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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재앙 20세기말까지 1백만종이 사라진다

야생종의 감소, 재배종의 단순화는 유전적인 개량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다.
 

나병 치료약의 개발에 유용하게 쓰이는 아르마딜로.


지구의 역사는 멸종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석과 혜성 등은 수 많은 생물종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했다. 가장 극적인 사건은 6천5백만년 전에 일어났던 것으로 공룡을 포함해 생물종의 절반 이상이 멸종되었다.

생태학자들은 또 다른 재앙이 지구에 닥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외계의 침입자가 아니라 인간의 손에 의한 생태계 파괴가 원인이다. 국제 자연 및 자원자원 보존연맹(IUCN)에 따르면 1천여 종의 척추 동물과 2만5천 종의 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하등 식물과 무척추 동물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금세기 말까지 지구상에서 사라질 생물은 1백만 종에 달할 것이다.

생물에 대한 지식이 보잘것 없었을 때에도 인간은 생물권을 급격히 변화시킬 힘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생물종이 인류에게 유익하게 이용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상 그다지 필요치 않은 것처럼 보이는 생물종이 중요한 약품과 같은 생산품을 제공해 주거나 우리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인간이 재배하는 농작물 나무 가축 등은 야생종에서 개량된 것이다. 그런데 이 야생종들에 포함돼 있는 유전물질은 생산성, 영양가, 해충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 색다른 기후와 토양에의 적응력 등을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생산성이 높은 농작물만을 선택적으로 재배하다 보니 농작물의 종은 위험스러울만치 단순화되었다. 캐나다 밀밭의 절반 이상은 단일 품종을 재배하고 있고 미국의 감자 생산은 오직 두 품종에만 의존하고 있다. 또 브라질에서 재배되는 모든 커피나무는 단일 품종이다.

이처럼 농작물의 종과 그 이웃 품종을 다양하게 보존하는 일에 소홀히 한 결과 밀 쌀 콩 고구마 토마토 감자 바나나 귤과 같은 작물들의 많은 야생종과 재배종들이 이미 멸종해 버렸으며 그 추세는 변할 것같아 보이지 않는다.
 

팬더. 중공의 특별 보호구역에서 서식한다.


발견되기도 전에 멸종되는 생물도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남태평양의 '헨더슨'섬 비둘기.


인간이 동식물을 이용한 역사를 훑어보면 멸종해가고 있거나 피상적으로 중요하게 보이지 않던 종들이 갑자기 유용하고 요긴하게 쓰이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아르마딜로는 현재 나병의 치료약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자료로서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 사람을 제외하고 나병에 걸리는 동물은 아르마딜로 뿐이다. 또 북극곰의 털이 열을 잘 흡수한다는 사실이 발견됨으로써 보다 우수한 겨울용 의복이나 태양 에너지 집열판을 개발해 나는 실마리가 되었다.

인류는 아직껏 지구상의 생물종도 모두 알고 있지는 못하다. 대부분이 곤충이지만 4백만~3천만 종이 아직 발견 안 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목록에 오른 생물은 1백60만 종에 불과하다. 인류가 발견하기도 전에 멸종되는 생물도 상당수에 달할 것이다. 특히 남미와 동남아의 열대우림은 멸종의 온상이 될지도 모른다.

198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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