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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024 노벨상 분석] 이변의 2024년, 025년 유력한 후보는?

2024년 노벨상은 그 어느 때보다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유력한 후보들을 제치고 인공지능(AI) 연구자들이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쥐더니, 이튿날엔 AI 기업 대표가 화학상을 받았다. (이 놀라움은 그 다음 날의 문학상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사실 ‘인류를 위한 과학’에 수여되는 노벨상이 AI에 돌아갈 가능성을 시사하는 단서는 도처에 있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주관하는 노벨 심포지엄이 대표적이다.
노벨 심포지엄이 주목하는 다음 노벨상 후보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2024년, 인공지능(AI)은 더이상 미래 기술로 통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편의 기능이다. 챗GPT 월간 활성 사용자는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해 현재 약 2억 명이 AI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국의 설문조사 기업 퓨 리서치 센터는 30세 이하 미국인 중 43%가 챗GPT를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과학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AI가 연구실의 보조가 아닌,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재료 과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배터리 소재를 개발하고, 기후 환경학 분야에서는 더욱 정확한 기후 모델링을 해내는 등 AI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의 질과 속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노벨상도 이러한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올해 물리학상은 인공신경망과 머신러닝의 개척자인 제프리 힌턴과 존 홉필드에게 돌아갔고, 화학상은 AI로 단백질 설계 혁신을 이룬 데이비드 베이커, 데미스 허사비스, 존 점퍼에게 수여됐다. 노벨 위원회는 “AI의 머신러닝이 현재 과학, 공학, 일상 생활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며 AI가 과학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다. 

 

네이처가 발표한 ‘노벨상 받는 법’ 이를 뒤엎은 AI의 수상

 

그렇다고 해도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AI가 동시에 평정하리란 건 예측하기 어려웠다. 세계 3대 학술지로 불리는 ‘네이처’조차도 말이다. 네이처는 역대 노벨 과학상 수상자 646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노벨상 발표 직전인 10월 3일, 노벨상 수상 비결을 예측한 글(How to win a Nobel prize)을 공개했다. 분석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연령은 58세였으며, 54세에 수상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성별 분석에서는 남성 수상자가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최근 들어 여성 수상자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도 보였다. 1901년부터 2000년까지 약 100년 동안 여성 수상자는 11명에 불과했으나, 2000년 이후 약 24년 동안 15명이 수상했기 때문이다. 

 

네이처는 노벨상을 받게 된 연구의 핵심 논문을 발표하는 시점과 노벨상 수상 시점 간의 간격도 분석했다. 그 결과 간격이 점점 멀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1960년 이전 수상자는 연구 발표 후 평균 14년을 기다렸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그 간격이 29년으로 늘어났다. 이를 통해 네이처는 40대에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야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2024년 노벨상은 이런 분석을 완전히 뒤엎었다. 여성 수상자가 늘고 있다는 예측과 달리 올해 과학상 수상자 중에는 여성 수상자가 단 한 명도 없었고(물론 문학상에서는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50대 수상자는 아예 없었다. 수상자의 연령대는 매우 다양했다. 30대, 40대, 60대, 90대가 각각 1명, 70대가 3명이었다. 

 

연구 발표 시기와 수상 시점의 간격도 제각각이었다. 1982년에 인공신경망인 홉필드 네트워크를 발표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약 42년 후에 노벨상을 받았고, 1985년에 연구를 시작한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컴퓨터과학과 명예교수는 수상까지 39년이 걸렸다. 마이크로RNA 연구를 1993년에 발표한 빅터 앰브로스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와 게리 러브컨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31년 후, 2003년에 단백질 설계 도구 ‘로제타’를 개발한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생화학과 교수는 21년 후에 수상했다. 반면 가장 빠르게 상을 받은 것은 구글 딥마인드의 두 연구자,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와 존 점퍼 수석연구원으로, 이들은 2020년에 알파폴드2를 발표하고 불과 4년 만에 화학상을 받았다.

