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특별한 강연이 열린단 소식이 들렸어요. 다양한 저서와 TV프로그램 <;알쓸신잡>; 등으로 유명한 과학자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님이 어린이를 위한 책 <;인간탐구보고서>;를 출판하며 강연을 준비하셨단 소식이었죠. 어과동에서 강연 현장으로 달려가 정재승 교수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외계인의 시선으로 인간을 관찰하면?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할까?’, ‘내 친구는 왜 저렇게 행동할까?’ 어린이 친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이런 질문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인간탐구보고서>;는 지구에 침투한 아우레 행성 외계인들이 인간의 행동을 분석한다는 내용이에요. 특히 이번에 나온 1권은 인간들이 왜 외모에 집착하는지에 대해 외계인들이 탐구한 보고서 내용을 담고 있지요.
이날 정재승 교수님은 <;인간탐구보고서>;를 출판하게 된 계기와 재미있는 뇌과학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마포중앙도서관 마중홀에 모인 350여 명의 청중은 교수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였지요.
교수님은 외계인이 지구인을 관찰하는 설정에 대해 말씀하시며 두 권의 책을 소개했어요. 영국 출신의 동물학자 데스몬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와 프랑스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였죠. 두 책은 모두 인간을 한 발 떨어져 관찰하면서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정재승 교수님은 “두 책의 관점이 인간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외계인이 인간을 관찰한다는 설정을 세웠다”고 기획의도를 밝히셨답니다.
<;인간탐구보고서>; 속 아우레 행성 외계인들은 지구인의 사회로 침투한 다음,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고 첨단 과학으로 인간의 행동을 분석해요.
정재승 교수님은 “뇌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어릴 때부터 배우면 나와 내 주변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요.
Q어린이책은 처음 내신 건가요?
네. 10년 전,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어린이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통해서 아빠가 무슨 연구를 하는지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그때 처음 <;인간탐구보고서>;를 기획해 3~4장짜리 시놉시스를 만들었지요.
하지만 책을 멋지게 완성해주실 스토리 작가님과 그림 작가님을 찾는 과정이 더뎠어요. 결국 첫 기획부터 출판까지 10년이 걸렸답니다. 그 사이 첫 아이는 고등학생이 됐지만, 셋째딸이 초등학교 6학년이니 아슬아슬하게 제가 쓴 어린이책을 아이에게 읽히는 데 성공했네요.(웃음)
Q그럼 책에 교수님도 등장하시나요?
정 박사라는 지구인 캐릭터로 등장해요.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잡학박사로 그려지죠. 하지만 저에게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라후드’를 꼽을 거예요. 아우레 행성 외계인인데 인간에 대한 애정을 보이거든요.
Q교수님의 연구 분야를 짧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사람이 어떤 것을 선택할 때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연구하고 있어요. 이런 연구는 사람처럼 선택하는 인공지능에 활용되거나, 치료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올 10월 초에는 맛있는 것을 먼저 먹는 행동과 나중에 먹는 행동이 감정 조절과 관련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어요. 또 올해 2월, IBS 신희섭 단장 연구진과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밝혔답니다. <;인간탐구보고서>;에도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거나 선택을 할 때 뇌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뇌과학의 원리가 담겨 있어요.
Q헉! 뇌과학이요? 어린이들에게 좀 어렵지 않을까요?
예제나 비유를 많이 들고 최대한 이야기 안에서 과학을 녹여냈어요. 하지만 과학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정면승부도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한 파트당 보고서를 한 장씩 붙여 과학 내용을 설명했답니다.
이번 책을 통해서 뇌의 구조와 기능을 가르쳐 주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어린이들이 나와 내 친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들의 과학’을 담고 싶었어요.
Q마지막으로 어과동 친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과학동아>;가 창간됐고, 10년이 되는 해부터 10년간 필자로 연재했어요. 그래서 <;어린이과학동아>; 독자라고 하면 묘한 연대감이 있어요. 저처럼 과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일 테니까요.
혹시 지금까지 우주와 자연, 생명에 대한 이야기에만 관심이 많았던 친구들이라면 앞으로는 조금 더 관심 분야를 넓혀 보세요. 우리 인간의 의식, 마음에 관한 과학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