 첨단기 술이 21가지나 들어갔다고 해요.
이제 그 기술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도움 말씀은 한국조폐공사 디자인조각팀 박창식 부장님이 해주었어요.



조개 껍데기 무지개 빛을 오천 원권에! 색변환 잉크
뒷면 오른쪽의 숫자‘5000’은 보는 각도에 따라 황금색에서 녹색으로 변하도록 특수 잉크로 찍었습니다. 이 특수 잉크는 한국조폐공사에서 개발한 것인데, 조개 껍데기 안을 보면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다르게 보이는 현상을 응용한 것입니다. 굴절하는 정도가 다른 금속들을 진공 상태에서 가열하고 증발시키면 여러 층의 얇은 막이 형성됩니다. 이 막을 아주 작게 부수어 잉크로 만들면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한답니다.
기울여 봐야만 보이지! 요판잠상
앞면 아래쪽에는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밝은 빛에 비스듬히 기울여 보면‘WON’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금속 인쇄판을 만들 때 선의 폭과 각도, 깊이 등을 정밀하게 조정해 특정하게 보는 각도에서만 문자가 보이도록 했습니다.
세 가지 그림을 한꺼번에! 홀로그램
새 지폐에 들어간 홀로그램을 보면 보는 각도에 따라 독도가 포함된 한반도 지도, 태극과 액면숫자(5000), 4괘의 세 가지 무늬가 번갈아 나타납니다. 홀로그램은‘간섭현상’이라 부르는 빛이 가지는 파동의 성질을 이용해 원래의 상을 재현합니다. 보통 사진의 상은 빛의 세기만으로 밝고 어두움을 표현하지만, 홀로그램은 빛의 파동으로서의 성질을 이용해 상을 만들기 때문에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무늬를 만듭니다. 홀로그램을 떼어 위조에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홀로그램 위에‘한국은행 5000’이라는 문자를 덧인쇄하였습니다.
앞과 뒤가 만나 태극을 이루네! 앞뒤판 맞춤
앞면‘한국은행’문자 왼쪽의 동그란 원에 빛을 비추어 보면 뒷면 무늬가 합쳐져 태극이 보입니다.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인쇄해야만 정확히 일치하는 그림을 얻을 수 있지요. 보통의 인쇄 기술로 앞면과 뒷면을 따로 인쇄하면 무늬가 어긋나게 됩니다.
빛 속에서만 드러나는 숨은 그림과 숨은 막대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무늬가 있는 금속판으로 종이의 두께를 미세하게 조정하여 숨은 그림을 만듭니다. 종이의 두꺼운 부분이 얇은 부분에 비해 통과하는 빛의 양이 적어져 더 어둡게 보이는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홀로그램, 색변환 잉크, 요판잠상, 앞뒤판 맞춤 등의 기술은 지폐를 위조할 수 없게 만드는 기술이에요. 컬러프린터나 스캐너로는 지폐 고유의 색상이나 무늬의 변화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지요. 이밖에 자성잉크, 적외선잉크와 같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등 각종 현금취급기계에 적용되는 위조방지기술도 있어요. 이 기술이 들어간 현금자동입출금기는 빠르면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에요.
엄마, 아빠의 지갑에는 왜 지폐보다 카드가 더 많을까?
엄마, 아빠의 지갑에는 전화카드, 버스카드, 현금카드, 신용카드 등 여러 가지 카드들이 있습니다. 카드는 돈과 같은 기능을 하지만, 한결 편리하게 공중전화나 버스를 이용하고 물건을 사거나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지요. 게다가 현금카드나 신용카드는 비밀번호를 알아야 하거나 서명을 해야만 쓸 수 있기 때문에 현금보다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현금카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현금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입력함으로써, 통장없이 은행원의 손을 거치지 않고 은행에 저축을 하거나 저축했던 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은행 업무를 하지 않는 밤이나 주말에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신용카드
직업과 소득이 안정되어 있어 신용카드를 발행하는 회사(신용카드사)의 신용을 얻은 회원은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어요. 신용카드회원은 미리 신용카드사와 계약을 맺은 상점에서 신용카드를 제시하고 전표에 서명을 하면 현금 없이도 상품을 살 수 있지요. 그리고 나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한꺼번에 신용카드를 사용한 금액을 신용카드사에 내면 됩니다.