 

이를 두고 과학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조나단 프리차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천체물리학부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노벨이 AI 과대광고에 당한 것 같다”고 의견을 남겼으며, 사빈 호센펠더 독일 뮌헨 수학철학센터 교수는 물리학상을 받은 연구가 “사실 컴퓨터과학에 속한다”며 수상 분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AI는 기초과학의 틀을 깨는 기초과학”이라며 “물리학이 자연을 기술하는 방법이라 하는데, (AI는) 그 방법이 확장된 것이며,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방법론임을 인정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9월 네이처에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1600명의 연구자 중 30%가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doi: 10.1038/d41586-023-02980-0 석 교수는 “연구에 미치는 AI의 파급력은 앞으로 계속 커질 것”이라며 “더 많은 분야에서 좋은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lément Morin/Nobel Prize Outreach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앤 륄리에 스웨덴 룬드대 원자물리학과 교수가 시상식 후 자신이 앉았던 의자에 서명을 남기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수상자가 의자에 서명하는 이 전통은 2001년에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서명이 새겨진 의자들은 스톡홀름의 비스트로 노벨 카페에 배치돼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앉아볼 수 있다.

 

노벨상 예측할 수 있는 단서, 노벨 심포지엄

 

노벨상이 AI에 주목하고 있었다는 단서는 이미 존재했다. 스웨덴 왕립 과학한림원이 1965년부터 주관해온 노벨 심포지엄이다. 노벨 심포지엄은 물리학, 화학, 생리학 등 노벨상이 수여되는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구를 주제로 매년 개최되는 학술행사다. 노벨 심포지엄을 주관하는 스웨덴 왕립 과학한림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노벨 심포지엄은 각 분야의 중요한 과학적 이슈를 다루고,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청해 학문적 교류와 논의를 촉진한다’고 심포지엄의 개최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심포지엄은 단순히 세계 각국의 저명한 학자들이 모여 최신 연구 동향과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 심포지엄의 주제로 다뤄지는 연구는 노벨상 선정 권한을 가진 스웨덴 과학계가 관심을 보이는 연구이며, 그 주제로 심포지엄에 참여한 사람은 향후 노벨상 후보가 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머신러닝, 인공신경망 주제 역시 노벨 심포지엄 물리학 섹션에서 다뤄진 바 있었다. 2022년 ‘AI 시대, 과학에서의 예측 가능성’을 주제로 에릭 아우엘 스웨덴 왕립공대 컴퓨터과학과 교수가 노벨 심포지엄을 개최했었다. 올해 화학상을 수상한 DNA 구조 예측 연구도 2022년 아르네 엘로프손 스웨덴 스톡홀름대 생물정보학과 교수가 ‘인간 3D 프로테옴 특성화’를 주제로 개최했던 노벨 심포지엄에서 논의됐다. 이 외에도 노벨 심포지엄이 노벨상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다.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아토초(100경분의 1초)(2023 노벨 심포지엄), 2019년 노벨 화학상 주제인 리튬이온 배터리(2017 노벨 심포지엄),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그래핀(2010 노벨 심포지엄) 모두 심포지엄에서 다뤄지고 2년 이내에 노벨상을 받았다. 

 

노벨 심포지엄은 일반적인 학회와 달리 초청받은 과학자들만이 참여할 수 있다. 2023년 ‘금속-유기 구조-혁신적인 재료를 가능하게 하는 기초 과학’을 주제로 열린 노벨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참여한 문회리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는 “노벨 심포지엄에는 발표자가 약 30명 정도 초대된다”며 “옵저버(초대받은 청중) 수가 발표자 수와 비슷하거나 더 적은, 쉽게 참여할 수 없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발표자들은 사전에 스톡홀름대, 웁살라대 등 노벨 위원회 주변의 여러 대학에 흩어져 이틀간의 사전 심포지엄을 진행한다. 이후 모든 과학자들이 다시 노벨 생가로 모여 본격적으로 3박 4일 심포지엄을 여는데, 이때 비슷한 연구 주제를 가진 세 명이 그룹을 이뤄 발표한다. 발표가 끝난 후엔 30분 이상 밀도 높은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문 교수는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참여한 금속유기골격체(MOFMetal-Organic Frameworks) 심포지엄은 노벨상 발표 시즌 직전에 개최돼 ‘진짜로 MOF가 올해 노벨상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문회리
2023년 ‘금속-유기 구조-혁신적인 재료를 가능하게 하는 기초 과학’을 주제로 열린 노벨 심포지엄에 참석한 여성 과학자들. 뒷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한국의 문회리 교수다. 노벨 심포지엄은 노벨 생가에서 열린다.

