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연구소에서는 가죽을 만들기 위해 희생된 동물을 대신할 새로운 소재를 소개합니다.
바로 파인애플, 버섯! 진짜보다 더 좋은 ‘가짜 가죽’을 만나 보시죠!
‘진짜 가죽’이 진짜로 필요할까?
동물의 가죽은 튼튼하고 질겨 오랜 세월 의류나 가구 등의 재료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가죽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어요. 딱딱한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무두질’이라는 가공 과정을 필수로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화학 물질이 사용되고, 폐수가 많이 나와요. 덴마크 글로벌패션아젠다는 2017년 패션산업보고서에서 인조 가죽을 만드는 과정보다 소가죽을 만드는 과정이 환경에 3배 이상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또 다른 문제는 많은 동물이 무분별하게 희생된다는 거예요.
국제환경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에 따르면, 세계 최대 모피 생산 국가인 중국에서 지난 2019년 한 해에만 여우 1400만 마리, 라쿤 1350만 마리, 밍크 1160만 마리가 수출되었습니다. 이 동물들은 오직 털가죽만 사용되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됐죠.
이처럼 무분별한 희생을 막기 위해서 지난 1980년대 ‘퍼 프리’ 운동에 이어 최근에는 동물의 털과 가죽을 입지 않는 ‘비건패션’이 등장했어요. 대표적으로 동물을 희생하지 않는 ‘비건 가죽’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요. 영국의 패션 기업 ‘아나나스 아남’은 파인애플 농장에서 폐기물로 나오는 잎과 줄기에 주목했어요. 파인애플 잎에서 섬유질을 추출하고, 이를 부직포처럼 만들어 압축하는 방법으로 ‘피나텍스’라는 비건 가죽을 만들었죠.
한편, 미국의 기업 ‘볼트 스레드’는 버섯과 같은 곰팡이가 자라면서 만드는 섬유 덩어리인 균사체에 주목했어요. 균사체를 압축해서 만든 가죽은 동물의 가죽만큼 튼튼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고, 무두질이 필요 없어서 폐수도 덜 발생하죠. 또 동물에게 가죽을 얻기 위해서는 동물을 몇 년 동안 길러야 하지만, 균사체는 몇 주 정도만 키우면 가죽을 만들 수 있어 더 경제적이기도 해요. 땅에 묻으면 쉽게 썩어 폐기하기 쉽다는 것도 장점이랍니다.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안동진 교수는 “동물의 가죽을 사용했던 이유는 튼튼하고 질긴 데다, 질감이나 광택 등이 예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최근에는 동물 가죽만큼 튼튼하고 예쁜 인조 가죽 기술이 등장하면서 천연 가죽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