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이 식물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우리 박쥐도 그에 못지 않게 사랑의 배달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우리는 사막에 사는 식물과 야생 바나나, 망고, 구아바 등 300여 종의 열대 과일들이 사랑의 결실을 맺도록 돕고 있단다.
전략 1 아무도 모르는 비밀 언어로 말해라!
‘밤의 여왕’으로 불리는 선인장 ‘셀레니체레우스’와 높이가 11m인 대형 선인장 ‘파키체레우스’는 모두가 잠든 밤에 꽃을 피워요. 야행성인 박쥐를 기다리기 위해서지요. 이렇게 밤에 피는 꽃의 대부분은 다른 동물의 도움을 받지 않고 박쥐에게만 의존해요. 곤충이나 새를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낮을 피해 수분을 성공시키려는 식물의 전략이랍니다.
박쥐는 이렇게 밤에 피는 꽃을 찾아 꿀을 먹고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도와 줘요. 그런데 박쥐는 어떻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에 꽃을 찾을까요? 정답은 초음파예요. 초음파는 진동수가 20kHz 이상인 파동으로,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영역의 소리예요.
박쥐는 ●후두를 진동시켜 입이나 코에서 초음파를 발사해요. 이후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어 오는 파동을 귀로 감지해 물체의 위치와 지형, 거리를 파악하지요. 박쥐는 2m 정도 거리에서 두께가 0.5mm인 가는 철사까지도 알아낼 수 있답니다.
● 후두 : 공기를 진동시켜 목소리를 내는 성대를 포함해 공기가 오가는 숨길의 일부.
박쥐를 통해 꽃가루를 옮기는 식물 중에는 오목한 모양의 꽃이 많아요. 위성 접시 안테나처럼 초음파를 한곳으로 모아 박쥐가 꽃의 위치를 잘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지요.
전략 2 환상의 짝꿍이 되어라!
전세계 박쥐의 15% 정도는 초음파 능력이 없어요. 열대 과일을 먹고 사는 큰박쥐아목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답니다. 대신 이들은 곤충을 먹는 박쥐에 비해 눈이 크고, 시력이 좋아요. 그래서 빛이 거의 없는 밤에도 주위를 볼 수 있답니다.
식물에 맞게 아예 몸의 기관이 진화하는 경우도 있어요. 2005년 에콰도르에서 발견된 긴주둥이꿀박쥐는 몸길이는 평균 6cm 정도인데, 혀 길이가 9cm 정도나 된답니다. 긴 혀로 꽃 안쪽에 있는 꿀까지 남김없이 빨아 먹기 위해서지요.
또, 과일을 주로 먹는 박쥐는 딱딱한 과일을 잘 씹기 위해 말처럼 아래턱뼈가 발달했어요. 이처럼 다른 종 사이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진화하는 것을 ‘공진화’라고 한답니다.
한편, 박쥐의 초음파를 이용해 박쥐에게 신호를 보내는 식물도 있어요. 콩과에 속하는 ‘무쿠나 홀토니(Mucuna holtonii)’는 박쥐가 잘 찾을 수 있도록 꽃잎을 펼쳐 오목하게 만들어요.
하지만 이미 다른 박쥐가 다녀가 꿀이 없으면 꽃잎의 방향을 바꿔 볼록한 모양이 되도록 해요. 그럼 박쥐에게 도달하는 초음파가 이전과 달라져 박쥐는 멀리서도 꿀이 없다는 걸 알고 다른 꽃을 찾아가지요.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벌부터 도마뱀까지! 최고의 사랑 배달부는 누구?
Part 1. 헛걸음을 하지 않는다!
Part 2. 은밀하게 위대하게!
Part 3. 별별 사랑 배달부
하지만 이미 다른 박쥐가 다녀가 꿀이 없으면 꽃잎의 방향을 바꿔 볼록한 모양이 되도록 해요. 그럼 박쥐에게 도달하는 초음파가 이전과 달라져 박쥐는 멀리서도 꿀이 없다는 걸 알고 다른 꽃을 찾아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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