스마트카드
집적회로(IC)라고 하는 전자 칩을 카드에 집어 넣어 많은 양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카드입니다. 지금까지 따로 사용했던 신용카드, 현금카드뿐만 아니라 학생증이나 운전면허증, 심지어는 회원카드나 전자식 입장권까지도 스마트카드 속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전자화폐
스마트카드의 IC칩이나 컴퓨터를 통해서 돈을 전자정보로 저장했다가 사용하는 화폐를 말합니다. 즉, IC칩에 저장된 돈의 사용량을 은행에 시시각각 온라인을 통해 알려 줌으로써 스마트카드를 마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갑이 불룩 해지도록 현금을 넣어 다니거나, 현금으로 물건을 사고 잔돈을 거슬러 받는 일이 없겠지요.
2. 화폐 없는 나라‘노머니 공화국’의 하루 ‘돈이 없으니 정신이 없네, 없어!’
자〜, 화폐가 없는 나라‘노머니 공화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경제부총리 이대박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오실 때는 지갑일랑 훌훌털어버리고 빈손으로 오십시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화폐를 쓸 일은 없을테니까요. 사실 화폐가 좋을 게 뭐 있나요? 잘 찢어지지, 위조 화폐를 만들기도 쉽지, 시간이 지나면더러워지잖아요. 게다가 돈 때문에 사람을 속이고 심지어 돈을 훔치기도 하는 일도 많으니…. 쩝, 돈은 없는 게 낫다고요!
그럼 우리나라의 평범한 시민 공수표 씨의 하루를 보며 화폐가 없는 세상이 얼마나 편한지 한번 지켜보세요〜.
노머니 공화국의 평범한 마을에 사는 공수표 씨. 그는 먹을거리를 사러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식료품 가게에 간 공수표 씨는 우유 한 통과 빵 다섯 개를 사기 위해 집에서 들고 온 연탄 다섯 개를 내놓았다. 하지만 가게 주인이 말하길. “저번 주에 커다란 석탄 광산이 발견되었다네. 덕분에 연탄이 넘쳐 나. 그래서 자네가 원하는 만큼의 식료품을 사려면 연탄 열다섯 개는 내놓아야겠어.”
이런〜! 그 사이에 연탄의 가치가 세배나 떨어지다니! 공수표 씨는 허탈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공수표 씨. 추가로 연탄을 더 꺼내기 위해 창고로 들어갔다. 창고의 불을 켜는 순간 그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들녀석이 그 사이 그만 큰 사고를 내고 만 것이었다. 창고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쌓아 놓은 연탄 더미 쪽으로 넘어져 연탄을 다 부숴 놓고 말았으니….
공수표 씨는 어쩔 수 없이 아내가 며칠을 고생해서 뜨개질 한 모자와 옷을 갖고 가서 원하는 식료품을 얻을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가 손해를 본 거래였지만 마땅히 바꿀 물건이 없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허탈한 오전을 보낸 후 평소와 다름없이 열심히 일을 하던 공수표 씨. 그 때 갑자기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공수표 씨 되십니까? 여기는 노머니 은행인데요. 축하 드립니다! 얼마 전에 응모하셨던 복권이 일등으로 당첨 되셨습니다!”
와〜! 아침에 있었던 찜찜한 사건은 복권 당첨의 액땜이었구나! 공수표 씨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옷도 입는 둥 마는 둥 하며 곧장 은행으로 달려갔다.
