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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청소년 과학축전

과학으로 하나된 아시아·태평양의 청소년들

"과학과 관련해서 이렇게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 것은 처음이에요. 모르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좋지만 국내외의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된 것은 더욱 좋아요. 먼 미래에 개최될 10회 APEC청소년 과학축전에는 강연자로서 1회 때 참가자임을 밝히고 싶어요." 이 말은 제1회 APEC 청소년 과 학축전(이하 과학축전)에 참가한 박지훈(부산 하남중 3)학생의 말이다.

'과학과 의사소통(Science and munication)'이란 주제 아래 4백54명의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13개 회원국 청소년들이 모여 7일간(1998년 8월 14-20일) 한바탕 과학 축제를 벌였다. 이번 과학축전은 1996년 서울에서 개최된 APEC과학기술 각료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제의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국제적인 행사다. 개최 이전까지만 해도 2번째 과학축전을 개최하겠다는 나라가 없어 일회성 행사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이것은 개막식이 시작되고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기우임이 밝혀졌다. 이미 싱가포르가 2회 개최를 적극적으로 희망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도 1회 과학축전을 보고 기대감을 갖는 눈치였다. 물론 이런 바탕에는 참가한 각국의 학생들과 지도교사들의 만족도가 큰 역할을 했다. 미국 과학재단에서 온 프랜시스 리는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이 매우 만족스럽다며 "미국 학생들이 접해보지 못한 문화를 과학과 관련지어 접하고, 각국의 친구들과 소규모로 토론하면서 과학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언급했다.

과학축전은 크게 국제행사와 국내행사로 진행됐다. 8월 14일부터 시작된 국제행사는 개막식을 필두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역도경기장, 한얼 광장에 마련된 과학놀이마당 체험,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강연 등으로 이어졌다. 인사동을 비롯해 신촌, 남대문, 대학로를 다니면서 서울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또 각국의 저명한 과학자들의 강연도 듣고, 과학고등학교를 방문해 준비한 논문들을 발표하고 토론했으며, 문화유적지를 방문해 한국 전통과학의 우수성을 배우기도 했다. 현대과학기술의 메카로 불리는 대덕연구단지도 방문해 최첨단 연구 시설을 견학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탐구주제를 선택해 연구 경험을 얻기도 했다.

국내행사는 8월 16일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 주최의 '과학싹 큰잔치'가 올림픽 공원에서 열리면서 과학축전을 위해 마련된 체조경기장, 한얼광장, 역도경기장의 과학놀이마당이 20일 까지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강연과 국내 석학 강연도 이뤄졌다. 이번엔 국제행사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나 국내 학생들을 위해서도 이와 같은 행사가 개최돼야 한다는 의견이 과학축전에 참가한 한국 학생들로부터 많이 나왔다.

*APEC청소년 과학축전은 호주, 브루나이, 중국, 대만, 홍콩, 일본,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폴, 태국, 미국, 한국, EU(참관국)의 12개국에서 온 외국 학생 212명과 한국 학생 242명이 참가했다.
 

개막식에서 각 국의 이름이 불릴 때 손을 들어 인사하는 참가자들


문화 유적과 과학의 만남

이번 행사에서 외국 참가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무엇보다 문화유적지 탐방이 으뜸이다. 의례 한국에 오면 방문하는 유적지 탐방을 과학과 관련지은 것이 우리 고유의 독창성을 살리게 된 배경. 학생들은 한국 민속촌, 창덕궁, 이천 도예마을, 청주 고인쇄 박물관을 방문해 우리의 문화 유적을 살펴봄과 동시에 각 유적에 관련된 과학적인 현상을 논의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 프로그램은 외국학생들 뿐만 아니라 한국학생들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됐다.

예를 들어 창덕궁의 탐방에서는 이런 일들이 이뤄졌다. 창덕궁의 돈화문 지붕을 쳐다보며 무거운 지붕의 무게를 견디는 공포 구조를 보며 힘의 분산을 배웠고, 옛날 임금과 신하들이 모여 행사를 치르던 인정전에서 마이크 없이 이야기 할 수 있었던 배경을 소리의 반사로 논의했으며, 대조전에서는 한국의 전통 난방인 온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대류와 환경오염을 말했다. 비원에서는 한국 정원의 특성과 부용지의 부영양화를 막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영화당 앞에 있는 앙부일구을 보며 옛날 사람들이 해시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파악했다. 또 연경당의 99칸 집에서는 구조의 과학성을 친구들과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 프로그램을 가장 재미있는 것으로 말한 위사 넥테라(타일랜드)와 로라 레워디(호주)는 "한국의 유적지에서 과학을 공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시원한 고궁에서 유적지도 보고 관련된 과학현상도 배워 재미있다"고 했다. 또 많은 한국 학생들도 외국 학생들에게 우리 고유의 유적을 과학과 연관지으며 말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했다.

