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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생각의 열쇠로 연 내면 세계의 문

이것은 인간입니까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이한나 옮김│심심
264쪽│1만 7000원

 

기자는 춤을 좋아한다. 댄서가 돼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평소 근육의 움직임과 몸짓을 고려해 춤추는 모습을 혼자 상상해보니 영 아니다. 꿈을 관뒀다. 


실제로 춤을 추지 않았지만, 마음 속 생각은 실제 댄서의 꿈을 접는 데 영향을 미쳤다. 마음은 질량도 부피도 없지만 육체를 장악하고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가 주장한 이원론의 기본 개념이다. 


데카르트는 인간에게 육체라는 물질계와 마음이라는 정신계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고, 이들은 개별적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했다. 배(육체)를 조종하는 선장이 바로 마음이라고 했다. 한동안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대세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데카르트 철학에 반기를 든 철학자가 등장했다. 영국 철학자 길버트 라일이다. 그는 데카르트처럼 마음과 몸을 명확히 구분하려는 시도가 틀렸다고 했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기계 속 유령’이라 비판했다.


세계에는 물리적인 것만 존재할 뿐이고, 마음은 이 물리적인 것이 심리학적인 행태로 환원된 형태라는 게 라일의 주장이다. 라일에게 의식은 그저 뇌가 작용하는 방식을 묘사하는 단어일 뿐이다. 이원론이라는 대세를 허물지는 못했지만, 최근에는 라일의 관점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오래 전부터 수많은 과학자, 철학자는 저마다의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몸과 마음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마음과 의식을 탐구하는 문제는 나아가 인간과 기계의 다름을 구별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현대에는 신경과학과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덕에 이 문제가 또다시 중대한 국면을 맞았다.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 이 책의 저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엘리에저 J. 스턴버그는 논쟁의 답을 찾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마음과 몸의 관계, 인간과 기계의 차이, 의식의 정체 등을 탐구하는 행위 자체가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 예일 뉴헤이븐 병원에서 신경과 의사로 일하는 그는 어릴 적부터 마음과 몸의 관계를 탐구했다. 마음과 몸의 관계에 대한 철학자들의 여러 이론들을 보며 ‘생각’이라는 특별한 열쇠로 본인만 갈 수 있는 ‘내면의 세계’로 가는 문을 열었다. 여러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이론 중 핵심적인 몇 가지를 꼽아 이 책에 담았다. 2019년 한국에서 출간된 스턴버그의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를 재밌게 읽었던 독자라면 더욱 기대해도 좋다.

 

에디슨이 없었다면 
맥스웰의 로맨스도 
쉬웠을 텐데

오 헨리의 단편소설 ‘정신없는 브로커의 로맨스’의 배경은 20세기 초의 미국 뉴욕이다. 이때는 엘리베이터가 보급돼 더 이상 계단으로 고층을 오르지 않아도 됐고, 늦은 밤에도 전등을 켜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또 19세기 후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현대식 전화기를 발명한 덕에 사람들이 전화로 대화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물론 휴대폰은 20세기 후반에야 개발됐기에 아이폰을 들고 다니며 카톡은 못 했지만.


소설의 주인공 하비 맥스웰은 뉴욕 증권사 브로커다. 매일 아침 산더미처럼 쏟아지는 전보(문서를 전달하는 통신수단)를 처리하며 제목처럼 바쁘게 살아간다. 이렇게 바쁜데 로맨스가 쉽게 될 리가 있나.


국내 SF 소설가인 곽재식 작가는 맥스웰의 로맨스를 어렵게 만드는 데 에디슨이 한몫했다고 말한다. 에디슨이 주가 정보 송신기를 발명하지 않았다면, 나아가 전기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주인공이 덜 바빴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학은 상상력을 토대로 쓰인 글이지만, 실제 시대 상황이 반영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대를 살지 않더라도 글이 쓰였을 때 사회와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의 삶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한다. 소설 속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1726년 작품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릴리퍼트 섬에 갔을 때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내용이 절대 나올 수 없는 것처럼. 


그리고 곽 작가는 문학 속 작은 단서들에서 당대 과학과 기술을 찾아 설명해준다. 꼬리의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상상력을 펼치는 것은 덤이다. 평소 ‘메인’만큼 ‘비하인드’ 이야기에 관심 많은 사람에게 취향 저격이다. 


이미 이 책에 소개된 문학 작품을 읽었더라도, 곽 작가의 설명을 들어보면 작품이 달리 느껴질 것이다. 과거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눈도 한 층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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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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