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에스곰은 며칠 전 길에 있는 쓰레기를 주웠어. 그런데 누군가 ‘악마의 편집’을 해서 사람들에게 공유했지 뭐야?! 어떤 미디어를 편집하는 ‘프레임’은 의도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한편으로 악용될 수도 있어. 내 억울함을 들어줘!
‘악마의 편집에 속지 않으려면?
동영상을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 본 경험이 있나요? 만약 원본 그대로 친구들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해 보 세요. 너무 웃거나 어색해서 NG가 난 장면, 촬영하고 보니 주제와 관련 없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삭제했을 거예요. 아니면 주제를 더 드러내기 위해 어떤 장면을 추가로 촬영하거나 배경음악 또는 자막을 얹기도 하지요.
이런 작업을 했다면 여러분은 훌륭한 미디어 프레이밍(framing)을 한 것이랍니다. 프레임(frame)은 ‘틀’ 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입니다. 모든 미디어에는 제작자가 생각하는 틀이 있어요. 틀에 맞지 않는 부분은 삭제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하기도 하지요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현실을 재구성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영상을 촬영할 때만 해도 친구들끼리 깔깔거리며 어색한 대사 몇 마디만 했는데 편집을 거치면 그럴듯한 영상이 만들어지는 것처럼요. 하지만 프레임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이용하면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답니다.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TV 속 예능이나, 오디션 프로그램 등에서 원래의 상황을 오해하게끔 내보내는 편집 방식을 표현하는 말이에요. 악마의 편집은 TV 속 예능 프로그램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누군가 자신이나 자기 조직에게 불리한 장면 은 삭제하고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장면만 골라 편집 한다면 이는 허위 또는 조작 정보를 만드는 셈이에요.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보는 사람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잘못된 고정관념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을 보는 미디어 소비자는 프레임 바깥에 있 는 진실을 알기가 매우 어려워요. 미디어 속 프레임으로 인해 만들어진 고정관념의 예를 알아볼까요?
프레임이 만들어낸 고정관념
여러분은 미디어 속 프레임에 속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꼭 허위나 조작된 정보, 악마의 편집이 아니라고 해도 모든 미디어 제작자는 그들의 사회경제적 이득을 위해 프레임 속 내용을 편집해 제공해요. 미디어가 재현하는 현실은 우리가 실제로 보는 현실과 다르다는 뜻이에요. 비판적인 태도 없이 미디어를 수용하는 사람들은 미디어 속 모습이 현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이 재생산되고 있답니다.
북극곰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기후 위기로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죽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2015년 독일의 사진작가 커스틴 랑엔베거가 비쩍 마른 북극곰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자 많은 뉴스 매체들이 ‘기후 위기로 죽어가는 북극곰’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앞다투어 보도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어요. 캐나다 앨버타대학교에서 북극곰을 연구하는 이안 스털링 박사는 “해당 사진의 북극곰은 그냥 나이가 들고 다쳐서 병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지요. 미디어 속 프레임은 오랜 시간 기후 위기를 북극곰과 연관 지었고, 그러다 보니 북극곰을 보면 많은 사람이 자연스레 기후 위기를 떠올리게 된 거예요. 마치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빨간 모자, 흰 수염을 가진 산타 클로스를 떠올리는 것처럼요.
최근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소셜 미디어에서 재생산되는 편견과 고정관념입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들은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사례만 예로 들며 공유해요. 그래서 다른 성별, 다른 종교, 다른 세대, 다른 민족, 사회적 소수자를 혐오하도록 하는 콘텐츠가 늘고 있지요. 사람은 누구나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영상에 끌릴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미디어가 재생산하는 프레임 속 극단적인 현실을 실제 현실처럼 인식하게 되지요. 우리는 미디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아는 역량을 길러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