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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할리우드 뒤덮은 분홍색 가루 | 사상 최악의 캘리포니아 산불

 

최심부 온도 1200℃, 화마가 지나간 곳에는 재만 남는다. 산불은 그래서 더 공포스럽다. 2025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 발생한 산불은 총 2만 3324헥타르(ha)의 땅을 태웠다. 그리고 사망자 29명과, 최대 361조 원에 달하는 최악의 재산 손실을 냈다. 할리우드의 화려한 영광이 불 앞에서 여지없이 재로 돌아가는 장면이 세계인에게 남긴 큰 충격을 떠올리며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기후변화가 촉발한 산불의 위협 앞에서 한국은 안전할 수 있을까. 산불과의 싸움, 그 최전선에서 삶을 지키는 과학을 만나보자.

 

▲Shutterstock, 연합뉴스
1월 7일부터 1월 3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를 휩쓴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분홍색 산불지연제가 남아있다.

 

“마치 폭탄이라도 떨어진 듯하다(It’s like you got hit by a bomb)”

 

피해 현장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 표현하며 피해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1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31일에서야 겨우 진화됐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건물 1만 2400채 이상이 피해를 보고,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불길이 휩쓸고 간 면적은 미국 ABC 뉴스 추산 2만 3000헥타르(ha)로, 서울 면적(6052ha)보다 넓다. 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며, 최대 361조 원이라는 사상 최악의 재산 손실이 발생했다. 

 

처음 산불이 발생한 지점은 로스앤젤레스(LA) 서부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팰리세이즈 산불)과 LA 북부 알타데나 지역(이튼 산불)이었다. 산불 발생 초기, 캘리포니아 당국은 소방차 65대와 헬리콥터 7기, 물탱크차 7대, 그리고 인력 109명을 투입해 진압에 총력을 가했다. 그러나 LA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10여 건의 산불이 더 발생하면서 피해는 점차 커져만 갔다.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 등에서 볼 수 있던 LA의 부촌이 화마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스러지는 모습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특히나 이목이 집중된 것은 소방 당국이 산불의 확산세를 막기 위해 뿌린 ‘분홍색 가루’였다. 이 가루는 폴리인산암모늄을 포함한 산불지연제로, 물체에 불이 붙지 않도록 막아준다. 분홍빛 산불지연제가 LA 부촌의 수영장, 우체통, 외제 차 등에 묻은 현대 미술 작품같은 모습이, 산불의 심각성과 대조돼 이번 산불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남았다.

 

산불의 직접적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기사 작성일 2월 12일 기준). 팰리세이즈 산불의 원인은 방화나 불꽃놀이 등 사람의 부주의에 있고, 이튼 산불의 원인은 송전탑에서 발생한 스파크였다고 추정된다. 

 

소방관이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서부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최대 풍속이 시속 160km까지 달했던 강한 바람 ‘샌타 애나’는 캘리포니아 산불 발생 당시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고 계속 확산됐던 주범으로 꼽힌다.

 

▲Shutterstock
산불이 꺼진 뒤, 캘리포니아에는 산불 피해 복구라는 큰 숙제가 남았다. 캘리포니아 산불로 인한 피해액은 최대 361조 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1월, 할리우드의 영광을 잿더미로 바꿔 놓은 재난은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에 더 강한 산불이 더 자주 올 것임을 경고한다. 화마로부터 삶을 지킬 기술이 필요한 때다 

 

그러나 근본적인 요인 중 하나는 ‘기후변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LA 캘리포니아대 지질학부와 대기 및 해양과학부, 그리고 환경 및 지속가능성 연구소 등 공동연구팀은 1월 13일 ‘기후변화가 전례 없는 LA 산불의 한 요인(Climate Change A Factor In Unprecedented LA Fires)’이라는 제목의 분석 결과를 LA 캘리포니아대의 ‘지속 가능한 LA 그랜드 챌린지’ 웹사이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의해 캘리포니아 지역에선 습한 계절은 더 습해지고, 건조한 계절은 더 건조해지는 식의 변화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지구가 따뜻해지면, 지표면의 수증기가 더 많이 증발한다. 그러면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증가해 강수량이 느는 원리다. 특히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2022년부터 2024년 초중반까지 강수량이 증가해 식물이 번성했다. 이어 2024년, 캘리포니아는 1895년 기상관측 이래 3번째로 더운 여름을 맞이한다. 이것도 지구 온난화 탓이다. 그래서 가뜩이나 많이 자란 식물이 말라 화마의 ‘연료’가 증가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산불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캘리포니아 산불이 쉽사리 진화되지 않은 이유 중에는 산맥에서 바다 쪽으로 불어오는 강하고 건조한 바람인 ‘샌타 애나’가 있다. 일부 지역에서 시속 160km의 강한 속도로 불었던 샌타 애나 바람이 산불을 더 멀리 퍼뜨렸던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샌타 애나 바람이 있다면, 한국에는 ‘높새바람’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권춘근 연구사는 “태백산맥을 지나 동해 방향으로 부는 ‘높새바람’은 한국 영동 지역이 특히나 산불에 취약한 이유 중 하나”라면서 “캘리포니아와 지형기상적 요건이 비슷한 한국에선 기후변화로 인해 시기를 가리지 않고 산불이 나는 연중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산불이 꺼진 뒤, 캘리포니아에는 산불 피해 복구라는 큰 숙제가 남았다. 캘리포니아 산불로 인한 피해액은 최대 361조 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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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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