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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갈아치우다!

4BBRW

때는 작년 9월. 나와 큰뒷부리도요 친구들은 따뜻한 뉴질랜드에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알래스카에서 출발해 태평양을 가로질러 날아갔어. 그런데 실수로 방향을 동쪽으로 살짝 틀어서 잡은 거야. 그러다 보니 비행 거리가 길어져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세웠지. 어째 여행이 길어진다 했어….

 

다 자라면 몸무게 400g에 몸길이 약 40cm로 닭과 비슷한 크기. 갯벌에 살면서, 썰물이 되면 긴 부리로 진흙 속의 갯지렁이를 먹는 이 새의 이름은 ‘큰뒷부리도요’입니다.

 
그런데 큰뒷부리도요는 지구 위의 누구도 하지 못 하는 일을 할 수 있답니다. 바로 ‘쉬지 않고 멀리 날기’예요. 작년 10월 27일, 뉴질랜드의 조류 보호 단체인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물떼새 센터는 발목에 매단 가락지의 색을 따라 이름 붙인 ‘4BBRW’라는 큰뒷부리도요 수컷이 1만 2050km를 쉬지 않고 날아 태평양을 횡단했다고 밝혔어요. 지금까지 인간이 관찰한 새 중 쉬지 않고 가장 멀리 날아간 새가 된 것이죠.


미란다 도요물떼새 센터는 이전부터 큰뒷부리도요 16마리에게 가락지와 무선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이동 경로를 추적했어요. 이중 4BBRW가 9월 18일 미국 알래스카를 출발하여, 약 9일(224시간)만인 27일 뉴질랜드 북섬의 미란다 해변에 도착했다고 발표했어요.

 

큰뒷부리도요는 계절에 따라 장소를 옮겨 다니며 사는 철새예요. 연초에는 따뜻한 남반구 뉴질랜드에 머무르다, 3월 말이 되면 뉴질랜드를 떠나 4월 초순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갯벌에 도착해요. 이곳에서 30~40일 동안 영양을 보충한 후 5월에 미국 알래스카로 떠나지요. 해가 길어지고 따뜻해져서 먹이를 찾기 쉬운 북반구의 여름 동안 알래스카에 머물면서 번식을 하고, 9월이 되면 다시 남반구로 내려와요. 이때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태평양을 쉬지 않고 가로지르는 거예요.


이렇게 4BBRW는 작년에 총 2만 8625km에 달하는 거리를 날았어요. 지구의 둘레가 약 4만 75km이니, 4BBRW는 1년 동안 지구를 0.7바퀴 정도 돌고 온 셈이에요. 미란다 도요물떼새 센터는 “4BBRW가 동쪽으로 치우치게 경로를 잡으면서 평소보다 더 먼 거리를 돌아오게 되었다”고 설명했답니다.

 

 

큰뒷부리도요를 소개합니다!

●길이 : 약 37~41cm(부리 8~9cm 포함). 날개를 편 길이는 70~80cm.
●무게 : 수컷 190~400g, 암컷 262~630g으로 암컷이 좀 더 크다.

 

부리
도요새의 부리는 보기보다 부드러워 부리 위쪽을 바깥 방향으로 꺾을 수 있다. 거기다 부리 끝에는 압력을 감지할 수 있는 ‘헵스트 소체’라는 신경 수용체가 있다. 이 덕분에 큰뒷부리도요는 긴 부리의 촉각으로 진흙 속에서도 쉽게 먹이를 찾는다.

 

 

 

먹이
갯벌이 드러나는 썰물 때 진흙을 파헤쳐 먹이를 먹는다. 주로 갯지렁이류를 좋아하며, 이외에 조개나 갑각류도 먹는다.

깃털
평소에는 갯벌과 비슷한 위장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지만, 번식기인 여름이 다가오면 붉은색으로 깃털 갈이를 한다.

 

 

 

 

몇 마리 남아 있을까?
현재 세계에 110만~120만 마리가 있으며, 이중 뉴질랜드를 거치는 큰뒷부리도요는 14만 6000마리가 안 될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는 멸종위기 준위협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주용기 연구원이 찍은 4BBRW의 모습. 4BBRW는 왼쪽 다리에 두 개의 파란색 가락지, 오른쪽 다리에 흰 플랙과 빨간색, 흰색 가락지를 달고 있다. 가락지의 색을 보면 어느 지역에 머물렀는지 알 수 있다.

 

인•터•뷰 “우리나라에 들른 4BBRW, 제가 발견했어요!”
주용기(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Q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원래 환경운동가로 다양한 환경 보호 활동을 했어요. 새만금 간척 반대 운동을 진행하면서 갯벌 조류를 관찰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서천 갯벌에서 도요물떼새 관찰은 물론, 이곳 사람의 전통지식과 생태지식도 조사해요. 사람도 생태계 일부이니, 갯벌을 보존하려면 원주민이 쌓은 지식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요.

 

 Q서천 갯벌에서 4BBRW를 목격하셨다고요?


작년 4월, 뒤꽁무니에 안테나가 튀어나온 큰뒷부리도요를 발견했어요. 가락지를 읽어서 4BBRW인 걸 확인하고 뉴질랜드 조류학자들에게 연락했습니다. 반년 후 4BBRW가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다치지 않고 돌아갔구나 싶어 무척 기뻤어요. 

 

 

 

 Q얼마나 자주 새를 관찰하시나요?


갯벌에 도요물떼새가 찾아오는 3~5월과 7~10월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나가려 해요. 올해도 3월 8일부터 오늘(3월 30일)까지 이틀을 빼놓고 다 나왔죠. 
보통 만조 두세 시간 전에 나오는데, 밀물이어서 철새들이 한곳에 모여 있어야 수를 세기 쉽거든요. 그리고 만조가 지나 해가 질 무렵까지 관찰합니다.

 

 Q철새에게 갯벌은 정말 중요한 공간이군요?


갯벌은 육지와 해양의 경계에 있어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간이에요. 도요물떼새는 물론 많은 생명의 터전이죠. 우리나라, 북한, 중국 등 여러 나라가 힘을 모아 철새와 함께 갯벌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021년 08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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