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에서 민스키 맥커시 샤논 로체스터 등 컴퓨터과학자들이 모여 정립한 인공지능(AI)개념은 지난 35년동안 전세계 과학자들의 가장 인기있는 연구테마였는데···
걸프전쟁이 발발한 후 인공지능이 전장에서 활약하는 상황을 뉴스를 통해 자주 목격하게 된다. 유도탄이 목표물을 발견하고 그 목표물을 향해 스스로 돌진하여 폭파시키는 장면을 여러분은 아마 보았을 것이다.
그 유도탄에는 상당량의 인공지능이 장착되어 있다. 물론 지난해에 많은 논쟁을 겪었던 세탁기와 TV보다 훨씬 많은 인공지능이 포함돼 있다.
유도탄은 자연속에 숨겨져 있는 인공물, 즉 전술적인 목표를 스스로 탐지하여 그 목표물이 이동하더라도 추적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유도탄이 비행중에 포착한 영상을 분석하여 목표물을 식별하는 계산능력은 놀라울 정도다. 더구나 초기의 유도탄에서와 같이 단순히 열선을 추적하는 정도가 아니고 목표물의 형상을 분석하여 인공물임을 파악하고, 또 목표물의 성격에 따라서 피해를 극대화하기 위한 비행경로 및 폭파계획을 수립한다. 즉 유도탄을 목표물에 명중시켜서 견고한 피각질을 뚫고 들어가게 할 것인지 아니면 충돌전 일정한 높이에서 스스로 폭발함으로써 피해 영역을 확대할 것인가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트머스 회의에서 출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란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것은 1950년대 중반 일단의 젊은 컴퓨터학자들이 모여서 그들의 연구 분야를 스스로 인공지능이라고 부르기로 한 다트머스 회의라고 알려져 있다. 이때 회의를 주도했던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아직도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니 인공지능이란 참으로 역사가 짧은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의 연구방향은 인간의 지적인 문제풀이 능력에 관한 관찰로부터 시작하여 어떻게하면 강력한 지적능력을 가진 프로그램을 개발해 낼 수 있을까 하는데 집중 되었다. 즉 어떻게 해야할지는 몰랐지만 하나의 강력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개발된다면 이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기능의 지적인 업무를 수행시킬 수 있다고들 믿었다. 비록 그들이 다룰 수 있는 문제는 간단하기 그지 없어서 나무토막을 순서대로 쌓는 방법이라든가 단순한 게임에 불과했지만, 그들이 추구한 것은 지능의 성격을 규명하고 이를 컴퓨터에 옮기고자 하는 고고한 노력이었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곧 실패했다. 일반론적인 문제해결 기법으로 다양하고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공략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가 실패로 끝났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로인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첫번째 교훈은 지능을 흉내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인간과 인간의 언어로써 대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곧 개발될 것이라고 예측하였으나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러한 컴퓨터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고 쉽게 이기리라고 생각했던 컴퓨터 체스도 아직 최고수의 인간을 이겨보지 못했다. '일반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 한다는 것은 불가능이 아닌가'하는 회의론도 나타나고 있다.
두번째 성과는 논리학에 관해 많은 이해를 쌓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삼단논법이라고 흔히 알고 있는 논리학은 고대 그리스시대 이후 인간의 생각하는 방법을 기술하는 언어로 각광을 받았고 초창기부터 인공지능의 기본적인 도구로서 사용되었다. 즉 논리학의 삼단논법에 근거한 기계적 추론방법 연구가 괄목할만큼 진전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명제와 '사담 후세인은 사람이다'라는 사실에서 우리는 '사담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유추해 낼 수 있듯이, 컴퓨터 프로그램도 그 내용의 이해없이도 기계적으로 같은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위의 예는 단순해서 논리의 전개가 쉽지만 추론 결과가 다시 새로운 가설로 사용되는 등 추론 과정이 복잡해지면 그 복잡도가 높아져서 인간도 쉽게 이해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러한 연구 결과 미적분을 풀어주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었고 인류가 오랫 동안 증명하지 못했던 수학적 사실이 증명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났다.
