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순서는 블랙홀을 실제로 관측한 수상자들! 빛도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직접 볼 수는 없었을 텐데, 블랙홀을 어떻게 관측했을까요?
블랙홀은 못 보지만, 블랙홀 주위 별은 본다!
안드레아 게즈 교수와 라인하르트 겐첼 소장은 각각 독립적으로 연구팀을 이끌어 우리은하 중심의 거대질량 블랙홀을 관측했어요. ‘거대질량 블랙홀’은 태양보다 100만 배 이상 무거운 블랙홀이에요.
두 과학자가 우리은하 중심을 살핀 것은 1974년 관측된 전파 때문이에요. 이 전파를 보낸 정체불명의 천체는 궁수자리 방향에 있어 ‘궁수자리 A*’라고 이름이 붙었으며 매우 작고 밝았어요. 별은 전파를 거의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강력한 블랙홀이 가스를 빨아들일 때 방출한 전파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지요.
겐첼과 게즈는 궁수자리 A* 근처의 별을 추적하기로 했어요. 무거운 블랙홀이 있다면, 이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별도 있을 거라 추측한 거죠. 마치 태양을 지구가 공전하는 것처럼요. 블랙홀이 무거울수록 주위를 도는 별의 이동 속도도 빠르므로, 별을 오랫동안 관측해 궤도와 속도를 알아내면 블랙홀의 질량도 알아낼 수 있어요.
문제는 은하 중심에 있는 별을 관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어요. 태양계에서 약 2만 5000광년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은하 중심과 태양계 사이에 가득 찬 우주먼지가 골치였어요. 해결책은 별이 내는 또다른 빛인 ‘적외선*’이에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은 먼지를 통과할 수 있거든요. 겐첼과 게즈는 망원경으로 적외선을 관측하기로 했어요. 이제 마지막 남은 문제는 지구의 대기였지요.
별을 관측하기 위해 하늘에 인공별을 띄우다
대기는 렌즈처럼 빛을 굴절시켜 여러 별빛들이 합쳐져 뿌옇게 보이도록 만들어요. 해결책은 ‘레이저 적응 광학’ 망원경이에요. 이 망원경은 레이저를 쏘아 대기에 ‘인공별’을 만든 뒤, 인공별이 빛이 굴절되는 정도를 측정해 망원경을 실시간으로 조절해요. 겐첼과 게즈는 이 기술을 발전시켜 망원경의 해상도를 1000배 이상 높였어요.
두 연구팀은 1990년대부터 약 30년간 30여개의 별을 추적해 왔어요. 게즈는 하와이의 켁 망원경을, 겐첼은 칠레의 NTT와 VLT 망원경을 이용해 관측한 결과, 우리은하 중심의 블랙홀이 태양보다 약 400만 배 무겁다는 사실을 2008년에 알아냈어요. 이는 블랙홀의 가장 확실한 관측 증거로 꼽혀요.
지금은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 거대질량 블랙홀이 있다고 밝혀졌어요. 이들은 은하가 만들어지던 초기에 형성돼 점점 커지다 중력을 받아 중심으로 온 것으로 추정되지요. 서울대학교 우종학 교수는 “다양한 크기의 블랙홀을 찾아 블랙홀과 은하 진화의 비밀을 밝히는 데 중력파 검출기와 레이저 적응 광학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용어정리
* 적외선 :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별이 내는 빛.
*가시광선 : 여러 종류의 빛 중 우리 눈에 보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