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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통합과학 교과서] <심청전> 아버지의 가짜 수염을 되찾아라

“오랜만이에요, 탐정님!”

비가 오는 날, 서둘러 실내에 들어가려고 종종걸음을 치던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어요. 잠수복을 갖춰 입은 심청이 땀 흘리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고 있었죠.

“아버지가 잃어버린 가짜 수염을 찾으러 왔어요.”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가짜 수염은 어디에?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심청에게 다가가 심청이 입은 잠수복을 살펴봤어요.

“설마, 하수처리시설에 직접 들어가서 잠수하려고요?”

“네. 아버지의 수염이 저 안쪽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하지만 하수 속으로 잠수할 수는 없어요! 수영장 물이 아니잖아요.”

개코 조수의 놀란 목소리에 심청은 뒤늦게 뒤통수를 긁적였어요.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그러면 어떡하죠? 아버지에겐 소중한 물건이라서요.”

“그렇게 소중한 게 어쩌다가 하수처리시설까지 흘러 들어온 거랍니까?”

“아버지가 수염을 세면대 옆에 벗어두고 세수를 했는데, 앞이 잘 안 보이시니까 세숫물과 함께 수염도 그만 하수구로 흘려 보냈다지 뭐예요.”

한숨 섞인 심청의 하소연에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측은함을 느꼈어요. 꿀록 탐정이 물었어요.

“그런데 이 많은 물과 찌꺼기 사이에서 수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제가 듣기로는 물에 섞인 이물질들을 거르는 과정이 있다 하더라고요. 그 이물질 더미를 뒤적이면 저희 아버지의 수염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 더러운 하수를 다시 맑은 물로!

 

샤워, 설거지, 청소 등 일상생활을 하면서 발생하는 오염된 물이나 땅에 고인 빗물을 하수라고 합니다. 하수는 사람들이 쓰고 난 후 버려진 물이기 때문에 모래, 먼지, 이물질 등이 가득 섞여 있어요. 그래서 이런 하수를 모아 이물질을 최대한 없애고, 자연으로 내보내는 작업이 필요하죠.

 

하수를 맑은 물로 만들려면 여러 차례의 정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가장 먼저 온 도시에서 발생한 하수를 하수처리장으로 모아요. 이후 ‘침사지’라는 시설에서 필터를 이용해 커다란 쓰레기를 제거합니다. 이때 머리카락이나 흙, 모래, 눈에 띄는 이물질이 어느 정도 걸러져요. 침사지를 거친 하수는 가만히 고여 있을 수 있는 ‘침전지’로 이동해요. 잠잠한 물속에서 수면에 뜨거나 바닥에 가라앉는 이물질을 한 번 더 걸러내죠.

 

세 번째로 ‘포기조’에 하수를 보내어 산소와 미생물 등을 넣습니다. 포기 또는 폭기는 공기를 불어넣는다는 뜻으로, 하수에 들어간 미생물이 잘 호흡하면서 성장해 눈에 띄지 않는 이물질을 먹어 치우게 합니다. 이후 한 번 더 침전지에 하수를 보내서 미생물과 오염물질이 섞여 생기는 덩어리인 ‘슬러지’를 가라앉힙니다. 모인 슬러지는 재활용되거나 버려져요.

 

남은 물은 소독조로 보내서 염소를 섞거나 자외선을 쬐는 등의 살균 소독 과정을 거쳐요. 물에 섞여 있을지도 모르는 병원균을 없애기 위해서죠. 하수처리장에서는 이렇게 여러 차례 까다로운 정수 과정을 거친 후에야 물을 강이나 바다 등 방류지로 내보냅니다. 자연으로 돌아간 물은 순환을 통해 다시 우리 일상에서 쓰이니, 여러 번 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GIB
하수처리시설을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 통합과학 넓히기 : 골칫덩이 슬러지, 방사선으로 없앤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00만 t(톤) 이상의 슬러지가 발생합니다. 2022년에는 무려 447만 t의 슬러지가 발생했죠. 슬러지는 미생물이 섞인 유기물로, 진흙처럼 축축하고 강한 악취가 나요. 물기를 바싹 말리고 강한 압력으로 농축해서 버리거나 일부는 건축 재료, 연료 등으로 쓰기도 해요. 하지만 처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환경오염물질이 발생하고 시간과 비용도 무척 많이 필요합니다. 슬러지 1t에 약 10만 원, 400만 t을 처리하려면 최소 4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요. 슬러지를 압착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일 이상이죠.

 

이에 지난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방사선을 이용해 슬러지를 빠르게 줄이는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해체기술개발부 임승주 연구팀은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을 이용해 미생물의 세포를 파괴하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감마선은 파장이 짧고 에너지는 강해서 물질을 쉽게 분해시킵니다. 연구팀이 슬러지에 감마선을 쬐자, 세포가 파괴된 미생물이 수분과 영양분을 내뿜었어요. 이 과정에서 슬러지의 부피와 무게가 5시간 만에 60% 이상 줄어들었죠. 미생물이 내뿜은 용액은 탄소와 유기화합물이 풍부해서 비료로 재활용할 수도 있어요.

 

슬러지 처리는 전 세계 여러 나라가 고민하는 문제예요.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찌꺼기를 없애고 맑은 물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요. 지속 가능한 물 사용을 위해, 불필요한 물 낭비를 하지 않고, 머리카락이나 먼지를 물에 흘려 보내는 대신 건져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등 작은 노력을 함께 기울여 봐요!

 

▲한국원자력연구원
처리하지 않은 상태의 슬러지(왼쪽)와 감마선 처리한 슬러지(오른쪽).

 

 

# 에필로그

 

“여기 있어요!”

침사지에서 물속을 살펴보던 심청은 필터에 걸려있던 아버지의 수염을 찾아냈어요. 기뻐하는 심청을 보니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의 마음도 한결 놓였지요.

“냄새는 좀 나지만, 깨끗하게 세탁하면 다시 멋진 모습이 될 것 같아요.”

심청은 밝게 웃으며 축축한 수염을 소중하게 감싸 안았어요.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심청의 지극한 효심에 감동했어요.

“눈물이 날 것 같아.”

“안 돼요, 탐정님. 처리할 하수의 양이 늘면 곤란하잖아요. 눈곱 가득한 눈물은 잠시 참으세요!” 

 

 

용어 설명
●유기물 : 동물이나 식물 등 생명체를 이루는 물질 또는 생명체가 만들어낸 화합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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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21호) 정보

  • 조현영
  • 디자인

    정영진
  • 일러스트

    박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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