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게 어떤 문서냐고? 이건 비밀 암호를 해석하는 방법이 담긴 암호부야. 암호부가
있어야 암호가 적힌 편지의 내용을 해석할 수 있지. 이 문서가 일본 경찰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암호ㅣ독립운동의 비밀 병기, 암호를 이용하라!
△1919년 3월, 중국 하얼빈 역에서 발견된 암호부. 이 암호는 무슨 뜻일까? 한국사 데이터베이스 제공
1919년 3월, 일본 경찰은 중국 하얼빈 역에서 조선인의 소지품을 수색하다 암호를 해석하는 방법이 담긴 암호부를 발견했어요.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문서가 일본 경찰에 발각돼도 내용을 들키지 않도록 암호를 사용했어요.
발견된 암호부에는 암호의 원리가 상세히 담겨 있었어요. 아래 암호부 사진을 보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은 아라비아 숫자로, 아라비아 숫자와 동서남북은 특수기호로 나타낸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자음 ‘ㄱ, ㄴ, ㄷ…’과 모음 ‘ㅏ, ㅑ, ㅓ…’는 아라비아 숫자 ‘1, 2, 3…’으로 쓰여졌지요. 이 암호는 3.1운동에도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돼요.
이후 일본이 암호를 해독하는 주기는 점점 빨라졌지만, 암호를 다 파악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독립운동단체마다 사용하는 암호가 제각기 달랐을 뿐만 아니라 암호에는 산술식을 쓰기도 했고, 세자릿수 이상이 사용되며 암호가 점점 복잡해졌거든요.
글씨를 숨겨라, 화학비사법
△《제국익문사 비보장정》중 일부. 화학비사법을 사용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일러스트 이장우
고종황제는 1902년 비밀정보기관 ‘제국익문사’를 설립하고 자신에게 기밀을 보고할 때는 ‘화학비사법’을 사용하라고 명했어요. 화학비사법이란 열이나 화학 용액을 사용해 보이지 않던 글씨를 나타나게 하는 방법이에요. 과학 시간에 레몬즙으로 비밀 편지를 써 본 적 있을 거예요. 레몬에 포함된 시트르산이 열과 만나면 종이의 수분을 빼앗아 종이에 새까만 탄소만 남으면 검은 글씨가 드러나요. 이 밖에도 오줌, 우유, 식초와 페놀프탈레인, 소다수를 이용해 보이지 않는 글씨를 쓸 수 있었지요.
아직 제국익문사에서 사용한 잉크가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어요. 성균관대학교 이은영 초빙교수는 “식초 종류를 이용했거나 산성을 띠는 신문지에 페놀프탈레인 용액으로 글씨를 쓰고 소다를 섞은 물로 빨간 글씨를 나타내게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