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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늦은 봄이 되면 하천과 호수에 조류가 둥둥 떠다닌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곤 합니다. 강물에 뜬 초록색 덩어리들을 유리잔에 가득 담은, 이른바 ‘녹조라떼’ 사진은 독자 여러분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 녹조 현상은 늦은 봄부터 장마 전까지, 그리고 장마와 태풍이 지나간 후인 가을에 많이 발생합니다. 인구 증가로 안정적인 물 공급이 중요해지면서 여러 하천에 다목적댐, 용수댐, 다기능 보 등이 건설됐고, 이런 인공 구조물도 녹조 발생에 영향을 미칩니다.
녹조가 발생하면 하천 저층에서는 조류가 분해되면서 산소가 소비되기 때문에 산소 고갈 현상이 일어납니다. 하천 표층에서는 조류가 알칼리성 독성을 만듭니다. 이런 저층의 산소 고갈과 표층의 알칼리화는 수생 생물의 생존을 방해해 물고기 집단 폐사, 수생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조류 중에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간을 손상시키는 독소를 배출하는 종도 있어서 우려를 더합니다.
그래서 녹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녹조류 종류 분석, 녹조 발생 원인 조사, 녹조 제거법 개발 등 다양한 환경공학적 논의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녹조 현상 좌우하는 인(P)
녹조는 일반적으로 하천의 영양분이 과잉됐을 때, 즉 부영양화 상태일 때 발생합니다.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한 생활하수, 농업용 비료, 축산 분뇨, 산업 폐수 등은 모두 하천으로 흘러들게 됩니다. 여기엔 질산염이나 인산염과 같은 영양염이 포함돼 있죠. 비가 오지 않거나 인공 구조물이 설치되는 등의 이유로 유속이 느린 하천은 영양염 농도가 계속 증가해 부영양화 상태가 됩니다. 식물성 플랑크톤, 즉 조류는 이런 영양염을 먹고 왕성하게 자라서 수면을 온통 뒤덮죠. 이렇게 녹조가 과대 성장하는 현상(algal bloom)을 일반적으로 녹조 현상이라고 합니다.
부영양화된 하천에서 녹조 현상은 인(P)이 좌우합니다. 식물 플랑크톤은 인, 질소, 탄소로 이뤄지는데, 이산화탄소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탄소는 물에 많고 특히 한국 하천은 질소 농도가 높습니다. 따라서 인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총인(TP・Total Phosphorus)이란 수중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인의 합계입니다. 이 총인 농도로 부영양화 정도를 평가할 수 있죠. 이번에 소개한 논문은 총인 농도를 예측하고, 총인농도에 큰 영향을 끼치는 환경 요인이 무엇인지 연구했습니다.
머신러닝으로 녹조 예측 모델 만든다
과거엔 총인 예측을 위해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작용 원리를 반영한 계수를 쓴 ‘기작기반 모델’을 널리 사용했습니다. 이 모델은 원인에서 결과로 향하는 경로가 단일한 선형적 관계는 잘 예측합니다. 하지만 인과 사이의 경로가 복잡한 비선형적 특성을 갖는 환경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엔 기작기반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한 모델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실험을 거쳐 계수를 산정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확보된 자료만으로 빠르게 총인 예측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장점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머신러닝으로 수질 매개변수 사이의 복잡한 인과 관계를 설명했습니다.
의암호의 총인 농도를 가장 잘 예측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장단기메모리(LSTM・long short-term memory)였습니다. LSTM은 순환신경망의 한 종류로, 과거와 현재의 입력값을 고려해 출력을 예측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간이 연속하는 자료에 적합합니다.
총인 농도를 잘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으니 이제 그 농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의 순위를 알아낼 차례입니다. 요인들의 우선순위는 모델에 대한 영향력을 측정해서 결정합니다. 의암호 총인에 대한 기여도, 즉 우선순위가 높은 요소는 의암호 상류에 있는 춘천댐과 소양강댐의 총인 및 부유물질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논문은 의암호의 수질 관리를 위해 이 두 댐의 총인과 부유물질을 줄일 것을 제안했습니다.
한국은 ‘수질오염총량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목표 수질을 설정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오염물질의 배출 총량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의암호는 수중에 포함된 총인 농도를 0.02mg/L 이하로 유지해야합니다.
우선 이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줄여야 하는 의암호 상류 두 댐의 총인과 부유물질의 양을 머신러닝으로 시뮬레이션했습니다. 그 결과 소양강댐의 총인을 춘천댐보다 더 줄여야하고, 소양강댐의 부유물질은 총인보다도 더 줄여야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데이터와 머신러닝이 바꿀 물 관리의 미래
이처럼 머신러닝 모델은 축적된 수질측정망 자료를 이용해서 하천의 수질을 예측하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수질관리 정책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머신러닝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수질관리 정책을 크게 향상시키기 어렵습니다. 일단 수질 관측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돼야합니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변화 등 환경 변동성을 반영해 머신러닝 모델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연구도 함께 이뤄져야합니다.
의암호는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로 유입돼 이 지역의 식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인근 주민들의 귀한 휴식 장소이기도 합니다. 시선을 돌려보면 독자 여러분의 주변에서도 작은 시냇물부터 커다란 호수까지 정말 다양한 형태의 담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는 물, 여름에 레저 활동을 즐기는 물, 산책로를 따라 흐르는 물 등 우리는 정말 다양한 물을 마주하며 살죠. 바로 이런 사실이 우리에게 물 관리가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올해도 늦은 봄이 되면 녹조 현상을 우려하는 보도가 눈에 띌 겁니다. 녹색으로 변한 강이나 컵 안에 담겨있는 조류를 보며 녹차라떼를 연상하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이 조류가 어째서 확산됐는지, 조류의 이런 이상 확산을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오해성
이화여대 환경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세종대 환경에너지융합학과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담수 퇴적물의 용출 영향 평가, 유기물 기원의 추적, 머신러닝을 이용한 수질 예측 모델 구축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hs4969@sejo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