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세포를 통해 밝혀낸 진실은 세포의 삶과 죽음뿐만이 아니에요. 헬라세포는 생물학과 의학의 발전을 가져다주었고, 생물학 연구에서 지켜야 할 법칙을 마련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지요. 헬라세포가 일구어낸 업적을 살펴볼까요?
소아마비부터 에이즈까지, 사람을 구하다!
1951년 이후 헬라세포는 생물학의 전 분야에서 사용되었어요. 그중 하나는 암 연구예요. 1984년, 바이러스 연구자인 독일의 하랄트 추어 하우젠은 헬라세포에서 ‘인유두종 바이러스 18’의 흔적을 찾았어요. 헨리에타 랙스를 죽인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일으킨 것이었죠. 이 발견으로 하랄트 추어 하우젠은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해요.
생물학자들은 헬라세포를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물론, 후천성 면역결핍증후군(에이즈)을 일으키는 HIV, 홍역, 지카 등 다양한 바이러스에 감염시켰어요. 특히 헬라세포는 소아마비 백신 개발에 공헌했어요. 헬라세포가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어 백신의 안전성을 시험하는 데 편리했거든요. 이렇게 만들어진 백신 덕에 현재는 소아마비가 거의 퇴치된 상태랍니다.
심지어 헬라세포는 극한 환경 연구에도 쓰였어요. 방사능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핵폭발에 노출시키는가 하면, 1960년에는 우주에서 세포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우주로 떠나기도 했죠.
생명윤리에 얽힌 질문을 던지다!
‘내 몸에서 나온 세포의 주인은 누구일까?’, ‘내 몸에서 나온 세포를 허락 없이 가져가서 실험해도 괜찮은 걸까?’
헨리에타 랙스가 살았던 1950년대에는 세포 연구가 막 시작되는 단계라서,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이 나와 있지 않았어요. 답은커녕, 이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죠. 환자나 가족에게 연구를 알려주지 않는 것은 물론, 심지어 내용을 알려주면 연구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연구자들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헬라세포와 비슷한 사례가 더 발생하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미국 앨라배마의 터스키기 연구소는 1932~1972년까지 가난한 흑인 600여 명을 대상으로 치명적인 성병인 매독균을 주사하는 실험을 했어요. 연구자들은 어떤 병균을 주사하는지, 어떤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 전혀 얘기해주지 않아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죠. 헨리에타 랙스처럼, 이런 문제는 주로 사회적 약자에게 더 자주 벌어졌지요.
지금은 생물학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여러 법과 제도가 정비되었답니다. 1970년 미국의 생화학자인 반 렌셀러 포터 교수가 ‘생명윤리’라는 표현을 퍼뜨리면서, 주로 생물학이나 의료 발전으로 생겨나는 윤리적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려는 생명윤리라는 학문이 생겨났지요.
_ 인터뷰
김소윤(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국제보건학과 주임교수 및 국제보건전공지도교수)
“여러분의 세포를 실험에 쓴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Q 헬라세포는 생명윤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헬라세포는 생물학 연구에서 처음으로 윤리 문제를 던졌고, 연구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을 만들 필요성을 일깨워줬어요. 이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현재 하나의 핵심은 존재해요. 바로 실험할 때 ‘연구대상자나 가족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죠.
Q 만약 연구자들이 제 세포를 연구에 쓰려 한다면요?
요즘은 몸에서 수집하거나 채취한 조직, 혈액이나 여기서 분리한 DNA, RNA 등을 ‘인체유래물’이라 불러요. 우리나라에서 인체유래물을 연구하려면 ‘기관생명윤리위원회’라는 곳에 연구 계획서를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 해요.
연구자는 인체유래물을 기증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동의를 얻고 연구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죠. 또한, 보존 기한이 지나면 인체유래물을 폐기해야 합니다. 기증자의 권리와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지요.
Q 앞으로도 헨리에타 랙스와 가족이 겪은 것과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연구에서 연구대상자의 사전 동의가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언제든지 새로운 갈등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생명윤리의 원칙을 지킬 수 있는 법과 제도의 마련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진다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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