상식을 갖추기가 어렵다
새로운 사실을 기계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이 개발되기는 했으나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능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명제와 사실을 기억시켜야 한다. 컴퓨터는 없는 사실에서 새로운 명제를 개발해 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명제와 사실에서 단지 명시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던 사실들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새로운 사실의 창조가 아니라 단지 묵시적이었던 사실을 명시적으로 할 따름이다.
컴퓨터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스스로 창출하지 못할때 어떻게 할 것인가. 어쩌면 황당하게 들릴 이 질문에 '사람이 알려주자'고 주장하는 학파가 등장한다. '지능'이라는 것을 필요한 정보를 필요할 때에 꺼내쓸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스스로 창출하였거나 아니면 외부로부터 주입을 받았거나 큰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이들은 '지식표현'을 인공지능의 가장 중요한 연구과제로 부상시킨다.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해결의 기법과 함께 문제해결에 필요한 제반 사실을 컴퓨터에 기억시킨후, 기억된 상황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에 기억된 문제해결 기법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즉 자동차의 고장을 진단하는 컴퓨터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한다면 '배터리가 고장이면 실내등이 안들어 온다'는 등의 진단에 필요한 지식을 모아 놓았다가 실내등이 안들어 왔을때 배터리를 점검 해보라는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상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이라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한 지식을 모으면 어떤 전문가 시스템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수집해야할 지식의 양이 방대하고 그들 지식의 관리가 복잡해지면 필요로 할 때 적절히 지식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게되고, 따라서 현실적으로 쓸모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어느 특정분야에 국한된 지식은 그 경계가 분명하여 어느정도 표현할 수 있겠지만 유치원에 들어갈 어린이가 갖추어야 할 정도의 상식은 컴퓨터에 쉽게 모을 수가 없다. 즉 일반적인 상식을 표현하는것이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시스템은 만들 수 있어도 일반상식을 갖춘 유치원 어린이는 흉내낼 수 없는 것이 인공지능의 현실이다.
소속이 불분명하면···
일단의 학자들은 지식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진부(眞否, true/false)의 단순논리로는 인간이 다루는 복잡한 개념을 다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예로서 우리가 사용하는 어리다/늙다의 개념도 이다/아니다로 단순화시킬 수 없는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어느 의사가 '어린 사람에게는 약을 덜 먹이세요'라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면 이 의견을 따라 처방하는 컴퓨터는 고등학생과 국민학생 환자를 놓고 어린 사람인가 아닌가를 우선 따져보아야 한다. 이들 학자의 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관념상 한 집단에 속한 원소와 속하지 않는 원소간의 경계선이 칼로 자른 것처럼 명확하지 않고 소속이 불분명한 원소들도 있으며, 어느 원소나 각각의 집단에 소속된 정도가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많았던 세탁기의 예를 보자. 세탁기의 회전시간을 결정하는데 X㎏보다 무거우면 30분, 가벼우면 20분 하는 식의 단순논리에서 벗어나 무거운 정도에 따라서 20분부터 30분까지 점진적으로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이러한 판단방식을 소위 퍼지논리(fuzzy logic)라고 한다. 퍼지논리는 단순논리를 일반화한 경우이고 단순논리는 퍼지 논리의 특수한 경우다. 따라서 퍼지논리를 채택한 시스템은 경비문제를 떠나면 단순논리의 시스템보다 최소한 같거나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더 좋은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비가 필요한 법이다. 세탁기에서 어느 무게보다 무거우냐 가벼우냐를 판단하는 것은 몇㎏인가를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하다.
정보를 기호화하고
단순논리를 사용하든 퍼지논리를 사용하든 지식의 표현결과는 기호로 되어 있다. 인간이나 컴퓨터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호를 이용하고 있다. 즉 체온계가 39.5℃라고 가리키면 체온이 '높다'라는 기호로써 표현한다. 체온계의 일차원적인 척도는 쉽게 '높다'라는 기호로 전환될 것 같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여러 기호적 표현들은 신호처리 과정을 여러번 거치고 또 기호적 표현을 통한 논리적 추론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것들이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접속이 불량하면 교환하라'는 지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신호정보로부터 '접속이 불량하다'는 기호적 표현을 도출하여야 한다. 즉 신호 정보를 기호적 표현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만 논리적 근거에 의해 지능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패턴인식'(pattern recognition)이라고 한다. 카메라를 통해 들어온 영상정보나 마이크를 통하여 입력된 음성정보로부터 기호적 표현을 얻어내는 과정을 각각 영상처리 음성인식이라고 하여 인공지능의 중요한 연구분야로 취급하고 있다.
