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계절을 관측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지난 3월 28일, 식물계절을 관측하는 연구자들은 어떻게 식물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국립수목원으로 찾아가 봤습니다.
국립수목원의 식물계절을 기록하다
“잎눈 끝부분이 벗겨져 초록색 잎 조직이 보입니다. 잎눈 파열로 체크해 주세요!”
봄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경기도 포천시 광릉숲 국립수목원에서 카메라와 기록지를 든 연구원들이 산비탈을 타며 바쁘게 돌아다녔습니다. 매주 월요일은 국립수목원 식물자원연구과 연구원들이 광릉숲 내 소리봉(해발 537m)에 있는 식물 27종의 개엽, 개화 상태 등을 기록하는 날이거든요.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계절 변화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매주 같은 장소에서 데이터를 모으는 거죠.
식물의 종류에 따라 관찰하는 방법도 달라요. 개복수초처럼 땅에서 나는 초본 식물들은 겨우내 쌓인 낙엽 사이를 자세히 보며 찾아야 하고, 키가 큰 소나무는 망원렌즈로 사진을 찍어 나무 꼭대기에 새로운 솔방울이 열렸는지 기록해야 합니다.
관측을 진행한 김휘민 석사연구원은 “사진으로 객관적인 데이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장에서 확실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직전 조사에서 촬영한 사진과 대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어요. 함께한 이동형 연구원도 “개체마다 변화 속도가 달라 종마다 기준목을 정해 기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인터뷰
이동혁(국립수목원 전문위원, 숲 해설가), 손성원(국립수목원 식물자원관리과 연구사)
“식물계절 조사 데이터는 꾸준히 오래 쌓을수록 가치가 높습니다”
Q식물계절 기록을 시작하려는 독자들에게 꿀팁을 주신다면요?
식물계절 조사는 한두 번 기록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년 성실하게 데이터를 쌓아둘수록 활용 가치가 높아지죠. 관찰할 식물을 고를 때는 계절마다 개화, 단풍 등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식물을 골라야 관찰과 측정에 오차가 줄어듭니다. 또 기후변화에 너무 민감한 식물을 고르면 자료의 편차가 심해져요. 희귀식물보다는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식물을 골라야 다른 지역과 비교하고 분석할 수 있어서 활용하기 좋습니다.
Q식물계절 연구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데이터 부족이라고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식물계절 연구가 많이 부족합니다. 그동안 식물 연구가 어려웠던 이유는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식물계절은 시민과학과 결합하기 좋은 분야입니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꾸준히 사진을 찍고 기록만 하면 되죠. 여러분이 지구사랑탐사대 식물 개화, 단풍 탐사 등 시민과학에 참여해 데이터를 쌓아준다면 연구자들은 그걸 토대로 식물계절과 기후변화에 대해 더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