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선선하니 이렇게 불 앞에서 멍때리는 것도 아주 좋네요.”
“꼬치에 소시지나 마시멜로 좀 구워볼까? 아주 별미일 텐데….”
쌀쌀한 가을을 맞아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가 캠핑을 하러 갔어요. 어둑어둑해질 무렵 모닥불도 피우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지요. 그때, 꿀록 탐정에게 누군가 다가왔어요!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재밌는 얘기 뭐 없나요~?”
“재밌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은데, 저도 같이 들을 수 있을까요?”
꿀록 탐정 일행에게 다가온 사람은 저 산 너머에서 양을 관리하는 양치기였어요.
“사실, 요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다니고 있었어요.”
“이야깃거리를요?”
“말하자면 좀 긴데요….”
양치기가 말하는 사연은 이랬어요. 깊은 산에서 혼자 양치기 일을 하고 있기에 사람을 만날 일이 없었어요. 양치기가 만나는 사람이라곤 2주에 한 번씩 2주 치 식량을 갖다주러 오는 마을 아주머니나 농장 꼬마였지요. 그런데 지난번에 마을에서 농장 주인의 딸이자, 인기가 많은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식량을 배달하러 온 거예요.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양치기가 생활하는 오두막도 보고, 양에 대한 이야기도 들으며 신기해 했지요. 아무래도 마을 밖으로 나간 경험이 별로 없어서 더욱 재미있게 들었던 모양이에요. 저녁에는 양치기가 하늘을 보며 들려준 이야기도 흥미로워했고요.
“아가씨는 ‘별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다’며 ‘다음번 배달도 오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만나는 사람도 별로 없고 이젠 더 이상 이야깃거리가 없거든요. 그래서 고민하던 중 탐정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아신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별에 대한 이야기라…. 별은 아니지만, 행성에 대한 이야기는 어떨까요? 요즘 목성과 관련해서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답니다.”
“목성이요? 다른 별보다 밤하늘에서 찾기도 쉽고 아주 좋겠네요!”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태양계 행성의 대장, 목성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유난히 밝게 보이는 천체가 있어요. 밝은 도시의 밤하늘에서도 잘 보인다면, 머나먼 곳의 별(항성)이라기보단 태양 주변을 도는 행성이나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중에서도 특히 지구와 가까이에 있는 화성이나 거대한 목성이 잘 보인답니다.
예부터 목성은 많은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구 소재였어요. 지금은 79개의 위성이 발견된 목성이지만, 1610년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신이 개량한 망원경을 이용해 목성의 위성 4개(이오, 유로파, 칼리스토, 가니메데)를 발견했어요. 갈릴레오는 목성의 위성을 근거로 지동설을 주장했지요. 지동설은 우주의 중심이 태양이며,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천체라는 이론이에요. 반면 천동설에서는 모든 천체가 지구를 돈다고 믿었죠. 목성의 위성은 이 가설을 반박하는 증거였던 거예요.
이후에도 수많은 태양계 탐사선이 목성을 지나가며 많은 정보를 보내왔어요. 그중 1989년 발사된 목성 탐사선은 1995년 목성에 도착해 목성 대기로 진입한 뒤 임무를 수행했어요. 갈릴레오 탐사선이 보내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목성의 대기는 90%가 수소였어요. 또, 목성 대기 온도는 300℃ 이상이었고, 풍속도 시속 644km가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지요.
이후 2011년 주노 탐사선이 발사됐어요. 2016년 목성에 도착한 주노 탐사선은 목성의 핵에 대한 비밀을 밝혔어요. 이전까지는 목성 내부에 단단하고 작은 금속성 핵이 있고, 그 주변을 수소가 주성분인 아주 두터운 대기가 둘러 싼다고 알려져 있었어요. 하지만 주노의 탐사 결과 목성의 핵은 금속성이 아닌 기체와 고체가 뒤섞인 형태라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이 핵은 목성 지름의 절반에 해당할 정도로 컸지요. 과학자들은 목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암석형 소행성과 충돌하며 이런 핵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추정했답니다.
통합과학 넓히기
목성의 대적점이 변하고 있다!
태양계 주변을 도는 행성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어요.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을 포함한 지구형 행성과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포함한 목성형 행성이지요. 지구형 행성은 주로 금속과 암석으로, 목성형 행성은 주로 기체로 이뤄졌어요.
목성형 행성은 이런 특성 때문에 독특하고 재미있는 현상들이 일어나요.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목성과 토성의 표면에 보이는 줄무늬지요. 망원경으로 목성을 관측하면 목성의 자전방향에 따라 대기가 움직이며 만드는 아름다운 줄무늬를 볼 수 있습니다.
목성의 표면을 관찰하다 보면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을 찾아낼 수 있어요. 바로 붉고 커다란 ‘대적점’이지요. 지구보다 커다란 대적점은 17세기에 이미 관찰됐을 정도로 유명한 목성의 특징이랍니다.
하지만 대적점의 비밀이 밝혀진 건 우주 탐사선들이 목성을 지나가면서부터예요.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 2호가 목성을 지나가면서 비로소 이 대적점이 고기압성 소용돌이라는 것이 밝혀졌지요.
지난 9월 27일에는 미국항공우주국과 유럽우주국 등 공동연구팀은 대적점의 속도가 변했다는 연구를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목성의 대기를 관측했어요.
연구팀은 자료를 입력해 컴퓨터로 모의실험한 결과 대적점의 바깥 풍속은 최대 8%나 증가한 것에 비해, 안쪽은 점점 느려진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연구를 이끈 미국 UC버클리 마이클 웡 연구원은 “허블우주망원경의 관측자료만으로는 아래쪽에 무슨 현상이 벌어지는지 알수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과는 대적점이 어떤 에너지원으로 움직이는지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 연구”라고 말했답니다.
에필로그
꿀록 탐정의 목성 이야기를 들은 양치기는 다음번에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오면 꼭 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기쁜 마음으로 캠핑장을 떠났어요.
그 모습을 보던 개코 조수가 문득 말했지요.
“아, 천체 망원경도 있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무슨 소리야? 개코 조수. 이번에 이야기를 듣고 다음번에 보여준다고 해야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또 양치기를 찾아오겠지!”
꿀록 탐정의 아이디어에 개코 조수는 무릎을 탁 쳤어요.
“탐정님! 정말 고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