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서해의 무인도 육산도. 나는 2만 5000마리의 괭이갈매기 무리 사이에 살고 있어. 내가 누구냐고? 이번에 개정될 멸종위기 생물목록에서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되는 뿔제비갈매기지. 20세기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무려 63년 만에 발견될 정도로 희귀하다고!
지난 2016년 4월, 괭이갈매기 번식지로 알려진 전라남도의 무인도인 육산도의 생태를 조사하던 한 연구원이 특이한 새를 발견했습니다. 괭이갈매기 둥지 사이, 뒤통수에 까만 깃털이 뾰족뾰족하게 튀어나온 새 두 마리가 섞여 있었던 겁니다. 흔치 않은 새임을 직감한 이 연구원은 새의 사진을 찍어 국립생태원의 조류 연구자인 이윤경 연구원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는 새였어요. 해외 도감을 찾아봐야 했죠.”
새의 정체는 뿔제비갈매기였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 100마리도 남지 않아 찾기 매우 어려운 새입니다. 1937년, 중국에서 21마리가 잡힌 이후로 63년 동안 발견되지 않아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지요. 다행히 2000년 중국의 마주 섬에서 4쌍이 발견되면서 살아있음이 확인됐어요.
이후 세계의 조류 연구자들이 중국 해안을 이 잡듯 뒤졌지만, 뿔제비갈매기는 중국 동남부의 4개 섬에서만 발견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서해에서 뿔제비갈매기의 번식지가 발견된 거예요. 극소수만 남은 개체를 보호하기 위해 환경부에서는 올해 뿔제비갈매기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하기로 했지요.
그렇다면 뿔제비갈매기는 왜 멸종위기에 놓이게 된 것일까요? 이윤경 연구원은 “아직은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다만, 중국 연구자들이 불법 알채집이 번식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를 내놓기는 했습니다. 사람들이 식용 등으로 쓰기 위해 바닷새의 알을 훔쳐갔는데, 뿔제비갈매기는 둥지에 하나의 알만 낳기 때문에 알 도둑질이 특히 치명적이라는 것이지요. 갯벌 매립과 해안 오염도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올해 신규 지정된 또 다른 멸종위기 조류들
●인터뷰
이윤경
(국립생태원 보호지역팀 전임연구원)
“뿔제비갈매기와의 첫 만남, 잊을 수 없어요.”
Q처음 뿔제비갈매기 사진을 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제 인생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강렬한 순간이었어요. 희귀한 새를 보는 건 모든 조류 연구자들의 꿈이거든요. 사진 속 처음 보는 새가 세상에 백여 마리도 남지 않은 뿔제비갈매기임을 확인하고는, 뿔제비갈매기를 조사하기 위해 직접 육산도로 떠났지요.
Q육산도 탐사는 어땠나요?
육산도는 원래 2만 5000마리 정도의 괭이갈매기가 번식하는 무인도예요. 바람도 엄청나고, 섬 가까이 가면 경계하는 괭이갈매기들이 날아오르며 똥을 싸며 쪼기도 하죠. 그 악다구니를 뚫고 뿔제비갈매기 둥지를 찾고, 뿔제비갈매기를 관찰하기 위한 무인 카메라를 설치했어요.
Q무인 카메라를 설치한 효과가 있었나요?
그럼요. 뿔제비갈매기의 번식 과정을 알 수 있었죠. 2016년에 발견된 이후 육산도 일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어요. 처음 관찰된 뿔제비갈매기는 5마리였지만, 지금은 수가 늘어나 7마리가 찾아오지요.
하지만 연구는 이제 시작이에요. 뿔제비갈매기가 어디에서 무엇을 먹는지, 월동지는 어디인지, 이동 경로는 어디인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에요.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죠.
Q뿔제비갈매기를 도울 방법이 있을까요?
멸종위기 생물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뿔제비갈매기의 존재를 알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연구자도 생길 거고 정부도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노력할 거예요. 언제나 관심을 가져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