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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발랄 생각실험실] 매리는 색깔을 맞힐 수 있을까요?

 

1982년 미국의 심리철학자 프랭크 잭슨은 ‘매리의 방’ 생각 실험을 고안했어요. 실험은 이렇습니다.

 

매리는 색깔에 알레르기가 있어요. 그래서 줄곧 흑백 방에 갇혀 살며 단 한 번도 색깔을 본 적이 없지요. 심지어 흰 우유와 흰 쌀밥과 같은 무채색 음식만 먹고 살 정도였답니다. 다행히 매리는 흑백 모니터에 연결된 컴퓨터를 쓰고, 흑백으로 된 책을 맘껏 읽을 수 있었어요. 덕분에 매리는 과학을 공부하는 낙에 살았지요. 특히, 색을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색에 대한 모든 것을 공부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담당의사가 매리에게 이제 색깔을 봐도 된다고 허락했어요. 드디어 매리가 처음으로 색깔을 보는 날이 온 거예요! 그러면서 의사는 빨간색 물감을 칠한 바나나를 가리키며 물었지요. 

 

“매리, 이건 무슨 색일까요?”

 

가설1 “저건 바나나에 빨간색이 칠해진 거야.” 

 

자연과학은 이 세계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분석해서 설명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이 세계는 입자, 파동, 에너지 등 측정할 수 있는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매리처럼 자연과학의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모든 현상을 지식으로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을 거예요. 만약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아직 그와 관련된 자연과학 지식을 모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매리는 시각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바나나에서 반사되는 빛의 파장을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만약 빨간 물감이 칠해진 바나나를 본다면 먼저 바나나의 모양을 파악하겠지요. 그뒤 그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이 바나나의 원래 색깔인 노란색을 띠는 570~590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길이의 파장인지 분석할 거예요. 하지만 바나나엔 빨간색 물감이 칠해져 있으니 빨간색의 파장대인 625~740nm의 전자기파가 눈에 들어와 신경을 자극한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결국, 매리가 색깔과 관련된 지식을 모두 알고 있다면 진실을 알아챌 거예요. 그럼 매리는 “저건 바나나에 빨간색이 칠해진 거구나!”라고 말하겠지요.

 

가설2 “저건 노란색이야.”

 

노란 빛은 파장의 길이가 570~590nm, 빨간 빛은 파장의 길이가 625~740nm인 전자기파예요. 두 빛은 우리 눈에 들어오면 서로 다른 시각세포들을 자극해요. 그럼 이 전기 신호가 두뇌 피질에 전달돼 매리는 두 빛을 보았을 때 다른 느낌을 갖게 되지요.

 

하지만 매리가 이 모든 과정에 대한 자연과학 지식을 안다고 해도 빨강을 볼 때의 느낌과 노랑의 느낌을 알 수 없어요. 직접 빨강이나 노랑을 보지 않고서는 말이에요. 즉, 매리는 시각세포를 통해 빛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색깔을 보았을 때의 느낌을 연결할 수 없는 거예요.

 

색깔이 주는 느낌은 위치, 길이, 면적, 부피, 질량과 같은 용어로 나타낼 수 없어요. 여러분이 소금을 먹었을 때를 생각해 봐요. 소금의 짠 맛이 어떤 느낌인지 자연과학 용어로 설명할 수 있나요? 이처럼 촉감, 맛, 고통 등의 생생한 느낌은 자연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에요. 자연과학이 이 세계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분석하며, 설명할 수 없는 거죠.

 

만약 매리가 빨간색 물감이 칠해진 바나나를 본다면 먼저 모양을 보고 바나나라고 추론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노란색은 바로 이런 느낌이구나!”라고 말하지 않을까요?

 

▶이 질문이 왜 중요할까? 


매리의 방 생각 실험을 고안한 프랭크 잭슨은 매리가 빨강이나 노랑의 느낌을 알 수 없다고 주장했어요. 나아가 이 세계가 자연과학의 진실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견해가 틀렸다고 주장했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잭슨의 주장에 반대했어요. 자연주의 철학자 다니엘 데닛이나 신경철학자나 폴 처칠랜드 같은 이들은 매리가 모든 지식을 갖고 있다면 색깔의 느낌도 예상할 것이라 주장했지요. 

 

철학자들은 세계가 물질로만 이루어져 있는지, 아니면 물질 외에 마음도 세계를 이루는 일부인지를 두고 지금도 논쟁을 벌이고 있답니다. 엄마와 손을 잡을 때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 노란 개나리와 빨간 장미를 볼 때의 느낌, 가시에 찔렸을 때의 날카로운 느낌, 소금의 짠 맛 등은 자연과학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물질의 범위를 벗어난 느낌의 세계 또는 마음의 세계 안에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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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명석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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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 신수빈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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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고고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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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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