사람은 신호정보로부터 중간적인 기호적 표현과 또 이를 이용한 고도의 판단 등이 두뇌내에서 유기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복잡한 환경에서도 삶을 영위해 나간다. 즉 신호처리와 논리적 판단이란 두가지 기능을 모두 두뇌라는 하드웨어를 이용하여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두뇌의 생물학적 구조로써 인공지능의 방법론을 찾아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연구방법이다.
인간의 두뇌는 단순한 계산능력을 갖는 뇌세포가 복잡하게 상호 연결되어 정보를 상호 전달하면서 판단을 한다. 이러한 계산능력을 모방하여 계산모형을 만들고 이러한 계산 모형이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지능의 어디까지 모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한창 연구되고 있다. 소위 '신경 회로망'(neural network)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신경망의 계산 모델을 갖고 학습의 원리, 신호정보로부터 기호적 표현으로의 전환기능, 그리고 논리적인 추론기능 등을 흉내내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미 괄목할만한 연구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가장 인간다운 능력, 즉 보고 듣고 판단하고 언어를 구사하고 행위하는 일련의 과정을 규명하여 이를 기계로 흉내내고자 하는 노력이다. 물론 그 목표에 비해 지금의 수준은 요원하지만 각 부분에서 조금씩 그 신비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는 중이다.
인공지능(AI)논쟁 : 인간의 마음을 가진 기계는 가능한가?
80년대 안에 인류의 평균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개발될 것이라는 민스키의 장담은 무너졌지만…
1970년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연구의 권위자 마빈 민스키는 이렇게 예언했다.
"10년이내에 평균적인 인류의 지능을 가진 기계가 탄생할 것이다. 이 기계는 셰익스피어를 읽고 농담도 하며 사무실에서 타이프를 치거나 차에 페인트를 칠할 수도 있다. 이 기계의 지능은 빠른 속도로 향상되어 몇개월후에 천재의 수준에도 달하고 또 몇년후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민스키는 1950년대 AI개념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그는 MIT를 인공지능연구의 최고봉으로 끌어올렸으며 지난해 AI연구의 업적으로 일본국제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예언은 적중하지 않았다. 지난 40년간 인공지능은 과학자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연구테마였고 여러 갈래로 연구가 진행됐지만 아직 민스키가 꿈꾸던 기계는 출현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가까운 장래에 이러한 기계가 완성되리라고 장담하는 사람도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
AI연구자들의 과대선전(?)
생각하는 기계. 기계가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느낌을 가지며 스스로 추론하고 판단하는 것이 가능한가.
로봇(robot)이란 말을 만들어낸 희곡작가 차펙은 인조인간(로봇)들이 공장에서 노동자들을 몰아내고 인간에 반란을 일으키는 장면을 묘사했다. 초창기의 컴퓨터과학자들은 컴퓨터와 인공두뇌를 동일시했다. 즉 두뇌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면 인공두뇌인 컴퓨터의 구조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진공관 트랜지스터 집적회로(IC)로 이어지는 전자기술의 발달로 컴퓨터는 인간의 두뇌와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갔다. 컴퓨터의 능력은 크게 향상됐지만 이 기계는 단지 인간이 지시한 대로 정보를 처리하는데 불과했다. 인간과 같이 스스로 감각하고 추론하고 판단하는 컴퓨터를 만들 수 없을까. 이것이 AI연구의 발단이다.
지난 40년간 컴퓨터과학자는 물론 심리학자 언어학자 두뇌과학자 생물학자 등 많은 사람들이 'AI의 실현'을 기대하면서 연구를 계속해왔다. 이에 따라 전문가시스템 비전 자연언어처리 신경회로망 퍼지이론 병렬처리 등 인공지능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갈래들이 제시됐고 이에 관한 연구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됐다. 이들은 민스킨 만큼은 아니지만 '연구를 계속하면 인공지능에 좀더 가까워지겠지'하는 확신을 품고있었다.
