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은 지금, 우리 사회는 어린이를 충분히 존중하고 있을까요? 우리나라에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어린이의 출입을 막는 ‘노키즈존’ 가게가 생겼어요. 어린이가 피우는 소란을 막는다는 이유에서이죠. 노키즈존은 과연 어린이에 대한 차별일까요? 노키즈존에 대한 어린이 독자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노키즈존을 경험해 본 적이 있나요?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나 때문에 엄마 아빠가 맛있는 것을 못 먹는다 생각하니 미안했고, 시무룩해졌습니다. (김근우)
너무 좋아하는 카페였는데 노키즈존으로 바뀌어서 실망스러웠다. (서명훈)
생일날 가족과 예쁜 카페에 갔는데 노키즈존 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안내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직원이 눈앞에서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고 계속 나가라고만 해서 속상했습니다. (신정민)
규칙을 지키지 않는 어른도 있는데 어린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부하는 건 옳지 않고 기분이 나빴다. (추연우)
노키즈존을 경험해 본 적이 있나요?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에요.
(박세준)
투명한 벽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건우)
나는 얌전히 있을 수 있는데 왜 못 들어가는지 속상했다. 나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김이경)
나는 조용히 있을 자신이 있는데 너무 억울했다. 왜 노어덜트존이 없는지도 궁금했었다. (김지후)
똑같은 사람인데 어린이라는 이유로 차별해서 기분이 나빴고, 정부가 이걸 제재하지 않으면 출생율이 더 내려갈 것 같습니다. (정주원)
※3월 29일부터 4월 12일까지 두 주 동안, 어과수 홈페이지에서 총 508명의 독자가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2017년 어과동 홈페이지의 설문조사와 2022년 설문조사의 결과를 비교했다. 반대 의견이 67%에서 80%로 늘어났다.
다른 사람을 차별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작은 사람을 거부하는 큰 사람 역시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마주영)
술이나 흡연이 가능한 곳은 꼭 노키즈존이어야 할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필요할 수도 있어요. (김경아, 김준성)
좋지 않은 공간에 어린이를 데려갈 어른들은 없을 테니 노키즈존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잘 볼 수 있게 규칙을 만들어 두고 공공생활에서의 규칙과 예의를 배울 수 있게 하면 좋겠어요. (이준후)
규칙을 가르쳐 줘야지, 입구부터 막는 공간은 안 좋은 듯해요. (이온유)
어린이는 입장 불가! 노키즈존은 어린이 차별?
원래는 술집이나 도박장 등 어린이에게 해로운 장소에 쓰였던 표현인 노키즈존은 2010년대, 일반 식당과 카페로 퍼지면서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들은 ‘철없는 어린이들이 소란을 피워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의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9세 어린이가 포함된 가족을 쫓아낸 한 식당에 대해 “노키즈 식당이 어린이 차별”이라는 내용의 결정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식당은 어린이에게 해로운 장소가 아니고 모든 어린이가 다른 손님에게 큰 손해를 끼치지 않으며, 반대로 무례한 행동으로 폐를 끼치는 어른도 있다”고 말했어요. 그런데도 어린이만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면 일부 사례를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는 내용이지요.
숙명여자대학교 법학과의 홍성수 교수는 “노키즈존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 차별이 허용된다면, 추후 장애인, 성 소수자 등 다양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어린이를 쫓아내는 것이 쉬운 선택이지만, 좀 힘들더라도 모든 구성원이 함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보호자는 어린이를 잘 지도하고, 식당은 어린이 시설을 설치하는 등 함께 힘을 기울여 문제를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등린이, 요린이, 잼민이’도 이제 그만!
혹시 ‘등린이(등산+어린이)’, ‘요린이(요리+어린이)’ 같은 표현을 들어본 적 있나요? 등산, 요리 등 각종 분야의 초보를 빗대는 말로 쓰이죠. 지난 2020년, 국제아동인권센터는 ‘○린이’라는 표현에 “‘어린이는 미숙하거나 불완전한 존재’라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을지 모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SNS에서 쓰이는 ‘잼민이’라는 표현도 차별적이에요. 남자 어린이의 목소리로 문장을 읽어주는 TTS인 ‘재민이’에서 비롯한 잼민이에는 어린이라면 민폐를 끼칠 거라는 편견이 숨어 있지요. 2021년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런 표현들이 “방정환 선생이 사용한 ‘어린이’라는 단어를 왜곡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