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아아! 내가 잘 안 보이나본데, 나 여기 있다고요. 저는 두 로봇에게는 없는 확실한 장점이 있어요. 바로 작은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사람의 몸속을 여행하는 상상, 안 해본 사람 없겠죠?
손재주 없는 의사도 ‘명의’ 만들어준다
12월 10일 연구실에서 만난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로봇공학과 최홍수 교수는 마이크로로봇을 왜 만드냐는 질문에 대뜸 영화를 보여줬어요. 1966년에 나온 <;마이크로 결사대>;는 의사가 탄 잠수함을 축소해 환자의 혈관에 넣고 자기력으로 조종하며 병든 부위를 치료하는 내용이에요. 최 교수는 “영화에서만 보던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지요.
마이크로로봇은 지름이 1~999μm*(마이크로미터)인 로봇을 뜻하지만, 최 교수는 “학계에서는 1cm보다 작은 로봇을 모두 마이크로로봇이라 부른다”고 말했어요. 만드는 데 비슷한 기술이 쓰이거든요. 마이크로로봇은 멤스* 기술이 나오면서 약 15년 전부터 활발히 연구되기 시작했답니다.
지난 2월 최 교수는 지름 500μm, 길이 4mm의 로봇을 의료용 기구인 가이드와이어에 붙여 쓸 수 있게 만들었어요. ‘가이드와이어’는 노폐물로 막힌 혈관을 뚫는 치료 등을 할 때 허벅지를 통해 혈관으로 직접 삽입하는 의료용 줄이에요. 여기에 붙은 로봇은 자석을 몸에 지니고 있어 외부에서 자기력을 주면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킬 수 있지요.
현재 의사는 X선으로 환자 몸속을 촬영해 와이어를 확인하며 손 감각으로 이동시켜요. 로봇은 이런 와이어가 혈관의 갈림길도 금세 지나가도록 할 거예요. 이외에도 최 교수는 약물을 전달하는 로봇과 몸에서 분해돼 안전하게 없어지는 로봇 등을 만들었어요. 이들이 사용되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답니다.
인체 밖에서는 어떻게 움직일까?
마이크로로봇은 크기가 작아 모터로 움직일 수 없어요. 그래서 자기력과 빛,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등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요. 지난해 11월에는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한 로봇이 발표됐어요.
주인공은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의 제이미 백 교수가 만든 ‘트라이봇’이에요. 형상기억합금은 특정 온도에서 모양이 변했다가 원래 모습을 기억해 돌아오는 금속인데, 트라이봇은 두 다리 사이 마다 형상기억합금 스프링을 달았어요. 스프링이 온도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들면 로봇이 다리를 벌렸다 오므리는 동작을 할 수 있지요.
트라이봇은 적외선 센서를 달고 있어요. 적외선을 물체에 쏘아서 돌아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물체의 위치를 감지하지요. 이외에도 다양한 센서로 지형과 장애물을 알아보고 자동으로 판단해 평지는 기어서, 자갈밭은 굴러서, 장애물은 뛰어넘어서 지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