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공사 소리가 숲에 울려 퍼지기 시작한 건 작년 6월부터야. 공사 소음과 먼지 때문에 정신이 없었지. 그런데 이내 공사는 시작과 중지를 반복하더라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고?
비자림로는 하늘 높이 솟은 삼나무 숲을 사이에 두고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서 봉개동까지 27.3km 구간으로 쭉 뻗은 도로예요. 제주도의 동쪽 지역과 시내를 연결하는 주요 도로지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 해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2017년 기준 약 1500만 명으로 10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어요. 관광객 증가로 동부지역의 교통량이 늘면서, 비자림로 이용자도 많아졌지요. 또한, 오래전부터 지역 주민들이 교통안전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지속적인 요구를 해와 제주도는 비자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요.
이에 많은 차가 다닐 수 있게 기존 왕복 2차선을 4차선으로 확장하기로 했어요. 이 공사는 2013년, 본격적으로 추진됐지요. 그런데 도로를 넓히기 위해선 도로 옆 삼나무를 2000그루 넘게 베어야 했어요. 환경 보존이 필요한 지역을 개발하려면 생태를 조사해 공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 평가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해요. 조사결과, 비자림로는 생태적 보존가치가 높지 않고, 보호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가 없다는 평가서가 작성됐어요. 이에 2018년 6월부터 대천~송당 2.94km 구간의 확장 공사를 시작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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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사는 2달 만에 중단됐어요. 삼나무 수백 그루가 잘려나가며 자연 훼손이란 비판이 전국적으로 일었거든요. 2018년 11월, 제주도는 공사 노선을 총 3개 구간으로 분리해 삼나무 훼손을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 3월, 공사를 다시 이어나갔답니다.
그런데 문제가 또 발생했어요. 지난 5월 25일, 공사 구역에서 멸종위기종 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팔색조의 울음소리가 들렸거든요. 추가로 멸종위기종 2급 애기뿔소똥구리까지 발견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엉터리로 작성됐단 의혹이 제기됐어요. 환경청 요청으로 지난 6월, 제주도는 현장 조사팀◆을 보냈고, 기존 보고서에 없던 생물을 대량 발견했어요. 결국, 문화재청은 팔색조 번식기인 8월 15일까지 다시 공사 중단을 요청했지요. 7월 25일, 제주도는 환경청에 멸종위기종에 대한 보호 대책을 제출했고, 전문기관이 검토 후 공사 재개 여부를 살펴볼 예정이랍니다.
◆ 조사팀: 제주도 추천 4명 강창완(제주 조류협회 지회장), 김철수(전 한라산연구소소장), 류승필(제주도의회 정책전문위원), 허창훈(제주 환경정책과 주무관)과 시민 추천 4명 나일 무어스(조류, 새와 생명의 터), 김대호(양서파충류, 에코이스트 연구원), 이강운(곤충, 홀로세생태보전연구소장), 김종원 교수(식물, 계명대 교수)로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