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방의 진짜 벽 색은?
테오에게. 이번에 그린 그림은 나의 방이다.
벽은 창백한 보라색이고, 바닥에는 붉은 타일이 깔려 있다.
위의 글은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 중 일부예요.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연구팀은 편지의 내용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고흐의 그림 <;아를의 침실>;에서는 벽이 파란색인데, 편지에는 보라색이라고 적혀 있었거든요.
연구팀은 그림을 X선으로 관찰해 봤어요. 그 결과, 파란 물감 아래에 보라색 물감이 섞여 있는 걸 확인했지요. 그리고 보라색 물감에서 ‘카마인 레이크’ 성분을 발견했답니다.
카마인 레이크는 진한 붉은색을 띠는데, 빛을 쬐면 색이 옅어져요. 즉 고흐는 보라색 물감을 만들기 위해 파란색 물감과 붉은 카마인 레이크를 섞어서 사용했고, 붉은색이 바래면서 파란색만 남은 거예요.
연구팀은 그림의 표면 아래에 숨어 있는 카마인 레이크 성분을 조사한 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아를의 침실>;을 복원해냈지요. 그 결과 벽은 물론, 벽과 가구에서도 붉은색이 강해졌답니다.
반 고흐가 그림을 그린 시간을 알아내다!
고흐는 2000점이 넘는 그림을 남겼어요. 대부분은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언제 그렸는지 밝혀졌지요. 그런데 유독 한 그림에 관해서는 설명이 남아 있지 않았어요. 이 그림은 밀밭을 중심으로 산과 둥근 천체를 그린 풍경화로, 한동안 이름도 갖지 못한 채 ‘F735’라고 불렸지요. 둥근 천체가 지는 해인지, 뜨는 달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답니다.
미국의 천문학자 도널드 올슨 교수는 그림 속 천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흐가 그림을 그렸던 생레미 지역을 직접 찾아갔어요. 가운데 놓인 밀밭과 주변 지형과의 거리를 고려해 그림을 그린 정확한 위치를 알아냈지요. 그다음 반 고흐가 그림을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1889년 5월부터 9월까지의 해와 달의 위치를 계산했어요. 그 결과, 1889년 5월 16일과 7월 13일에 그림과 똑같은 위치에 보름달이 뜬다는 사실을 알아냈지요.
둘 중 정답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어요. 그림 앞부분에 수확한 노란 밀들이 쌓여 있었거든요. 5월은 밀이 아직 덜 익어서 초록빛을 띠는 시기로, 밀 수확은 주로 늦여름에 이뤄진답니다. 결국 고흐는 7월 13일 9시 8분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는 사실을 알아냈지요. 덕분에 F735는 ‘월출’이라 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됐답니다.
예술가뿐만 아니라 과학자들도 제 그림에 관심을 보인다니 정말 영광이네요. 제 그림 속에 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한 걸요? 새로운 비밀이 밝혀지면 다시 불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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