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키메라 연구는 왜 하는 걸까? 단순히 과학자들의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야. 키메라 연구는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거든.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
치료나 재생이 안 될 정도로 장기에 큰 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새로운 장기를 이식해야만 해요.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2019년 기준으로 4만 명이 넘어요. 같은 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한 환자의 수는 2136명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요.
장기 기증은 주로 뇌사 판정을 받은 사람이나 사망자 등을 통해서만 진행돼요. 조건이 까다로워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수 만큼 장기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필요한 장기를 직접 만들어 이식할 수 있는 인공장기를 개발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답니다. 키메라 연구도 인공장기를 만드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정규 교수는 “환자들에게 가장 빨리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방법은 키메라 등 다른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2017년 일본 도쿄대학교 나카우치 히로미쓰 교수는 쥐 배아에 다른 종인 생쥐의 줄기세포를 넣어 쥐의 몸에서 생쥐의 췌장이 자라게 했어요. 그리고 이 췌장을 다른 생쥐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지요. 같은 원리로 사람의 장기를 다른 동물에서 자라게 한다면,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직은 기술적, 윤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답니다.
키메라 연구로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손미영 책임연구원은 “다른 종의 장기를 이식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기술적 문제는 이식된 장기를 이물질로 인식해서 공격하는 면역거부반응”이라며 “근본적으로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방법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고 설명했지요.
국내에서는 사람과 비슷한 장기 크기를 가진 미니돼지 배아에 사람의 세포를 주입해 인공장기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에요. 배아는 자라서 돼지로 태어나지만, 몸 안에 있는 장기는 사람의 세포로 만들어지도록 하는 거예요. 이렇게 만들어진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면 면역거부반응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요. 건국대학교 인간화돼지연구센터 김진회 교수팀이 이끄는 이 연구는 2019년에 학내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답니다.
서울대학교 바이오이종장기사업단은 돼지의 췌도●와 각막을 영장류인 원숭이에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국제 기준을 통과했다. 연구팀은 이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췌도: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하는 부분. 당뇨병 환자에게 췌도를 이식해서 치료할 수 있다.
인공장기를 만드는 다양한 전략
다른 종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방법 말고도, 과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인공장기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어요.
3D 바이오프린팅
2016년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학교에서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만든 귀. 틀을 만들고 사이사이에 세포를 쌓는 3D 바이오프린팅은 뼈나 연골 등 단단한 조직을 만드는 데 유리한 방법이다.
전자기계 장치
스위스 취리히연방공학대학교에서 만든 실리콘 인공 심장. 기계로 만든 인공 심장은 환자가 이식할 심장을 기다리거나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오가노이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손미영 박사팀은 2020년에 몸 밖에서 배아줄기세포로 장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세포나 조직 단위의 치료나 동물 실험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가노이드: 세포를 배양해서 조직이나 장기와 비슷하게 발달시킨 미니 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