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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우린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식물의 수정을 도와주고 있거든. 우리가 없으면 식물은 자손을 만들어낼 수 없지!

 

 

꽃가루는 암술과 수술의 큐피트!


동물에 비교하자면 우리 ‘꽃가루’는 ‘정자’와 같아. 식물의 수술에서 만들어지는 생식 세포거든. 동물에서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가 만나서 자손을 만들듯, 식물에서도 암컷과 수컷의 생식세포가 만나야만 자손이 될 씨앗이 만들어진단다. 


꽃가루는 수술의 꽃밥에서 만들어져. 꽃밥에는 꽃가루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모세포’가 많이 모여 있는데, 이 세포들이 분열하면서 꽃가루를 만들어. 이 꽃가루는 암술로 이동하기 전에 먼저 단단한 껍질을 갖춰. 셀룰로오스로 이루어진 내막 위에 스포로폴레닌이라는 물질로 이루어진 외막을 덧입고, 그 위에 ‘꽃가루 시멘트’라고도 불리는 단단한 벽까지 갖춘단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뒤, 꽃가루는 암술을 향해 움직여야 해. 이때 식물마다 이동 전략이 달라. 어떤 식물은 불어오는 바람에 꽃가루를 실어 암술에 닿도록 만드는데, 이런 꽃을 ‘풍매화’라고 부르지. 한편 곤충이나 새와 같은 동물이 꽃의 꿀을 먹을 때 동물의 몸에 붙어 이동하는 꽃가루도 있는데 이런 꽃을 ‘충매화’, ‘조매화’라고 불러. 바다나 하천에 사는 수초들은 주로 물의 흐름에 꽃가루를 맡기기 때문에 ‘수매화’라고 부른단다. 


이중 흔히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건 대부분 ‘풍매화’야. 2018년 3월, 산림청은 설명 자료를 통해 “꽃가루 알레르기를 쉽게 일으키는 나무는 참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등의 순서”라고 말했지.

 

 

_ 인터뷰1

오재원(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장)

 

 

“20년 동안 꽃가루를 모았어요!”

 

여기 꽃가루를 20년 동안 모아온 사람이 있어요. 식물학자냐고요? 아뇨! 어린이를 진료하는 소아과 의사예요. 왜 의사가 꽃가루를 20년 동안 쫓았을까요?

 

Q 20년 동안 꽃가루를 쫓았다고요?


1996년부터니까 정확히는 24년쯤 됐네요. 1996년에 개인적으로 영국에서 꽃가루 채집기 두 대를 구입해 한양대학교 서울병원 옥상과 구리병원 옥상에 두었지요. 그러다 1997년엔 연구비를 받아서 전국 12곳의 병원 옥상에 채집기를 설치하고 꽃가루 자료를 모았어요. 이후 바람에 실려 날아오는 풍매화 꽃가루를 모으고, 현미경으로 관찰해 왔습니다. 

 

Q 왜 꽃가루를 채집하신 건가요?


소아과 전문의 자격증을 딴 뒤, 1992년부터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교 연구실에서 3년 동안 연구했어요. 당시 식품 알레르기를 연구하면서 부전공으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연구했죠. 그때 교수님이 알레르기 연구라고 환자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밖에 나가 식물의 꽃가루를 채집하고, 분류하는 것까지 가르쳐 주시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이후 한국에 돌아왔는데 지역별, 시간별 꽃가루 종류나 양에 대한 기초 자료가 없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도 혼자 계속 꽃가루를 채집했습니다. 

 

Q 그렇게 모은 자료는 어떻게 쓰였나요?


2008년 기상청에서 제가 모은 자료를 분석해 ‘꽃가루 지수’를 만들어 보자고 연락했어요. 당시 기상청에서는 어느 날, 몇 시에 꽃가루가 많았는지를 측정한 제 자료에다가 기상 자료를 더해 외출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생활지수를 만들고 싶어했죠. 
저는 흔쾌히 협업하기로 했고, 기상청에서는 2015년부터 ‘꽃가루 예보’를 제공하고 있답니다. 웹사이트 ‘www.pollen.or.kr’에 접속하면 확인할 수 있어요.

 

Q 최근까지도 연구하고 계신가요?


네. 최근엔 세계 17개국 과학자 및 의사들과 협업해 꽃가루로 본 기후변화에 대한 논문을 냈어요. 여러 나라 과학자들이 지난 26년 동안 모은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해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이 평균 0.9일씩 늘어난다는 것을 알아냈죠. 

 

Q 이런 일을 하시는 궁극적인 이유가 있나요?


어느 지역에 어떤 꽃가루가 많은지, 언제 많은지와 같은 방대한 기초 과학 자료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자료 조사가 매우 귀찮은 일이겠지만, 이런 자료 없이 과학을 하는 건 모래성 위에 벽돌을 쌓는 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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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신수빈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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