은행장은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그에게 젖소 1000마리를 가져가라고 했다. 공수표 씨는 입이 귀밑까지 째질 정도로 기뻐하며 젖소들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웬걸〜! 그는 곧바로 큰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이 많은 젖소들을 어떻게 집까지 데리고 간담〜. 소 1000마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던 것이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천신만고 끝에 젖소들을 끌고 집으로 돌아온 공수표 씨. 일일이 젖소의 수를 세어 보니 벌써 수백 마리가 없어진 상태였다. 집으로 오는 도중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거나 도망친 소가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라도 다행이었다. 공수표 씨는 곧 지친 몸을 추스려 젖소들을 보관할 외양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많은 소들을 기를만한 공간을 만들기란 어림 없는 일이었다. 망치질을 멈추고 잠깐 생각에 잠긴 공수표 씨. “외양간은 그렇다 치고 이 녀석들 먹일 풀은 어떻게 구하지? 그리고 이 녀석들이 내 놓을 엄청난 배설물은 또 어떡하고!” 갑자기 공수표 씨는 망치를 던지며 크게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 나보고 어떡하라구! 너무 불편해! 제발 나라에서 화폐 좀 만들어 줘요"
화폐가 없으면 얼마나 불편한지 실감나지요? 화폐는 이렇게 중요하답니다. 화폐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한 번 살펴볼까요?
지불 수단 : 물물교환을 할 때에는 위와 같이 불편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교환을 편하게 하기 위해 화폐를 만들어 냈다.
가치의 저장 수단 : 상품을 팔거나 노동력의 대가로 화폐를 보유하면 화폐는 가치를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돈이 많으면 부자라는 말은 이 기능에서 나온 것이다.
가치의 판단 수단 : 가치가 화폐 단위로 통일되어 상품의 가치를 화폐의 액수로 표시하는 역할. 지나치게 가치가 오르거나 낮아지면 안 된다.
3. ‘돈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들’ 돈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숨어 있다!
돈은 그 중요성만큼이나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그 나라의 돈을 보면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알 수 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지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만큼 돈에는 재미있고 특별한 사실도 많이 숨어 있는데요. 지금부터 흥미진진한 돈백과사전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우리나라에서 쓸 수 있는 돈은 106가지!
2006년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몇 가지 화폐를 쓰고 있을까요? 지폐 세 종류(천 원, 오천 원, 만 원)와 주화 여섯 종류(일 원, 오 원, 십 원, 오십 원, 백 원, 오백 원)를 합쳐 모두 아홉 가지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렇다면 이 아홉 가지 화폐 외의 우리나라 화폐는 지금 쓸 수 없는 걸까요?
하지만 의외로 쓸 수 있는 화폐의 종류는 훨씬 많답니다. 옛날에 발행되어 지금은 만들지 않는 화폐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것이지요. 화폐가 가치를 갖고 쓰일 수 있는 특성을 ‘통용력’이라고 하는데, 일단 발행된 화폐는 특별한 법 조항 없이는 그 통용력을 잃지 않는 답니다. 40년도 훨씬 넘은 1962년에 만들어진 지폐를 지금도 쓸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현재 법적인 통용력을 가지고 있는 화폐는 지폐 23종, 일반주화 14종, 기념주화 69종으로 모두 합해 106가지나 된답니다. 혹시 집에 오래 된 지폐가 있는데 못 쓰는 줄 알고 보관하고만 있었다면 오늘 한번 물건을 살 때 써 보세요. 하지만 그런 오래 된 돈은 갖고 있는 게 더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지요?
우리나라 지폐에 여성이 등장했었다?!
여자 친구들이 알면 기분 나쁠 사실이 있어요. 바로 우리나라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이 다 남자라는 것이 지요. 이순신, 이황, 이이, 세종대왕이 모두 남자니까 요. 외국에서도 여성이 화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답니다. 500프랑 지폐에 남편과 함께 등장하는 프랑스의 마리 퀴리, 100마르크 지폐에 등장하는 독일의 피아니스 트 클라라 슈만, 올해 발행한 5000엔 신권에 등장하는 일본의 여성 소설가 히구치 이치요 정도 밖에 없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지폐에도 여성이 등장한 적이 딱 한 번 있었어요. 1962년에 만든 백환권 지폐에 한 어머니와 아들의 초상이 등장했던 것이지요. 주인공은 당시 조폐공사에 근무했던 여직원과 그녀의 아들이었다고 하는데, 그나마 이 지폐는 화폐개혁으로 한 달도 안 돼 없어지고 말았답니다.
