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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죽은 거미로 물건을 들어 올린다?! 거미 그리퍼

그리퍼 연구에 한계란 없다
미국 라이스대학교 기계공학부 다니엘 프리스턴 교수팀은 죽은 거미의 다리 움직임을 조절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다는 연구를 지난 7월에 발표했어요. 그리고는 이 연구에 ‘죽음, 시체’를 뜻하는 그리스어 ‘네크로(necro)’와 로봇공학이라는 뜻의 ‘로보틱스(robotics)’를 합쳐 ‘네크로보틱스(necrobotics)’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왜 네크로보틱스에 거미를 활용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거미가 다리를 움직이는 방법에 있습니다. 사람과 같은 동물은 보통 팔다리를 움직일 때 한 쌍의 근육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팔꿈치를 굽힐 때는 이두근이 수축하고, 펼 때는 이두근의 반대편에서 삼두근이 수축하는 식이죠. 하지만 거미는 기본적으로 다리가 오므려져 있어요. 그러다 머리 쪽에 있는 혈액 조절 기관에서 다리 관절로 혈액을 보내면 수압이 높아져 다리가 펴지지요. 즉, 거미는 다리 관절로 보내는 혈액을 조절하면서 다리를 구부렸다가 폈다가 하는 거예요.

 


연구팀은 죽은 거미의 몸에 주사기를 꽂은 뒤, 주사기의 압력을 조절해 거미의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해 봤어요. 이후 거미 다리로 물체를 붙잡아 들어 올려 봤죠. 그 결과 실험에 쓰인 늑대거미 종의 경우 몸무게의 130%까지 들 수 있었고, 약 700회 반복할 때까지 물체를 잘 들어 올렸습니다. 연구팀은 “거미 그리퍼는 작은 물체를 분류하거나 움직이는 반복 작업에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죽은 동물을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이에 대해 프리스턴 교수는 “이 연구는 이미 죽은 거미로부터 유래된 생체 물질만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생체 물질을 포함한 로봇 연구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다니엘 프리스턴(미국 라이스대학교 기계공학부 조교수)
파예 얍(미국 라이스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사과정생)

“우연히 발견한 거미를 로봇 연구에 응용했습니다”

 

 Q거미 그리퍼의 아이디어를 얻은 순간을 묘사해 주세요.
 파 새 연구실을 공사하는 동안 건물 복도 끝에 다리를 오므린 거미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덕분에 거미 다리가 근육 대신 수압으로 움직이는 원리를 알게 됐고, 이 독특한 방식을 로봇에 응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거미 그리퍼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파 자연에서 만들어진 복잡한 구조를 거의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로봇 그리퍼를 제작하는 데에 필요한 많은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구동할 수 있습니다.
다 우리는 거미 다리의 미세한 털들이 표면이 매끄러운 물체를 붙잡는 데 유리하다고 가정했습니다. 털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Q거미 그리퍼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 우리 연구실은 유연한 물질이나 섬유 같은 재료를 활용해 물체를 훼손하지 않고 다루는 소프트 로봇을 개발하고 있어요. 거미 그리퍼는 제작하기 쉬울 뿐 아니라 전체가 생분해성 소재입니다. 게다가 자연 모습 그대로의 거미를 활용하기 때문에 풀숲에 위장해서 작은 곤충을 포획하는 현장 연구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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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9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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