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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가스에서 접시까지 낙엽의 변신


 
‘휘이~잉~.’
으악~! 또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 내가 왜 이렇게 바람을 싫어하냐고? 바람이 불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잖아. 거리에도, 공원에도 온통 낙엽투성이가 된다고. 이것 봐! 분명 아침에 깨끗하게 쓸었는데 벌써 이렇게 낙엽이 또 잔뜩 쌓였어. 휴~. 가을만 되면 이렇게 잔뜩 생기는 낙엽, 혹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낙엽 어떻게 생기지?

오늘도 낙엽을 열 포대나 쓸어 모았어. 그런데 낙엽을 쓸 때마다 궁금했던 건데…, 왜 이맘때만 되면 낙엽이 생기는 걸까? 그냥 잎이 계속 가지에 달려 있으면 좋잖아~. 나는 힘들게 치우지 않아도 되고, 나무는 새로운 잎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낙엽이 안 생기면 나도, 나무도 다 좋은 거 아냐?

낙엽은 나무의 전략


나무에게 나뭇잎은 아주 중요한 기관이다.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로 광합성을 해서 나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어내는 기관이 바로 나뭇잎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뭇잎이 낙엽으로 떨어지면 나무에게 엄청난 손해가 아닐까? 하지만 이건 모두 나무의 똑똑한 생존전략이라는 사실!

가을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고 햇빛이 줄어들면서 잎에서 광합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잎에 있는 기공에서는 계속 수분을 내보내고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와 호흡에 필요한 산소가 잎에서 공기 중으로 드나들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즉, 추워지면 잎에서 양분은 만들지 못하고 기공으로 수분과 열만 계속 빠져나가는 셈이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나무는 결국 말라 죽는다. 그래서 나무는 적절한 때가 되면 차라리 나뭇잎을 떨어뜨려 버리는 전략을 선택했고, 그게 바로 낙엽이다.

똑똑하게도 나무는 나뭇잎을 떨어뜨리기 전에 잎에 있는 양분의 절반 이상을 줄기로 이동시킨다. 그리고 잎자루에 떨켜를 만들기 시작한다. 떨켜는 가지와 나뭇잎 사이에 생기는 딱딱한 세포층으로,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고 미생물의 침입을 막아 준다. 이렇게 떨켜가 생기면 나뭇잎은 가지에서 점점 분리가 되고 기공이 닫혀 생명을 잃고 만다. 그리고 결국 낙엽이 된다. 나무는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몸속 수분과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낙엽을 만드는 것이다.
 


낙엽에도 순서가 있다!

봄철 나뭇잎은 가지의 가장자리, 즉 가지 끝에서부터 나기 시작한다. 나무의 바깥쪽에서부터 차츰 안쪽으로 나뭇잎이 나는 것이다. 이는 나뭇가지 끝에서 ‘옥신’, ‘시토키닌’과 같은 다양한 성장호르몬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뭇잎이 돋아난 순서를 보면 낙엽이 되는 것도 같은 순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나뭇잎의 노화인 낙엽은 잎이 나는 순서와 반대로 생긴다. 나무의 안쪽에서부터 바깥쪽으로 낙엽이 지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에는 나뭇가지 끝에 낙엽이 붙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낙엽 에너지로 변신!

낙엽이 안 생기면 좋을 줄 알았는데, 낙엽이 나무의 치밀한 전략이었다니 정말 놀라워! 그런데 생각해 보니, 매년 가을만 되면 꽃집 아가씨가 내가 쓸어놓은 낙엽을 조금씩 가져가던데…. 꽃집 아가씨는 낙엽으로 뭘 하는 걸까? 분명 내가 모르는 낙엽 활용법을 알고 있을 거야. 당장 꽃집으로 가 보자!

퇴비 먹고 식물이 쑥쑥!


낙엽은 질소, 인산, 칼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질소는 식물이 잘 자라는 데 꼭 필요하고, 칼슘은 식물의 뿌리를 튼튼하게 해 준다. 따라서 낙엽을 잘 발효시키면 훌륭한 퇴비가 될 수 있다.

낙엽에 물과 톱밥, 미생물을 넣고 섞은 뒤 천으로 덮어 두면 60℃까지 오른다. 이때 미생물들이 낙엽을 분해하면서 식물에 양분이 되는 유기물을 만들어낸다. 잘 섞어 주면서 수분을 보충해 주고 1년 정도만 기다리면 낙엽 퇴비 완성!

2013년 10월 20일 충청북도 제천시청 산림공원과에서는 낙엽 5kg을 가져오면 1500원을 주겠다는 공고를 냈다. 이렇게 모은 낙엽으로 제천시는 퇴비를 만들었다. 내년 3월 쯤 완성되는 낙엽 퇴비는 시에서 운영하는 꽃묘장과 일반 농가에서 쓸 예정이다. 낙엽을 활용해 친환경 퇴비를 만들고 산불도 예방하고, 깨끗한 도시까지 만드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밖에도 서울 양천구에서는 낙엽과 생쓰레기를 섞어 퇴비를 만드는 등 많은 지자체에서 낙엽 퇴비를 만들고 있다.

낙엽, 에너지가 되다!