돈을 만드는 데 얼마의 돈이 들까?
돈을 만드는 데도 돈이 든다는 사실. 당연한 것이지만 재미있게 느껴지지요. 우리나라 동전들의 몸값은 얼마인지 한번 알아볼까요? 오백 원짜리 동전은 105원, 백 원은 75원, 오십 원은 50원, 십 원은 38원이 든다고 해요. 나머지는 괜찮은데 십 원짜리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지요. 십 원짜리 동전은 구리와 아연을 섞어서 만드는데 재료의 값이 비싸서 이렇게 된 거랍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올해 십 원짜리 동전을 지금보다 크기도 줄이고 재료도 값이 싼 금속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어요. 가운데 구멍을 뚫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는군요.
지폐 속의 위인들은 왜 오른쪽에 있을까?
우리나라 위인들께서는 오른쪽을 좋아하시는 걸까요? 우리나라 지폐에는 모두 오른쪽에 위인의 초상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딱 중앙에 위치하는 게 보기 좋을 것 같은데 굳이 오른쪽에 배치한 이유는 과연 뭘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오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1956년 제작된 오백 환권에는 당시 이승만대통령의 초상이 중앙에 들어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을 본 이승만 대통령이 “그걸 지갑에 넣으면 내 얼굴이 반으로 접히지 않느냐?”라며 불쾌해 했다고 해요. 결국 그 지폐들은 다 회수되고 새롭게 제작된 지폐에는 초상이 오른쪽에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의외로 싱거운 이유였지요? 그리고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들어간 이유는 우리나라에 오른손잡이가 많고, 또 오른손잡이는 대부분 오른쪽을 먼저 보기 때문이라고 해요.
돈에도 출생번호가 있다!
사람에게 주민등록번호가 있는 것처럼 돈도 저마다의 출생 번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화폐와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지요. 지폐에 붙여지는 고유 번호를‘기호와 번호’라고 하는데요. 혹시 만 원권이 있다면 꺼내서 앞면의 왼쪽 위와 오른쪽 아래를 한번 살펴보세요. 위에 보이는 만 원권에는‘0742067 아가라’라고 적혀 있네요. 이것이 바로 출생번호랍니다. 가장 먼저 제작된 지폐에는 일곱 자리 번호‘0000001’를 붙이고 뒤에 기호‘가가가’를 붙입니다. 이 기번호를 보면 지폐가 몇 번째로 발행되었는지 알 수 있답니다.
저승 갈 때도 돈이 필요하다!
‘돈은 살아 있는 사람한테만 필요한 게 아니래요.’ 농담 같은 이야기지만 우리 조상들은 저승사자들이 와서 죽은 이의 영혼을 데려 간다고 믿었답니다. 그래서 무덤을 만들 때 상을 차려 밥과 명태, 짚신, 그리고 동전 세 닢을 놓아 두었어요. 저승길에도 돈이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와 같은 풍습이 서양에도 있었다는 사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죽은 사람의 입에 은화 한 닢을 넣었다고 해요. 사람이 죽으면 검은 물이 흐르는 죽음의 강을 건너야 저승을 갈 수 있는데 그 때 낼 배삯이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세상에 부럼 없어라…’
돈에는 참 많은 정보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심지어 돈을 갖게 되는 사람한테 읽어 보라 는 문구도 적혀 있는데요. 재미있는 문구들이 많습니다. 미국의 모든 달러 지폐에는‘신이여, 당신을 믿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요. 이것은 신을 믿듯이 신성한 화폐를 신뢰하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요. 독일의 마르크와 프랑스의 프랑 지폐에는‘지폐를 위조하거나 위조 한 지폐를 쓴 자는 감옥살이에 처한다’라는 경고성 문구가 적혀 있답니다. 위조지폐범들 이 이 문구를 보면 감히 위조지폐 만들 생각을 못 하겠지요? 북한의 돈에도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1979년 발행되어 지금도 쓰이고 있는 일 원권에는‘세상에 부럼 없어라’라는 특이한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폐에는 이런 문구가 없습니다. 새 지폐에 뭔가 의미 있는 문구가 적혀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화폐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세상
