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감당 못 할 정도로 거대한 폭우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 곳곳을 덮쳤어요. 기후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사람 때문이라고 해요.
전국, 전 세계를 강타한 비구름
지난 8월 8일 서울 남부에 집중적으로 내린 폭우는 그간의 기록을 죄다 경신했어요. 서울시 동작구 기준 8일 하루 만에 381.5mm의 비가 내렸습니다. 1907년 우리나라가 기상을 관측한 이래로 하루 치 최고 강수 기록이었어요. 동작구는 한때 시간당 141.5mm의 강수량을 기록하며 호우경보● 기준을 훌쩍 뛰어넘기도 했죠.
이는 장마철 한 달 강수량●에 달하는 비가 8일부터 이틀간 한꺼번에 쏟아진 셈이에요. 이로 인해 건물과 차량이 침수되며 사상자까지 발생했어요. 하지만 서울이 물에 잠긴 날, 한반도 남부 지역은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무더웠습니다. 많은 비가 서울 근처에만 집중적으로 내렸던 거였죠.
비구름이 이토록 좁게 중부지방에만 형성됐던 건 정체전선 때문입니다. 한반도 위쪽으로 지나는 대기는 편서풍을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요. 이 흐름을 따라 한반도 북쪽에 있던 차고 건조한 공기도 동쪽으로 쭉 이동해야 했지만, 앞에 있던 고기압이 길을 막았어요. 이를 ‘블로킹 현상’이라고 합니다. 극지방 온도가 올라가며 대기 흐름이 불안정해져 발생하는 현상이죠.
고기압에 가로막혀 동쪽으로 가지 못한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와 한반도 중부 지역에서 여름철의 뜨겁고 습한 공기와 만났어요. 그 결과 급격하게 거대한 비구름이 형성됐죠.
이번 비구름이 유독 강력했던 이유는 따뜻해진 바다에 있습니다. 온도가 1℃ 오르면 수증기량은 7% 늘어나요.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오르며 바닷물이 증발해 대기에 수증기량이 많아졌어요. 결국 평소보다 거대한 비구름이 만들어진 거였죠. 비슷한 시기, 세계에서도 물난리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왔어요. 8월 초 미국에서는 사막지대인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1000년에 한 번 발생할만한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기도 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손석우 교수는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기후위기로 인해 그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극단적인 현상이 잦아졌다”며 “아직 단정할 순 없지만, 이상기후가 늘어나는 건 사람으로 인한 기후위기 때문이라는 게 기상학자들의 중론”이라고 밝혔어요.
●호우경보: 강수량이 3시간에 90mm, 또는 12시간 동안 150mm 이상일 때 발령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의 7월 한 달 평균 강수량은 414.4mm이다.
●폭염주의보: 한낮 최고기온이 33℃ 이상이면서 더위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리는 기상 발령.
●인터뷰
권원태(전 국립기상연구소장, 한국기후변화학회 고문)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 심한, 더 잦은 재해가 발생할 것”
Q이번 폭우는 기후변화 때문인가요?
단 하나의 집중호우 사례를 기후위기라고 바로 단정 짓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추세나 통계를 살펴보면 이런 극한 현상이 지구온난화 때문임은 분명합니다.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이미 1.1℃ 상승했어요. 2040년엔 1.5℃까지 상승할 거라고 해요. 1.1℃만 올라도 지금과 같은 재해가 일어나는데, 더 오른다면 극단적 재난이 가속되며 식량 문제까지 일어날 겁니다.
Q기후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내가 당장 피해를 입지 않더라도 기후위기는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보는 셈이에요. 정부와 기업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구하는 등 목소리를 지속해서 내며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게 시민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법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