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하라 탐정의 첫 번째 위기다냥. 용의자가 “영상을 만들어서 올린 건 맞지만 이미 죽어 있던 고양이를 길에서 데려다가 괴롭히는 것처럼 꾸민 것”이라고 주장한다냥. 용의자의 집에서 발견한 사체를 부검해 고양이가 학대로 죽은 것인지 자연사한 것인지 알아내야겠다냥!
‘동물 국과수’ , 이제는 만들자
포항 폐양어장 길고양이 학대 사건의 사체를 부검해 학대 정황을 밝힌 곳, 경북 김천 농림축산검역본부 질병진단과를 6월 2일 방문했습니다. 이곳 말고는 학대 의심 동물을 부검해주는 곳이 없어 전국의 의뢰가 여기에 모입니다. 죽은 동물에게 전염병이 있었는지를 진단하는 곳이 어쩌다 학대 사건을 다루게 됐는지 묻자 이경현 수의연구관이 겸연쩍게 웃으며 답했습니다.
“학대 의심 동물 부검을 다른 데서는 다 거절하셨다는데 어떻게 우리도 안 해줘요.”
동물학대 의심 사체를 부검하면 법정에 출석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부담되는 일임에도 부검의들이 3년 전 요청을 차마 거절하지 못한 이후 동물학대 의심 사례의 부검 의뢰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늘어났습니다. 2019년 102건이었던 것이 2021년 228건으로 증가해 질병진단과가 한 해 동안 부검한 사체 총 483건 중 절반에 달했지요.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서울에서 도착한 길고양이 사체 부검이 있었습니다. 김아영 수의연구사는 “동물학대 의심 사례 중 약 70%가 고양이”라고 말했습니다.
“턱 아래에 구멍이 났네요. 구더기 때문에 생긴 건지, 학대 때문에 생긴 건지 살펴봐야겠어요.”
부검실에서 부검을 시작한 김 연구사가 말했습니다. 이어서 목구멍 쪽 피부 아래에서 출혈이 발견돼, 턱 밑에 충격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심장 부위 지방의 양은 적당한 것으로 보아 영양 상태는 좋았습니다. 김 연구사는 “돌봐주시던 분이 밥을 잘 챙겨주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고양이는 두개골에 여러 손상이 발견됐습니다. 손상 위치와 정도로 보아 교통사고보다는 학대로 인한 사망으로 기울었지요.
검역본부의 현재 인력으로는 전국에서 들어오는 부검 의뢰를 모두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이에 수의법의학센터 설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은주 국회의원실의 배혜정 선임비서관은 “예산이 연말에 국회에서 승인돼야 한다”며, “예산과 인력이 줄어들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김아영(농림축산검역본부 질병진단과 수의연구사)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
Q수의법의학센터가 설립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지금은 독성 검사와 영상학 검사 등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센터가 설립되면 담당 인력을 배치할 수 있겠죠. 초콜릿처럼 사람에게는 무해하지만 동물에게는 유해한 물질도 검출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도 있어야겠고요. 지방정부에서도 수의법의학센터를 설치할 필요성을 느끼고 절차를 준비하고 있어요. 최근에 당선된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관련 공약을 냈거든요.
Q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부검을 의뢰받은 사체가 너무 오래되어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 많지 않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 안에서도 작은 학대 증거들을 찾아냈지요. 신고자가 동앗줄을 잡은 기분이라며 감사하다고 말해주시더라고요. 이처럼 학대 받지 않았다면 잘 살았을 동물들이 이리로 오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피의자를 특정하는 일은 경찰 몫이겠지만 처벌을 위한 핵심 증거를 모으는 일은 우리 몫이에요.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죠. 저도 집에서는 벌레도 못 잡는데, 여기서는 구더기를 보면서 애쓰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