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50°에서 남위 40°까지 광대하게 재배되고 있는 쌀. 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는 아프리카와 중남미에도 있다.
쌀은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곡물 중 하나로서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주요 식량 및 영양원이다. 실제로 세계 총생산량의 90%이상이 아시아지역에서 생산되어 소비되고 있다. 아시아 이외에서 쌀을 먹는 나라는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 기니아 시에라레온, 중남미의 파나마 기아나 수리남 등이며 세계 인구의 40%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쌀의 기원은 인도 기원설, 태국-베트남 기원설, 아삼-운남-버마 기원설, 중국 기원설 등이 있으나 아직 확실치 않은 부분이 많이 있다. 벼의 재배는 지금부터 6천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 인도의 아삼지역과 중국의 운남지역에 살고있는 주민들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가장 믿을 만하다.
물론 처음에는 강가에 살고있는 야생벼(벼의 조상)를 수집하여 먹었을 것이고 다음에는 야생벼의 종자를 채취하여 가지고 와서 자기의 밭에 심기도 하고 열매가 익으면 따 먹기도 하는, 다시 말하면 벼를 심고 수확하는 재배기술을 몸에 익히게 되었다. 그후 이 벼는 동남아시아 서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인도에서는 기원전 약 3800년대에, 중국에서는 기원전 약 3000년대에 벼가 재배되었고 중국의 양자강 하류지역에서는 벼를 심어 쌀을 주식으로 식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벼는 현재 지리적으로 북위 50°로부터 남위 40°에 걸쳐 광대하게 재배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표고 2천6백m되는 곳에서도 재배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1백20여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벼재배지는 비가 많은 열대와 습윤한 아열대지방에 분포되어 있지만 온대지방에 속해 있는 한국 일본 중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루마니아 체코슬로바키아 러시아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루이지애나 아칸소 미시시피 미주리 텍사스 등 동부5주와 서부의 캘리포니아 등에서 주로 생산재배되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 인기 높아져
현재 세계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벼의 속은 약 20여종이 알려져 있으나 크게 나누어 우리가 매일 먹고있는 자포니카(일본형), 남방 계열의 인디카(인도형) 및 인도네시아의 자바니카형이 있다. 자포니카벼는 아열대와 온대지역에서 재배되며 인디카벼는 비가 많고 습윤한 고온의 열대 및 아열대지방, 그리고 자바니카벼는 인도네시아에서 재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벼 생산량을 지역별로 구분해 보면 (표 1)과 같이 아시아지역이 92.2%로 기장 많다.
한편 쌀 생산국의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한국과 일본이 세계에서 제일 많고 그 다음이 호주 미국 중국 순으로 많이 생산되고 있다.
우리가 음식을 통해 인체에 공급한 총 칼로리중 쌀에 의해 섭취되는 칼로리(열량) 비율은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계 평균이 21% 정도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아시아는 36%로 가장 높고 기타지역은 10% 이하에 불과하나 최근의 쌀 섭취율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큰 변동이 없으나 미국 아프리카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조금씩 증가하는 경향에 있다.
한편 곡물시장에 있어서 주요 쌀수출국은 태국과 미국인데 이 두 나라는 세계 쌀 수출량의 약 63%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의 쌀 수출량이 크게 증대되고 있으며 호주도 쌀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호주 등은 수출을 위주로 한 벼농사를 하고 있다. 쌀의 주요 수입국은 옛 소련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홍콩 말레이지아 등이며 그 수입량은 어느나라에 크게 편중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쌀은 대개가 아시아지역에서 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몇개국의 쌀을 먹는 방법 그리고 문화에 대하여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한국인 치고 쌀밥이 지겹다는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벼의 유입경로는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황화강 유역의 벼가 만주를 거쳐 압록강 대동강 유역을 따라 한강 이남으로 이어진 육로, 그리고 산동반도에서 여순반도를 거쳐 대동강변에 이른 해로로 유입됐을 것이다. 이중에서 가장 믿을 만한 것은 산동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설이다.
