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굴, 생물마다 뚫는 모습도 천차만별
갯벌에 서식하는 저서생물들이 파놓은 서식지를 서식굴이라 부른다. 저서생물들의 종류와 생태에 따라 서식굴은 그 외형도, 내부 구조도 천차만별이다.
서해 갯벌에서 볼 수 있는 대표 저서생물들의 서식굴 형태를 모아봤다.
KIOST
“이제 띄웁니다.”
장영재 KIOST 해양위성센터 연구원의 말과 함께 드론이 ‘부웅’ 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다. 고화질 카메라를 갖춘 드론은 곧장 갯벌 상공 5m에 멈춰 천천히 움직이며 차례대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갯벌에 난 서식굴을 촬영하는 과정이다.
서식굴 조사의 어려움은, 서식굴은 엄청나게 많고 이를 분석할 조사원의 수는 적다는 것이었다. “전체 갯벌의 서식굴을 모두 셀 수는 없는 노릇이었죠.” 그래서 구 책임연구원이 KIOST에서 시작한 갯벌 드론 조사는 ‘서식굴의 모습을 인공지능(AI)에 학습시킨 후, AI가 직접 갯벌 사진을 보고 서식굴을 세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우선 드론이 정해진 갯벌 구역을 카메라로 빠르게 촬영한다. 수만 장의 사진이 모이면 해양위성센터 연구자들이 기하학적 왜곡을 보정하고 하나로 합쳐 정사 영상으로 만든다. 이후 서식굴의 모습을 학습한 AI가 보정된 갯벌 사진을 분석해 서식굴을 단숨에 세고, 갯벌 생물을 파악할 수 있다.
드론 조사의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드론을 사용해 조사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구 책임연구원은 “100m2 넓이 갯벌의 서식굴을 하루 종일 세야 했는데, 지금은 같은 면적을 5분 만에 촬영한다”고 답했다. “지금 저희가 있는 제부도 갯벌도 드론으로 2~3일 안에 조사를 마칠 수 있죠.”
물론 제대로 된 AI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KIOST 연구자들은 AI를 만들기 위해 수만 장의 서식굴 사진을 찍고 학습시켜야 했다. 그 노력 덕분인지, 해가 갈수록 AI의 성능이 좋아졌다. “처음 AI를 만들던 5년 전과 비교하면 서식굴 인식 능력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현재 AI는 농게, 흰발농게, 칠게, 가재붙이 등 열 가지 생물의 서식굴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요.” 서 연구원의 말이다.
AI는 갯벌 생물량 조사의 혁신적인 돌파구가 된다. 갯벌 일부분만 분석해 추정할 필요 없이, 실제로 갯벌 전체에 사는 생물이 몇 마리나 되는지, 심지어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 기술은 당장 2025년 6월부터 시작되는 갯벌 생태모니터링 사업에서 중점 조사 지역에 적용될 예정이다. 구 책임연구원은 “현재 기술은 거의 완성 단계”라며, “앞으로 15종, 20종까지 목표를 점점 더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1 칠게가 뚫어놓은 서식굴.
2, 3, 4 서동건 KIOST 연구원이 갯벌 정점 조사를 시연하고 있다. 먼저 정해진 넓이의 갯벌 표토를 채취한 뒤, 체에 옮겨담고 흐르는 물로 씻어낸다. 그후 체에 남은 갯벌 생물을 동정한다.
KIOST 연구자들이 드론을 띄워 갯벌 생물 분포와 생물량을 파악하고 있다. 드론은 이르면 올해 6월부터 실전 조사에 투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