 

5년 내 수상 유력한 ‘지구를 위한 과학’

 

이런 단서를 바탕으로 과학동아는 최근 노벨 심포지엄에서 다룬 주제를 다시 돌아봤다. 그리고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이미 진행됐거나 앞으로 개최가 예정된 노벨 심포지엄의 주제들 속에서 몇 가지 중요한 키워드를 발견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지구를 위한 과학’이다. ‘인류를 위한 과학’에 주어지는 노벨 과학상이 이제는 인류의 터전인 지구로 눈을 돌린 셈이다. 노벨 심포지엄에서 다뤄진, 그래서 향후 5년 내 수상이 유력한, 대표적인 지구를 위한 과학 3가지를 소개한다. 

 

▲이서연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를 처음으로 만든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 페로브스카이트 분야에서 노벨상이 탄생한다면 후보 1순위로 언급되는 인물이다.

 

❶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먼저 가장 눈길을 끄는 건 2023년 노벨 심포지엄의 주제 중 하나였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다. 2023년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화석 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약 368억 톤(t)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약속한 나라는 140여 개국에 이르지만, 에너지원을 빠르게 전환하지 않는 이상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원이 절실하다. 

 

이때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태양전지다. 태양전지는 무한한 에너지 자원인 태양을 활용할 수 있으며, 유지 관리 비용이 적어 장기적으로 다른 재생 에너지에 비해 경제적이다.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는 점과 효율이 화석 연료보다 낮은 점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미야사카 쓰토무 일본 토인요코하마대 재료화학과 교수는 2009년 페로브스카이트가 태양전지 소재로서 효율적인 광전 효과를 가질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이 아이디어는 발표 당시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광전환 효율이 2%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페로브스카이트를 주목할 만한 소재로 바꾼 인물은 한국의 과학자,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석좌교수였다. 박 교수는 2009년 미야사카 교수의 연구를 보고 페로브스카이트를 태양전지에 적용할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9월 24일 성균관대 연구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박사 시절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연구한 적이 있어서 해당 물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며 “페로브스카이트는 양자 효율은 낮지만, 그 효율 곡선이 태양전지로 사용하기에 매우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약 3년간의 연구 끝에 2012년, 박 교수는 기존의 액체형 페로브스카이트가 아닌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를 만들어 이것으로 9.8%의 효율과 500시간의 안정성을 보이는 태양전지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두꺼운 페로브스카이트 막을 만들면 태양전지의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두께가 어느 정도 이상 두꺼워지면 성능이 더 높아지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현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은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과 유사한 26% 수준까지 발전했다. 박 교수가 이끄는 차세대 광전자 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이진욱 성균관대 나노화학과 교수는 “2012년 박 교수님이 논문을 발표하기 전에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관한 논문이 거의 없었는데 2012년 이후 관련 연구가 매년 6000편씩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가 새로운 연구의 장을 열어젖힌 셈이다. 