문화유적지 탐방을 비롯해 국제 행사 프로그램 개발을 맡았던 박승재(과학축전 한국 대표 단장)교수는 미국, 일본, 이스라엘,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청소년을 위한 과학행사가 많이 있지만 문화유적지탐방을 과학과 관련지어 이끌어낸 곳은 없다고 했다. 또 이번 프로그램 개발이 우리 전통 과학 기술에 대한 이해를 갖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문화유적지를 과학과 관련짓는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학생들을 위해서도 많이 개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창덕궁 탐방을 개발한 이선경(한국교육과정평가원)박사는 "창덕궁 곳곳을 과학과 관련지을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지만, 학생들이 즐거워하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얼광장에 마련된 전통과학기술마당은 국내외 모든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손으로 해 본 것이 제일 좋아

많은 학생들이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말한 것은 바로 14일과 15일 관람한 올림픽 경기장의 과학놀이마당. APEC회원국, 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 학교, 교사모임, 기업체, 연구소가 1백 40여개의 부스를 차려놓고 직접 만지고 실험해보며 과학적 원리와 현상을 이해하도록 한 것이 인기의 요인이다. '꽝꽝'하는 폭음을 내며 주위를 집중시키는 달걀수소폭탄, 삐삐를 동작시키는 과일 전지, 광섬유를 이용한 신호전송체계, 형상기억합금, 자유형 플라스틱, 탄소섬유 등의 신소재, 하늘 높이 치솟는 모형로켓과 물로켓 발사, 무중력 공간에 적응하기 위한 자이로 캡슐, 태양광자동차 시승 등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 전통과학기술 한마당에서 벌어진 도금하기, 여치집 만들기, 매듭으로 장신구 만들기, 연 만들기, 꽃편지지 만들기도 국내외 학생들에게 인기 있었다. 이렇듯 인기있는 과학놀이마당에 대해 중국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헤 푸시앙박사는 이 프로그램이 많은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며 즐겼던 것이라고 말하며 이런 활동이 중국에서도 이뤄질 수 있도록 자료와 정보를 얻기 바란다고 했다. 과학 석학들의 강연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의 강연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학생이 참여해 즐거움을 얻은 과학놀이마당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학으로 서로의 이해 폭 넓혀

대부분 과학을 잘하고 좋아하는 학생들의 모임이지만 공식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좋은 예가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 물리와 지구과학을 좋아한다는 카렌 토마(미국)는 "과학을 계속 공부하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박사의 강연을 듣고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표현한 반면, 영어권이 아닌 많은 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을 직접 듣게돼 무척 기쁘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또 과학고등학교에서 이뤄진 논문 발표도 마찬가지.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의 발표라는 점과 언어 장벽이 참가자들의 흥미를 감소시켰다. 하지만 친구들의 발표를 경청하고 서투르지만 영어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모습은 진지해보였다.

과학이라는 주제로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친구가 되는 기회를 가진 APEC 미래의 과학자들. 가장 재미있었다는 문화 교류의 밤에는 서로의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이해했다. 재미는 없었지만 미래를 계획하게 됐다는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 친구들의 논문 발표를 들으며 진지하게 논의했던 과학고등학교 방문, 한국 고유의 문화 유적지에서 새로 발견한 과학적 현상들, 과학 놀이 마당에서 봤던 수많은 실험들, 그리고 친구들과 밝고 희망찬 과학 세계의 미래를 이끌어 가자고 약속한 그날 밤의 다짐이 미래의 과학자들 가슴에 하나하나 새겨졌으리라 믿는다. 또 이들이 21세기의 주역으로 성장한 미래에 다시 만나 공동 연구를 수행하면서 인류의 복지를 증진시키기를 기대한다는 조완규(과학축전 조직위원장)교수의 말이 실현되길 바란다.

초대 과학자 스티븐 추 - 과학적 통찰력, 끝없는 도전 정신, 피나는 노력으로 이뤄낸 노벨물리학상


스티븐 추
 

APEC의 미래 과학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9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사진, 스탠포드 대학 물리학과)교수가 8월 15일 내한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학생시절에 대한 이야기로 서두를 꺼낸 그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주제인 '원자를 레이저로 포획한 원리' (과학동아 97년 11월호 참고)와 현재 연구하고 있는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또 학생들이 주변 상황이나 학문의 시대적 유행을 좇지 않고 학문의 기초가 되는 순수과학, 특히 물리학을 공부하도록 격려했다.

1948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에서 태여난 추교수는 MIT에서 공학박사를 받은 아버지를 비롯해 과학을 전공한 친척들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자연에 대한 남다른 흥미가 많았으며 조힙해 만들 수 있는 자동차, 비행기 등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의 부모는 추교수가 건축가가 되기를 바랬다고 한다. 하지만 어렸을 때 장난감을 조립하면서 터득한 3차원적인 공간 개념은 지금의 연구를 수행하는데도 무척 도움이 된다고 했다.

3형제 중 자신이 공부를 제일 못했다고 회고하면서 부모님이 백과사전과 책을 많이 읽도록 권한 것이 커가면서 자신의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유명한 물리학 교수인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를 감명 깊게 읽었다면서 처음엔 좋아하던 수학을 전공했지만 자연에 대한 이해와 궁금증을 풀기 위해 물리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추교수는 특히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의 수학 실력은 나중에 훌륭한 연구를 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강조했다. 덧붙여 40세 이후에 수학을 새로 배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대학 때라도 열심히 할 것을 당부했다. 로체스트 대학을 졸업하고 버클리 대학교 대학원 물리학과에 입학해서는 전자기력과 약력이 서로 하나의 이론으로 통일될 수 있다는 당시 최대의 이론을 원자를 이용해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벨 연구소에서 지낸 연구원 시절에 뮤오니옴원자(뮤온과 전자가 결합된 상태의 불안정한 원자)를 이용한 레이저 분광학을 연구했다. 이는 오늘날에도 매우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벨 연구소의 레이저 연구 부서장이 되면서 전에 포기한 '레이저로 원자를 연구'를 착수해 성공에 이르게 된다.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순수한 동기, 즉 자기가 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추교수. 독서로 길러질 수 있는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통찰력, 좌절을 견뎌내는 끝없는 도전 정신, 그리고 피나는 노력이 오늘의 자신을 있게 만들었고, 미래의 과학자들도 갖춰야할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199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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