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세계에 이동 마술을 선보이는 ‘마술사’가 등장했다. 미국 하버드대 르네 하우 교수팀이 빛을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옮기는 ‘마술’을 선보인 것. 물론 이들이 사용한 것은 마술의 속임수가 아니라 과학이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2월 8일자에 게재됐다.
원자는 원래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절대온도 0K(영하 273℃)에 가까운 극저온에서는 모든 원자가 마치 고체처럼 뭉쳐 질서정연하게 이동한다. 이런 상태를 ‘보즈-아인슈타인 응축’(Bose-Einstein condensation)이라고 한다. 하우 교수는 원자의 이런 성질에 착안해 빛을 ‘잡는’방법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아주 차가운 나트륨 기체에 빛을 쐈다. 빛은 덩어리진 200만개의 나트륨 원자를 통과하며 시속 24km 정도로 느려졌다. 느려진 빛의 파동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원자들에 옮겨져 ‘기록’됐다. 빛을 기록한 나트륨 원자 중 일부를 다른 기체 속에 넣고 레이저를 쬐었더니 원래 쐈던 빛이 밝기만 줄어든 채 다시 나타났다. 사라졌던 빛이 원자에 잡혀 있다가 돌아온 것이다.
하우 교수는 “이 방법을 쓰면 정보를 담은 빛을 원자에 새겨 물질처럼 만들 수 있다”며 “빛이 새겨진 원자는 원래의 빛에 비해 다루기 쉽고 보관도 간편해 광통신이나 양자컴퓨터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