화폐 안에는 꼭 사람의 초상만 들어가는 걸까요? 천만의 말씀! 우리나라 지폐의 뒷면에는 우리 민족의 문화를 상징하는 경회루, 오죽헌, 도산서원 등의 건축물이 들어가 있답니다. 이렇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유구한 역사를 강조하기 위해 위인이나 건축물을 넣는게 보편적이지만 나라가 많은 만큼 돈에 표현되는 존재들도 다양하답니다. 동물들 역시 화폐에 등장하는 단골손님들인데요. 일본에는 꿩, 몽골은 말, 캐나다는 올빼미, 그리고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의 화폐에는 코끼리, 사자, 얼룩말 등 아프리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동물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특이하게 수리남은 화폐에 오로지 식물만을 넣기도 하지요. 스위스의 지폐에는 곤충인 개미도 등장합니다. 또 아프가니스탄은 전통 스포츠인‘부즈카시’를 하고 있는 모습을 지폐 속에 넣기도 했지요. 이렇듯 화폐 안에는 그 나라와 민족을 상징하는 작은 세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통합 화폐 아쿠(ACU)
엔, 위안, 루피아, 링깃, 동, 원….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아시아 국가들의 화폐 단위랍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위가 다르면 불편한 점이 있어요. 다른 나라에 가서 돈을 쓰려면 그 나라의 돈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지요. 만약 이렇게 나라마다 다른 화폐 단위를 통일하면 어떨까요?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유로’라는 단위로 화폐를 통일해서 쓰고 있답니다. 아시아의 국가들도 환전의 불편함 때문에 서서히 통일 화폐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요. 그 이름이 바로‘아쿠(ACU)’랍니다.
돈은 불량품이 인기가 많다?
세상에 불량품이 더 환영받는 경우가 있을까요? 없을 것 같지만 돈의 세계에는 불량품이 인기가 더 많답니다. 바로 화폐를 수집하는 사람들의 관심 때문인데요. 잘못 제작된 화폐는 아주 희귀하기 때문에 수집가들의 군침을 돌게 하는 매력덩어리라고 합니다. 지난 1월 7일 미국의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앤드루 잭슨 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 옆에 오렌지 주스로 유명한 델몬트 사의 스티커가 잘못 새겨진 20달러 지폐 한 장이 경매를 통해 2만 5300달러(우리나라 돈 2500만 원)에 팔렸다고 해요. 1996년 미국의 포트워스 조폐창에서 만들어진 이 지폐에 어떻게 스티커가 들어가게 되었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정말 희귀한 일이라고 합니다. 불량품으로 출생한 덕분에 이 20달러 지폐는 원래몸값의 1200배가 넘는 가치를 지니게 된 셈이지요.
과학자는 화폐에 등장하는 단골 인물
화폐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정치인, 문화예술인, 학자, 그리고 과학자들도 등장하지요. 다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는 인물인데요. 그럼 어떤 과학자들이 화폐에 등장했었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이스라엘의 5리로트 지폐에 등장했어요. 프랑스의 500프랑 지폐에는 방사능을 발견한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가 등장하고 영국의 1파운드 지폐에는 뉴턴이 등장합니다. 또 뉴질랜드의 100달러 지폐에는 원자물리학의 아버지라는 러더퍼드의 초상이 실렸고, 이탈리아의 2000리라에는 무선전신을 발명한 마르코니의 모습을 만날 수 있지요. 화폐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사회적인 변화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과학이 주목받는 21세기에는 더 많은 과학자들이 화폐에 등장할 거예요. 과학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화폐 속에도 과학자가 한 명쯤은 등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새 화폐에 과학자가 등장한다 면 여러분은 어떤 과학자를 추천하고 싶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