 

박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의 가능성을 처음 제시한 미야사카 교수,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을 결합한 탠덤 구조로 태양전지의 발전 효율을 대폭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 헨리 스네이스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과 교수와 함께 2023년 노벨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초청을 받았다. 박 교수의 대표 연구성과인 2012년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개발 논문의 제1저자인 김희선 인하대 화학과 교수는 “만약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에 노벨상이 주어진다면, 세 사람이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❷ 금속유기골격체(MOF)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공기 중에 있는 탄소를 포집하는 일도 중요하다. 탄소 포집 및 저장에는 금속유기골격체(MOFMetal-Organic Frameworks)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MOF는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가 결합해 만들어진 물질이다. 다공성 3차원 구조로 크기가 다양하고 수많은 구멍을 포함하고 있다. 이 구멍을 통해 수소나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를 저장하거나 분리할 수 있다. 

 

MOF는 2023년 노벨 심포지엄에서 다뤄졌다. 문 교수는 “MOF는 합성 과정이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며 “각 응용 분야에 맞는 MOF를 디자인하고 합성하는 방법이 개발되며 화학, 재료 과학, 환경 과학, 에너지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MOF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확장성과 유용성 덕분에 향후 5년 내에 이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MOF가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누가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될까. 문 교수는 MOF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제시하고 지금까지 굵직한 연구를 하고 있는 오마르 야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화학과 교수부터 MOF의 가스 분리 및 저장 응용을 확대하는 데 기여한 키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이공학연구과 교수, MOF를 실용적인 물질로 발전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제라드 페레 프랑스 베르사유 생태시스템 및 환경대 명예교수까지 총 세 사람을 꼽았다.

 

▲Gustavo Raskosky/Rice University
금속유기골격체(MOF)는 목재에 주입하거나 필터로 제작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탄소 포집에 사용될 수 있다. 사진의 가장 오른쪽이 목재에 MOF를 주입한 모습이다.

 

▲10x genomics
공간 유전자 발현 플랫폼 ‘비지움’으로 분석한 세포들의 모습. 비지움은 조직 샘플 내 각 세포의 위치에서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데 사용된다.

 

❸ 공간 유전체학

 

생리의학 분야에서는 인류, 나아가 생물들의 모든 기원을 분석할 수 있는 공간 유전체학이 눈에 띈다. 2024년 노벨 심포지엄 주제 중 하나였던 공간 유전체학은 조직 내 세포들이 위치에 따라 어떻게 유전자가 발현되고 또 상호작용하는지 연구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전통적으로 유전자 발현 분석은 조직 단위에서 이뤄져 세포 간의 물리적 배열과 위치 정보는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간 유전체학은 공간적 맥락을 유지한 상태에서 분석을 진행해 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이나, 위치에 따른 유전자 발현을 더욱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혜옥 가톨릭대 의생명건강과학과 교수는 “뇌 연구에서 신경세포의 위치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어떻게 다른지 분석하면, 각 세포가 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뇌가 기억 저장이나 감정 처리 등의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알 수 있는 뇌 지도를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간 유전체학은 그동안 뇌 연구와 암 극복 등 인간의 질병을 극복할 방법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것이 생태계 연구로도 확장될 수 있다. 박종은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공간 유전체학은 세포를 가지고 있는 모든 생물에게 적용할 수 있다”며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생물의 세포 메커니즘을 공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생존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기후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은 생물이 있을 때 그것의 유전자 발현을 공간적으로 분석하면 그 생물들이 어떻게 기후변화에 대응해왔는지 알 수 있다. 이는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전략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 분야에서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요아킨 룬드베리 스웨덴 왕립공대 생명과학연구소 교수와 요나스 프리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세포 및 분자생물학과 교수다. 두 사람은 2016년 세포의 공간적 위치 정보를 유지한 채 유전자 발현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장비인 ‘비지움’을 개발했다. 이 기술과 장비가 개발된 이후 여러 실험실에서 공간 유전체학 분석을 시작했고 지금은 널리 상용화된 상태다. 

 

박 교수는 “공간 유전체학이 연구실뿐만아니라 의료 분야까지 상용화되면, 세포 수준에서 암과 같은 질병을 더욱 정확히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러한 성과가 10년 내로 현실화된다면 노벨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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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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