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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의 변신1] 탐정이 되다?!

어때? 이제 우리 꽃가루에 대한 오해가 조금 풀렸니?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건 일부 꽃가루에 불과하단 사실! 게다가 우리 꽃가루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단다. 먼저 탐정 꽃가루들의 활약을 확인해 봐.

 

 

 

<;조사 노트 1>; 꽃가루,수만 년 전 기후를 알려주다

 

식물은 단단한 부분이 많지 않아 보통 흔적 화석으로 남는데, 꽃가루처럼 단단한 부분은 화석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꽃가루는 다른 생물보다 넓은 지역에 퍼지고, 잘 보존돼 꽃가루 화석을 분석하면 그 식물이 살았던 기후를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질학자나 고고학자들은 퇴적층에서 꽃가루 화석을 찾아낸 뒤, 이를 분석해 과거의 기후를 알아내기도 한다. 


2018년 1월 31일, 미국 와이오밍대학교 연구팀은 북아메리카와 유럽 전역의 호수 642곳의 바닥에서 꽃가루 화석을 수집했다. 분석 결과 빙하기가 끝난 뒤부터 점점 기온이 오르다가 최근 2000년 동안은 평균 기온이 약 2℃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최근 수십 년간 급격하게 기온이 높아졌다. 연구를 이끈 브라이언 슈먼 교수는 “인간이 없었다면 지구는 냉각화 추세에 따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노트2>; 살인 사건 범인, 목격자는 꽃가루?!

 

2015년 6월 25일, 2~4살 정도로 추정되는 아이의 시신이 미국 보스턴 항구 근처에서 발견됐다. 아이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증거는 아이가 입고 있던 흔한 물방울 무늬 바지와 담요뿐. 


경찰과 함께 수사하던 미국 국립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 존 왈쉬 센터장은 수사식물학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의뢰를 받은 미국 세관국경보호국 앤드류 로렌스 연구원은 아이의 옷과 담요에서 200~300개의 꽃가루 입자를 얻어냈고, 아이가 하버드대학교 근처에 살았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분석 결과 레바논 삼나무의 꽃가루가 붙어 있었는데, 이 나무는 미국 북동부의 추운 날씨를 못 견뎌 뉴욕 식물원,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모리스 수목원, 하버드대학교의 아놀드 수목원 3곳에서만 특별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보스턴에 있는 아놀드 수목원 근처 거주지를 조사해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조사 노트3>; ‘콧구멍 여인’의 꽃가루 프로파일

 

2005년 2월 14일 영국 요크셔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곧바로 범인을 잡았으나 범인이 시신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해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결국 경찰은 범인의 신발과 차, 범인의 차에 실려있던 농업용 갈퀴를 영국 사우스햄턴대학교 법의생태학자 퍼트리샤 윌트셔 교수에게 주고, 꽃가루로 시신의 위치를 알아내 달라고 요청했다. 윌트셔 교수는 시신의 콧구멍에서 얻은 꽃가루로 사건을 풀어내 ‘콧구멍 여인’이라고도 불린다. 


분석 결과, 범인의 신발이나 차에는 가문비나무와 소나무, 솔송나무 등 상업용으로 많이 키우는 나무들의 꽃가루와 양치식물의 포자가, 갈퀴의 손잡이에는 자작나무 꽃가루가 잔뜩 묻어 있었다. 크리스마스 나무 묘목을 파는 묘목장 주변에 자작나무를 심는 경우가 많았기에, 윌트셔 교수는 시신이 있는 곳은 자작나무로 둘러싸인 묘목장 중 하나일 것이며, 범인은 땅을 파지 않고 자작나무 잔가지들로 시신을 덮어 두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런 분석 결과를 통해 경찰은 묘목장 중 양치식물이 있는 한 곳에서 자작나무 아래 움푹 파인 구덩이를 찾아냈고, 그곳에서 시신을 발견해 사건을 해결했다. 

 

_ 인터뷰2

앤드류 로렌스(미국 세관국경보호국 연구원)

 

“꽃가루는 식물의 지문 같은 거예요.”

 

 

 Q 법의생태학자라니, 특이한 직업인 것 같아요.


네. 미국에도 법의생태학자가 2명밖에 없어요. 둘 다 미국세관국경보호국에서 일하고 있지요. 둘이서 넓은 미국의 사건을 모두 맡기란 역부족인 게 사실입니다.  

 

 Q 어떻게 법의생태학자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셨어요? 


저는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했어요.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오래전 유적에서 녹말 입자를 찾아 당시의 식생활을 분석하는 데 흥미를 느꼈죠. 


하지만 제가 진학한 미국 텍사스대학교 대학원에서는 법의생태학도 연구하고 있었어요. 평소 법의학에도 관심이 있었기에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에서 연구하며 졸업 논문을 썼고, 졸업 후 이곳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Q 꽃가루만 보고 사건을 추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꽃가루는 식물의 지문과 같은 거예요. 그래서 꽃가루의 조합을 보면 사건이 벌어진 장소, 이동 경로 등을 알아낼 수 있죠.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특이한 수입 식물을 정원에서 많이 길러요. 이게 추리를 어렵게 하죠. 수입 식물의 꽃가루가 발견되면 국내 정원에서 유래한 것인지, 아니면 해외 다른 곳을 거쳐온 것인지 추가로 분석해야만 하죠. 

 

 Q 꽃가루 수사가 범죄 수사 외에도 쓰이나요? 


어떤 물건이 꽃가루가 날아다니는 공기에 노출되었다면, 그 물건이 어디서 왔는지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무역을 통해 외국에서 들어오는 물건이 어디에서 생산됐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온 건지 확인할 수 있답니다.

 

 Q 어과동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고고학을 공부하다가 우연히 법의생태학자가 된 건, 제 흥미를 쫓아온 결과라고 생각해요. 어과동 친구들도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 분야를 쫓아가 보세요! 흥미가 어떤 길로 여러분을 이끌어줄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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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신수빈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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