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끅, 찍, 끙-”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쉿! 서로 다른 집단의 벌거숭이두더지쥐들이 사투리로 대화하는 중이야. 동물의 세계에도 사투리가 있다는 사실, 들어봤니?
사투리로, 소속을 확인한다!
상대의 말투나 억양을 들으면 어느 지역 출신인지 알 수 있어요. 그래서 같은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서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지요.
사투리를 사용해 집단의 소속감이 생기는 현상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일어나요. 지난 1월 29일, 독일 마크 델브뤼크 분자의학연구소(MDC) 게리 르윈 박사팀은 벌거숭이두더지쥐가 집단의 소속감과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사투리를 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포유류지만, 개미나 벌처럼 수십 혹은 수백 여 마리가 모여 군집을 이루며 사는 ‘진사회성 동물’이에요. 서로 다른 임무를 맡은 여러 집단이 모여 하나의 군집을 이루기 때문에 서로 의사소통이 활발하지요. 그래서 연구팀은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의사소통에 담긴 의미를 알아내고자 연구를 진행했어요.
우선 연구팀은 남아프리카와 독일의 실험실에서 7개 집단의 벌거숭이두더지쥐 166마리가 내는 3만 6190번의 소리를 녹음했어요. 이후 컴퓨터와 인공지능으로 각 음향의 특성을 분석했지요. 그 결과, 같은 집단의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비슷한 형태의 소리를 냈어요. 반면 7개 집단의 소리는 모두 차이가 있었지요.
연구팀은 소리 유형이 다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인공지능에 집단별 음성 패턴을 학습시켜 벌거숭이두더지쥐에게 들려줬어요. 그 결과,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자신이 쓰는 언어와 비슷한 패턴의 소리에만 반응했지요.
그 다음 벌거숭이두더쥐지에게 다른 집단의 소리를 들려줬어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같은 집단의 소리가 날 땐 소리가 나는 쪽으로 움직였지만 다른 집단의 소리에는 반응하지 않았어요. 다른 집단의 냄새를 풍기고 같은 집단의 소리를 들려줬을 때도 소리가 나는 쪽으로 이동했지요.
연구팀은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사투리가 유전이 아닌 문화적인 학습을 통해 전해진다고 설명했어요. 갓 태어난 벌거숭이두더지쥐를 다른 집단에 넣어둔 결과, 6개월 만에 그 집단의 사투리를 배웠거든요. 집단을 다스리던 여왕이 죽고 새로운 여왕이 나타나자 집단에서 쓰든 언어도 달라졌고요.
연구를 이끈 게리 르윈 연구원은 “사투리를 사용해 소속감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이어 “앞으로 벌거숭이두더지쥐가 어떻게 언어문화를 발달시켰는지 알아볼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인간의 진화에 대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답니다.
●인터뷰 "사투리의 조건은 발성학습이에요!"
장이권(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교수)
어떤 동물이 사투리를 쓸까요? 지구사랑탐사대에서 소리모아 탐사를 이끄는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님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Q동물의 사투리는 무엇인가요?
소리를 이용하여 의사소통하는 대부분의 동물에서는 발성이 유전적으로 결정되지만, 일부 포유류(몇몇 고래류, 기각류, 박쥐, 그리고 인간)와 일부 조류(명금류)에서는 발성이 학습으로 결정됩니다. 사투리는 바로 발성 학습이 일어나는 동물에서 발견됩니다.
Q새는 왜 사투리를 쓰나요?
여러 가설 중 하나는 사투리를 통해 소속감을 확인하기 위해서예요. 서로의 음색과 톤을 확인해 가족인지, 적인지를 확인하죠. 두 번째는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예요. 집단의 대화 유형을 알아야 갈등을 해결할 수 있어요. 세 번째는 건강한 후손을 낳기 위해서예요. 일부 새의 종 암컷은 그 지역 출신의 새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 지역에 사는 새들은 풍토병이나 기생충에 대한 면역력이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온 새들은 면역력이 없을 수도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