탄소동위원소 측정법으로 그동안 발굴된 유적지에서 나온 탄화미(새까맣게 탄 볍씨)를 조사한 결과 육로를 거쳐 들어오기에는 너무 많은 세월이 걸렸을 것으로 보이므로 육로설은 근거가 희박하다.
쌀이 왜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이 되었을까. 그것은 우리나라가 벼를 재배하는데 있어서 최적의 기후풍토를 가졌기 때문이다. 벼 농사가 잘 되는 지역은 표고 8백m 이하의 지역으로서 강수량이 연간 1천2백㎜ 정도인 곳이다. 우리나라는 연간강수량이 1천1백~1천4백㎜로 특히 5월에서 9월 사이에 전체강수량의 80%가 내리므로 벼의 생리적 특성인 담수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다. 또한 기온면에서도 야생벼가 열대에 원산지를 둔 것을 볼 때 우리나라의 6월에서 8월은 최고기온이 거의 적도에 가까운 고온을 보이므로 벼 재배에 적합하다. 뿐만 아니라 가을이 되면 일교차가 많고 비가 적으며 서늘해 전분을 벼이삭으로 옮겨 주는데 적절한 기온이므로 열대지역보다 많은 쌀 수확을 거둘 수 있다.
맛좋고 영양가 높은 쌀은 우리에겐 항상 부족하여 5~6세기 경까지만 하여도 일반서민이 먹기 어려운 귀족적 곡물이었다. 삼국 통일시대 이후 그 생산량이 크게 늘었지만 일반 백성은 주식으로 삼지 못했었던 것이 여러가지 역사책을 통하여 볼 때 분명하다. 역대 왕조에서는 벼재배에 온갖 힘을 기울여 벼재배정책이 바로 정치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삼국시대에는 많은 저수지를 개발하였고 고려시대에는 계곡까지 논으로 개발하였고 조선시대에는 많은 농업책을 보급하기도 하였다. 또한 쌀은 곡물의 대명사로 되었고 식량뿐 아니라 화폐척도 물물교환척도의 기능을 갖게 되었다.
이렇듯 한국인의 의식구조는 바로 쌀의 문화에서 발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민족은 밀의 속알맹이를 부숴 가루를 내어 먹는 유럽의 분식민족과 비교해 볼 때 쌀로서 밥을 지어 먹는, 다시 말해 쌀 낱알 자체를 먹는 민족이다.
쌀밥 이외에 옛날부터 쌀을 이용하며 만든 음식이 많았다. 이미 통일신라때 가래떡 백설기 인절미 등이 등장하였고, 고려시대에는 멥쌀을 누룩과 혼합하여 걸쭉한 막걸리를 만들어 먹었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는 밀가루나 찹쌀을 이용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멥쌀을 쪄서 먹었는데 백설기 같은 흰색의 떡은 탄생을 축하하는 모든 예식에 이용되어 왔다. 쌀은 우리민족의 풍속과 연결되어 훌륭한 식문화를 형성하였는데 설날의 떡국, 정월대보름의 오곡밥 밀약밥, 중화절(2월 초하루)의 쑥떡, 한식날의 흰쌀밥, 단오절의 증편, 유두일(6월 보름)의 수단, 추석의 송편, 동지날의 동지죽 등은 대표적인 쌀이용 음식들이다.
현재 우리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백20㎏ 정도인데 조선조현종(18세기) 때의 학자 이규경이 쓴 책에 의하면 당시에는 "한달에 장정이 너말두되, 보통사람이 서말, 어린이가 여덟되를 먹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쌀의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2백년 전에 비해 대략 3분의 1 밖에 먹지 않고 있다. 쌀을 덜 먹고 대신 부식을 많이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식량 사정이 호전됨으로써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영양실조에 어린이에게 「뉴트리팍」먹여
일본에 벼가 전래된 것은 약 2천년 전이다. 한반도 또는 중국을 통하여 북규슈 지방에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후 일본 열도 전체에 벼를 재배하게 되었고 추운 홋카이도 지역에서는 메이지 시대인 18세기부터 벼를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처음 벼가 도입되었을 때는 지금처럼 논에서 재배된 것이 아니고 습한 지역 등을 이용, 직접 볍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단순한 방법에 의한 재배였다. 그후 다시 한반도로부터 철제의 농기구가 전해져 벼재배도 크게 진보하였고 나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지금과 같은 벼재배의 기초를 확립하게 되었다.
