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구름 없이 맑고 화창한 7월 말의 어느 날, 사막 도시인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투둑투둑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런데 그 주인공은 빗방울이 아니라 메뚜기! 엄청난 메뚜기 떼가 몰려와 창문에 부딪히며 생긴 소리였지요.
올해 여기저기서 거대한 메뚜기 떼가 나타나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어요. 6월에는 이탈리아 남부에, 7월 초에는 미국의 사막 도시 라스베이거스에도 메뚜기 떼가 출현했지요. 가장 큰 무리는 아프리카에 나타났어요.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수단과 에리트레아에서 증식한 ‘사막메뚜기’가 올해 초 홍해를 따라 퍼지기 시작했어요. 이후 홍해를 건넌 메뚜기 떼가 엄청난 양으로 불어나면서 아라비아반도 전체를 뒤덮었지요. 아라비아반도 남쪽에 있는 나라인 예멘을 덮은 것은 물론, 일부는 계절풍을 타고 아시아 대륙까지 날아갔어요. 현재는 이란과 파키스탄에도 메뚜기 경보가 내려졌죠.
사실 초식 동물인 메뚜기가 병을 옮기거나 사람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아요. 문제는 개체 수가 급증해 식량이 부족해지는 경우예요. 이렇게 되면 굶주린 메뚜기들은 엄청난 집단을 이루어 날아오르면서 지나가는 길에 있는 모든 작물을 먹어치우지요. 특히 북아프리카 사막 지역에 사는 메뚜기의 일종인 ‘사막메뚜기’는 혼자 있을 때(고독상)와 무리를 지을 때(군집상) 생김새와 성격이 달라져요. 무리를 지으면 분홍이나 노란빛이 되면서 훨씬 공격적으로 변하죠.
▲ 혼자일 때의 사막메뚜기를 ‘고독상’이라 부르며(왼쪽), 군집 상태의 사막메뚜기를 ‘군집상’이라 부른다(오른쪽). 군집상은 행동이 활발해지고 빨라지며, 색도 갈색에서 눈에 띄는 노란색으로 변한다. 2013년, 영국 레스터대학교 생물학과 스위드베르트 오트 교수팀은 군집상 사막메뚜기가 독이 든 음식물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눈앞의 모든 음식을 모두 먹어치운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무리 지은 사막메뚜기는 하루에 자기 몸무게에 해당하는 2g의 작물을 먹어요. 1km2 크기의 군체에는 약 4000만 마리의 사막메뚜기가 모여있어요. 이들은 하루에 사람 3만 5000명이 먹을 분량의 작물을 먹어치운답니다. 심지어 바람을 타면 하루에 150km까지도 이동할 수 있지요.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사이클론*으로 사막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메뚜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고 분석했어요. 더 큰 작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주변 국가에도 주의를 당부했답니다.
사막메뚜기(Schistocerca gregaria)
메뚜기목 메뚜기아목
사막메뚜기는 다 자라면 6~8cm 정도의 크기가 된다.
사막메뚜기 이외에도 다른 종의 메뚜기가 떼로 출현해 농작물에 손해를 입히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2014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풀무치가 집단으로 나타난 적이 있다.
용어정리
* 사이클론 : 벵골만과 아라비아해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