이러한 낙관론과는 반대로 'AI가 당초부터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오랜 역사를 갖고있다. AI비판론자들은 '기계가 생각한다거나 컴퓨터가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애당초 말도 되지않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민스키의 예언을 'AI연구자들의 과대선전'이라고 반박했던 문명비평가 T.로자크의 견해는 이렇다.
'관념과 정보는 별개의 것이다. 관념이 정보를 창출하는 것이고 그 역은 불가능하다. 컴퓨터는 인간이 축적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강력한 기계에 불과하다. 컴퓨터가 단순한 정보처리 이상의 것을 해낸다면 그것은 인간이 짠 프로그램—당연히 여기에는 그것을 직성한 사람의 관념과 가치관이 반영된다-덕분이다. 컴퓨터 자체가 판단한다든가 추론한다든가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강한 AI」와「약한 AI」
1950년 초창기 컴퓨터연구자의 한사람이었던 튜링은 '컴퓨터에 지능이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재미있는 실험을 제안했다. 흔히 '튜링 테스트'라고 불리는 이 실험은 3개의 방에 인간과 컴퓨터 그리고 질문자를 각각 집어넣고 질문자가 무선 통신으로 인간과 컴퓨터와 대화하도록 돼있다. 이때 질문자가 어느쪽이 인간인지 어느쪽이 컴퓨터인지 가려내기 힘들 정도라면 '컴퓨터에 지능이 있다'고 판정한다는 것.
J.R. 샬은 튜링테스트를 통해 AI의 가능성을 입증하려고 했던 사람들을 '강한 AI론자'로 이름붙였다. 이들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는 기호 형식의 조작이라는 것이다. 가령 엘리자라는 프로그램과 대화하는 인간은 상대방이 컴퓨터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사실 엘리자프로그램을 개발했던 J. 와이젠바움은 그후 인간이 엘리자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AI에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강한 AI론자들은 인간을 능가하는 체스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도 열정을 쏟았다.
강한 AI와 대조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려는 Al, AI 연구성과를 다른 과학연구나 실천적 과제에 응용하려는 AI를 샬은 '약한 AI'라고 불렀다. 약한 AI 개념에 대해서는 로자크조차 그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샬은 '강한 AI'개념의 잘못을 지적하고 '약한 AI'를 입증하기 위해 AI를 두가지로 구분했다.
샬의 주장에 대해 처치랜드는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공박했다. 처치랜드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소리와 빛의 본질이 밝혀지지 않았던 시대에 '소리는 공기의 소밀파이며 빛은 전자파다'라고 주장한다면 미친 사람으로 치부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사실은 너무나 당연하다. '강한 AI'개념은 현재의 컴퓨터구조를 뛰어넘는 것이다. 지금 상식으로 보면 이해하기 힘들지만 수십년후에는 매우 기초적인 개념이 될지도 모른다.
AI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던 1982년에 일본정부는 세계 최초로 이 분야의 거대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소위 '제5세대 컴퓨터개발'이라는 것이다.
제5세대 컴퓨터 프로젝트
일본 통산성의 주도아래 10년 계획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제4세대컴퓨터까지 불가능했던 지식정보 처리를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좁게 말하면 추론머신과 병렬처리시스템으로 국한되지만, 폭을 넓히면 '생각하는 컴퓨터' '인간의 능력을 모방하는 컴퓨터'등 AI개념을 총망라한 막연한 개념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총지휘했던 후치카즈 조차 '제5세대 컴퓨터 프로젝트가 추상적인 목표를 가졌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10년이 지난 현재 이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원래 의도했던 AI의 구체적인 실현은 기대에 못미쳤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계기로 병렬처리시스템 기계번역 인공지능언어 퍼지추론 등 예상치 못했던 AI기술을 상당부분 확보했다. 제5세대컴퓨터개발 프로젝트는 현재 '시그마' '트론'등 다음세대 프로젝트로 연결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연구분야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서 각 분야의 학자들은 어떤 이론이 AI를 실현하는데 가장 적합한가를 놓고 가끔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컴퓨터는 인간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가. 아직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의문이다.