그런데 일본에 처음 전래된 벼는 빨간색을 띠는 찹쌀이었으나 긴 세월을 거쳐 현재와 같은 하얀색을 띠는 멥쌀로 품종개량을 하였다. 현재 일본의 풍습에 남아있는 적반(빨간 쌀밥)은 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일본에서도 옛날에는 쌀이 상당히 귀하여 일반서민은 수수 기장 피 보리 등을 주식으로 하였다. 쌀의 생산이 증가됨에 따라 이들과 혼합하여 먹는 혼식이 한때 성행되었다.
현재 일본에서는 정월 설날 축제, 아기가 태어났을 때 또는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쌀을 올리는 의식을 행한다. 이밖에 일본에서는 대나무 통에 쌀을 넣어 흔들어서 환자에게 그 소리를 듣게 하면 회복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쌀은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곡식, 그리고 가장 맛있고 신비한 힘을 가진 식량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일본의 신사(일본의 여러 신을 모시는 절)는 전국적으로 8만개소 정도가 있는데 이곳에 반드시 '쌀의 신'을 모시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일본인에게 있어서 쌀은 절대적으로 신성한 곡물이다.
동남아국가 사람들이 먹는 쌀은 한국 일본 등에서 먹는 둥글고 짧은 자포니카쌀(일본형 쌀)이 아니고 가늘고 긴 인디카쌀(인도형 쌀)이다. 필리핀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식이 쌀이며, 최소한 하루에 두끼는 쌀밥을 먹어야 사는 쌀주식의 전형적인 국가이다. 그러기에 쌀생산이 정부 정책의 주요한 과제이며 쌀에 대해 연구하는 국제기구인 국제벼 연구소도 필리핀에 있다.
"쌀은 필리핀 국민의 생활 그 자체이다"라고 선언하는 사회학자도 있으며 필리핀은 좋은 지리적 여건으로 1년에 2모작이나 3모작을 할 수 있어 4월과 5월을 빼 놓고는 나머지 10개월 동안 계속 쌀농사를 짓는다.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인디카쌀은 우리 한국인의 식성에는 맞지 않지만 그들은 이것을 가지고 쌀밥 그리고 볶음밥 등을 만들어 먹는다. 밥알은 부슬부슬하지만 여러가지 채소와 고기를 잘게 다져서 기름에 볶아 먹는 습관은 더위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많은 열대지방 사람들에게 알맞은 조리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리핀은 국가시책으로 '뉴트리팍'이라는 식품을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에게 지원, 영양향상을 꾀하고 있는데 이것의 주재료가 쌀가루다. 여기에 새우가루 우유 옥수수가루 등을 배합하여 만든 식품이다.
동남아에서 쌀을 제일 많이 생산하고 주식으로 하는 나라는 태국이다. 태국은 전형적인 열대계절풍 기후에 속하는 사철 더운 날씨에다 넓은 곡창지대를 가지고 있어서 기원전 4000년부터 벼재배를 해왔다. 태국에서 생산되는 쌀은 인디카쌀로서 이 나라의 기후에서 재배하기 적당하다고 한다. 태국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답게 쌀을 이용한 요리가 많은데 쌀로 만든 국수에 고기와 채소를 넣어서 볶은 요리인 '미크럽'이 유명하다.
이밖에도 대만 인도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서아프리카 국가 중남미 국가 등이 쌀을 주식으로 한다. 몇몇 나라는 쌀을 방앗간에서 도정하기 전에, 벼를 물에 담근 다음 꺼내 증기로 건조한 후 도정하여 만든 '파 보일드 라이스'라는 쌀을 많이 섭취 한다. 이렇게 벼를 물에 담근 후 증기로 찌는 과정에서 겨층에 있는 영양분 및 비타민 등이 쌀의 내부로 스며든다. 영양적으로 우수하며 각기병 예방에도 효과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