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개발되며 편리함은 늘어났지만, 빗물은 점차 갈 곳을 잃고 있습니다. 빗물 길이 막히지 않도록 도시의 빗물 수용량, 즉 ‘빗물 길’을 늘려야 하는 이유예요.
최고의 빗물 길은 자연 그 자체
이번 폭우 사태로 주목받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빗물 터널이죠. 빗물 터널은 지하 터널과 유사한 구조물로, 집중호우 시 저지대에 고인 빗물을 담아두는 지하 시설입니다. 빗물을 저장하고 있다가 비가 그치면 근처의 천으로 방류해요. 빗물 터널 덕분에 비가 세차게 내린 8월 8일에도 신월동 일대는 무사할 수 있었어요.
대규모 터널은 효과가 확실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건설 기간도 오래 걸려요. 작은 단위로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건물 옥상 및 지하 공간에 빗물을 저장하는 빗물 저금통을 만드는 거예요. 지금은 건물에 내린 대부분의 빗물이 땅으로 향합니다. 빗물 저금통은 배수로에 과도하게 빗물이 집중되는 걸 막아주며, 저장된 빗물을 여름철 건물 냉각이나 비상용수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죠.
도심의 도로를 뒤덮은 아스팔트는 지표면의 빗물 흡수를 방해합니다. 한편 녹지는 빗물을 많이 흡수하죠. 도시 개발 시 녹지를 최대한 많이 유지하는 게 중요한 이유예요. 도시 곳곳에 초지를 늘리고, 보도블록을 최소화하며 건물 옥상에 녹지를 형성하는 등의 방안이 있어요.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명예교수는 “기후위기로 게릴라성 호우가 잦아지고 있는 만큼 도시의 강우 흡수 능력을 다방면으로 늘려야 할 것”이라며 도시의 빗물 흡수 능력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각자 맡은 만큼만 빗물을 처리해요.”
각자가 자기 구역만큼 책임지는 거예요. 빗물 터널과 도시 녹지화 등의 방안도 있지만, 각 건물에 떨어진 빗물을 스스로 처리하는 빗물 저금통을 설치한다면 가장 빠르고 경제적인 폭우 대비법이 될 겁니다. 이는 다른 방안보다 비용 대비 효과도 가장 크지요.
실제 서울 광진구에 있는 스타시티는 빗물 저금통이 설계되어 있어 평소에도 소방차 100대 용량의 빗물을 항시 저장하고 있어요. 여름철 건물을 시원하게 해주며, 비상시에 소방 용수로도 사용 가능하죠. 도심 속 빗물 저금통을 활용 중인 세계 최고 모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