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위성들이 힘을 합쳐 임무를 수행하는 군집 위성. 우주로 더 많이 올려 보낼수록 좋겠단 생각이 든다면, 천문학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세요. 수만 대의 작은 위성이 우주에 뿌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거든요.
지난 2019년 11월, 스타링크 위성 60개가 우주로 발사된 직후 칠레에 있는 세로 토롤로 범미주천문대(CTIO)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이 발표됐어요. 마 치 고양이가 할퀴고 지나간 듯 흰 줄이 여러 개 그어진 밤하늘의 사진이었지요. 천체 망원경 위로 19대의 스타링크가 지나가면서 남긴 빛의 흔적이 줄무늬로 찍힌 거예요.
이 사진을 본 천문학자들은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계획이 발표될 때부터 하늘에 촘촘히 떠 있는 스타링크가 별 관측에 방해될 거라고 우려했는데, 그것이 현실로 나타난 거죠. 이건 단순한 흰색 줄 몇 개가 아니에요. 별의 밝기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천문학자의 입장에선 치명적인 관측 오차를 가져다 줄 수 있답니다.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천체물리센터 조나단 맥도웰 연구원은 지난 3월 16일, “스타링크 위성이 해질녘과 새벽에 천문 관측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죠. 소백산천문대 성언창 천문대장은 “지구 저궤도에 수만 대의 위성이 날아 다닌다면, 지상에서 한 번에 넓은 범위를 관측하 는 거대 망원경이 위성을 피해 밤하늘을 촬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누구나 마음껏 위성을 뿌릴 수 있는 우주 공간이지만, 과학을 위해선 군집 위성이 특정한 궤도를 지나지 않도록 우주공간을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답니다.
걱정의 목소리를 내는 건 천문학자뿐만이 아니에요. 2019년 9월 2일, 유럽우주국(ESA)은 “기상 관측 위성 아이올로스가 스타링크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위성의 위치를 잠시 트는 회피 기동을 했다”고 밝혔어요. 당시 미국 공군이 계산한 충돌 확률은 1000분의 1로, 회피 기동을 해야 하는 기준의 10배였지요. 우주표준및혁신센터(CSSI)는 보고서를 통해, 550km 궤도에서 비행하던 시험용 스타링크 위성이 임무를 마친 뒤 불 타 없어지려고 고도를 낮춰 대기권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310km 저궤도에서 움직이는 아이올로스 위성과 충돌할 뻔했다고 추측했답니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는 “스타링크로 세계 어디에서나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어요. 한편 천문학자들은 이로 인해 천문학의 발전이 더뎌질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하죠. 앞으로 기업가와 과학자들은 서로 머리를 모아 조화롭게 우주 공간을 활용할 방법을 찾을 예정이 랍니다.
●군집 위성은 우주의 날파리?
천체 망원경으로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별 사진을 찍을 땐 빛 을 많이 모으기 위해 짧게는 수십 초, 길게는 몇 시간 까지도 셔 터를 열어두고 밤하늘의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셔터를 열어 둔 동안 망원경이 찍고 있는 하늘 위로 위성이 지나가면 이 사 진처럼 흰 줄무늬가 생긴다. 수억~수백조km 떨어져 있는 별 은 지구에서 보기엔 거의 움직이지 않지만 고작 1000km 거리 에 떨어져 있는 저궤도 위성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 기 때문에 줄무늬로 흔적이 남는 것이다. 성언창 대장은 이를 “카메라 앞에 날파리가 끊임없이 날아드는 상황과 비슷하다” 고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