스웨덴, 독일 등에서는 낙엽으로 바이오에너지를 만든다. 바이오에너지는 생물 또는 동물 배설물을 열로 분해하거나 발효시켜 만든 에너지로, 바이오에탄올이나 바이오가스 등이 있다. 바이오에탄올은 식물 속에 있는 전분을 발효시켜 만든 에탄올을 말한다. 하지만 낙엽으로 에탄올을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서 낙엽에서는 주로 바이오가스를 얻는다. 낙엽을 묻으면 발효되면서 가스가 나오는데, 그 중에 메탄(CH4)만 걸러내서 에너지로 쓰는 것이다. 메탄은 천연가스의 주성분으로, 자동차 연료로 쓸 수 있다. 낙엽 100톤이면 버스 60대를 24시간 동안 운행할 수 있는 바이오가스를 만들 수 있다.

낙엽으로 불에 활활 타는 연료를 만들 수도 있다. 바로 낙엽 펠릿! 펠릿은 불에 잘 탈 수 있도록 만든 원기둥 모양의 연료이다. 보통 톱밥을 압축해서 만드는데, 이런 펠릿을 낙엽으로 만들면 나무를 베지 않아도 돼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 펠릿을 만들려면 낙엽을 잘게 부숴야 한다. 잘게 부순 낙엽은 150~200℃의 온도로 건조시켜 물기를 10% 정도만 남긴다. 그리고 여기에 섬유질을 넣고 고온, 고압으로 압축시키면 낙엽 펠릿 완성!
 


낙엽 다시 태어나다!

낙엽이 친환경 퇴비에서 바이오가스, 펠릿으로 변할 수 있다니 정말 깜짝 놀랐어! 더 알아보면 더 놀라운 낙엽의 변신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꽃집 아가씨가 접시에 담긴 사과를 건넸어. 맛있게 사과를 먹으려는데, 글쎄 사과가 담긴 접시가 낙엽으로 만들어졌다지 뭐야! 뜨아~!

낙엽과 물만으로 만든 접시


미국 뉴욕에 있는 회사인 베르테라(Verterra)는 낙엽과 물만으로 일회용 접시와 그릇, 칼, 포크, 숟가락 등을 만들어서 팔고 있다.

낙엽으로 접시를 만들 수 있는 건 낙엽에 들어 있는 ‘셀룰로오스’ 덕분이다. 셀룰로오스는 우리가 섬유소라고 부르는 성분으로, 물리적으로 질긴 특성이 있다. 이런 셀룰로오스를 수십에서 수백 겹 겹친 뒤 압축시키면 단단한 재료가 된다. 베르테라 접시는 낙엽에 높은 압력의 물을 뿌리고 자외선으로 살균한 뒤에 열과 증기를 가하는 등 열여섯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고 나서 땅에 묻으면 약 6주 뒤에 모두 자연 분해된다.
 

플라스틱이나 종이로 만든 일회용접시와 달리 낙엽으로 만든 접시는 전자레인지와 오븐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뜨거운 물이나 음식을 담아도 전혀 유해하지 않고, 냉동실에 보관해도 파손되지 않는다. 일회용접시지만 이렇게 튼튼하기 때문에 사용한 뒤에 씻어서 잘 말리면 여러 번 쓸 수 있다.

베르테라 접시는 회사 대표인 마이클 디웍이 인도를 여행하던 중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자동차가 고장 나서 작은 마을에 머무르던 디웍은 마을 사람이 낙엽을 물에 씻고 와플 만드는 기계처럼 생긴 곳에 넣어 누른 뒤, 접시 모양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렇게 탄생한 베르테라 접시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디자인으로 판매되고 있다.
 

낙엽 친환경 제품

낙엽을 넣으면 따뜻해지는 점퍼가 있다. 일반 점퍼와 비슷하게 보이는 이 점퍼는 곳곳에 있는 지퍼를 열고 옷 속에 낙엽을 채워 넣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낙엽을 넣기 전에는 얇은 점퍼지만 낙엽을 넣으면 패딩점퍼처럼 통통해진다. 얇은 낙엽들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공기층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마치 오리털 점퍼처럼 따듯하게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낙엽 말고도 잘게 잘라진 종이나 신문지처럼 다양한 재료를 보온재로 쓸 수 있다.

스포츠 브랜드인 푸마에는 아주 특별한 신발 포장재가 있다. 바로 낙엽으로 만든 ‘클레버 리틀 쇼퍼’이다. 이 포장재는 일반 쇼핑백과 박스처럼 보이지만 낙엽과 옥수수 전분, 잡초 같은 재료를 미세한 입자로 분해해 만들었다. 쇼핑백의 빨간색도 천연염색으로 물들여 완벽한 친환경 포장재이다.

클레버 리틀 쇼퍼는 뜨거운 물에 담가두면 3분 안에 모두 분해돼 뿌옇고 빨간 물만 남는다. 이렇게 물에 녹여 그대로 하수구에 흘려보내면 쇼핑백 재활용 끝! 쇼핑백을 땅에 묻더라도 3개월만 지나면 완전히 분해돼 사라진다.

퇴비에 에너지, 접시, 쇼핑백, 점퍼까지…. 우와~! 낙엽이 이렇게 쓸모가 많은 존재였다니 정말 대단해! 어? 근데 갑자기 내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있어. 아무래도 낙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똑똑한 꽃집 아가씨에게 반했나 봐! 오늘부터 열심히 낙엽을 모아서 그걸로 예쁜 접시와 쇼핑백을 만들어야지. 그걸로 꽃집 아가씨에게 내 마음을 고백할 거야~! 그럼 나도 모태솔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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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1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혜림 기자
  • 도움

    이승호 부소장
  • 도움

    권오길 명예교수
  • 도움

    제천시청 산림공원과
  • 사진

    Verterra
  • 사진

    포토파크닷컴
  • 사진

    istockphoto
  • 사진

    위키미디어
  • 이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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