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대부분이 한 시기에 갑자기!
캄브리아기 초기부터 중기까지인 ‘생물 폭발 시기’에는 갑자기 생물들이 우르르 등장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시기에 지구 생물 대부분의 조상이 탄생했다는 점이에요.
일반적으로 생물을 분류할 때 ‘종속과목강문계’의 일곱 가지 그룹을 사용해요. 가장 큰 ‘계(Kingdom)’는 동물, 식물, 미생물 등을 나눌 때 써요. 그 밑에 있는 ‘문(Phylum)’은 척삭동물, 절지동물처럼 골격이나 살아가는 방식을 바탕으로 동물을 큼직하게 분류할 때 사용하지요. 그런데 버제스 셰일 동물군 안에는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35개 동물문의 대부분이 속해 있어요.
그래서 고생물학자들은 이 시기를 ‘진화의 실험장’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마치 앞으로 지구에 살아갈 생물을 찾는 것처럼 갖가지 생김새의 생물이 등장했다가 사라져갔기 때문이지요. 그 결과 지구의 환경에 가장 적응을 잘 하고 오랫동안 후손을 남길 수 있는 생물 집합만 살아남게 되었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갑자기 진화가 일어났을까요? 고생대가 시작되기 직전에 일어난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혀요. 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학설이 ‘눈덩이 지구’설이에요.
눈덩이 지구는 선캄브리아 시기 말기인 약 7억 5000만 년 전부터 약 6억 3500만 년 전까지 이어진 지구 전체 규모의 빙하기를 말해요. 이후 빙하들이 녹아내린 시점부터 생물 폭발이 일어나요. 얼어붙어 있던 바다가 갑자기 따뜻하고 밝아지면서 산소 농도가 높아지고, 생물들이 번성하기 쉬워진 거예요.
‘눈’의 진화도 이유 중 하나로 꼽혀요. 절지동물은 대부분 여러 개의 홑눈이 겹쳐진 겹눈을 갖고 있어요. 이 덕분에 어두운 바다 속에서도 먹잇감을 찾고, 포식자를 미리 피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겹눈은 고생대 캄브리아기, 즉 생물 폭발 시기부터 등장해요. 고생물 학자들은 생물이 복잡한 형태가 되며 눈이 생겨났고, 눈이 다시 다양한 생물 진화를 이끌었을 거라고 생각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